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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박사의 힐링 상담 | 재혼 갈등 극복] 다시 이별? 두려움부터 극복하라

중앙일보 2017.09.10 00:02
부부의 노력뿐 아니라 주변의 도움도 필수…당당한 재혼으로 두 번째 사랑 찾아야



사진:ⓒgetty images bank

사진:ⓒgetty images bank

그는 5년 전 이혼했다. 혼자서 끼니를 해결하다 보니 주변에선 ‘그렇게 부실하게 먹다가는 일찍 죽는다’며 빨리 재혼하라고 성화다. 재혼시장에서 그는 좋은 조건의 상품이다. 50대 초반으로 나이도 적당하고, 미국으로 유학 간 딸 하나에 대학교수라는 직업이 주는 부유한 느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재혼을 권유하는 경우가 더 많아지고 있다. 그도 재혼을 염두에 두고 여성들을 만났다. 미혼도 있었지만, 가장 마음에 든 여성은 두 딸을 둔 이혼녀였다. 그녀는 아름답고 지적이며 부드럽다. 전 부인의 강한 성격과 일 욕심 때문에 심하게 부딪혔던 터라, 그런 그녀가 좋았다. 게다가 그녀는 재력가다. 유창한 불어 실력으로 갖춘 경제력에다, 상속받은 재산도 많다.
 
연간 결혼 28만건, 이혼 11만건
 
2년 가까이 그녀와 만나고 있다. 그녀도 그와의 결혼을 꿈꾸고 있다. 그럼에도 재혼을 생각할수록 머리가 복잡해져 자꾸 주저하게 된다. 가장 큰 이유는 양쪽 딸들이 심한 반대는 아니더라도, 재혼을 탐탁히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학생이거나 직장인인 딸들은 재혼 이후 복잡해질 재산 문제를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 재혼 커플들이 얼마간 잘 살다가 재산상속 문제로 또 다시 이혼을 하게 되는 사례도 많고, 아무리 잘하려고 해도 계모계부 관계에서 오는 갈등을 피할 수 없을 것이며, 생활인으로서 겪게 되는 소소한 일 때문에 서로에게 실망하게 되는 상황 등을 잘 극복해 나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연간 결혼은 28만건, 이혼은 11만건이다. 재혼은 남녀 각각 5만건이다.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27%다. 2030년에는 셋 중 하나가 1인 가구가 된다.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13%다. 2030년이 되면 24%에 이를 전망이다. 매년 결혼은 줄고, 재혼은 늘어난다. 경기 침체에 청년은 결혼·출산·육아를 포기하고, 백세 시대에 노년은 두세 번 결혼할 기회가 늘어난다. 가부장적인 질서는 무너지고, 여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부부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의 이혼율은 세계 3위다. 이혼공화국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이혼 사유는 ①돈 문제, ②성(性) 문제, ③성격 문제다. 결혼 기간이 5년 미만인 허니문 이혼이 23%이고, 20년 이상인 황혼 이혼이 30%이고, 자녀 없이 이혼한 부부가 50%를 넘는다. 황혼 이혼은 부부 간의 문제를 넘어선다. 가정이 해체되면서 위자료·재산분할·상속 문제로 불거지고, 황혼 재혼으로 이어져 사회 문제를 일으킨다. 1인 가구가 노년층에 집중되어 있어, 노인 빈곤, 고독사, 자살 등의 비극으로 끝날 수도 있다.
 
최근 실시한 ‘10년 후 결혼에 대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미혼 남녀 34%에서 기존 결혼이 유지되고, 47%에서 사실혼(동거)이 결혼보다 성행하고, 55%에서 혼전계약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혼전계약에는 부부생활, 재산관리, 양가 집안, 가사 분담 수칙을 포함한다. 미래 결혼의 모습으로 계약 결혼이나 졸혼(卒婚)을 꼽는다. 계약결혼은 남녀가 계약 조건에 따라, 일정 기간 부부처럼 함께 사는 것이다. 졸혼은 결혼을 졸업한다는 것인데, 결혼을 유지한 채 부부가 각자 혼자 사는 것이다.
 
“타자는 지옥이다.” 사르트르의 말이다. 그와 보부아르의 계약결혼은 유명하다. 계약 조건은 이렇다. ①타자와 사랑하는 것을 허락한다. ②숨기거나 거짓말하지 않는다. ③경제적으로 독립한다. “결혼하라. 후회할 것이다. 결혼하지 마라. 후회할 것이다.” 키르케고르의 말이다. 그는 10살이나 어린 올센과 약혼하지만 1년 후에 파혼하고, 직업도 없이 떠돌다 42살에 비극적인 삶을 마감한다. 함께 사는 사람은 자주 갈등과 자기억제에 빠지고, 혼자 사는 사람은 쉽게 고독과 절망에 떨어진다.
 
부부는 혼자 사는 듯 함께 사는 것
 
결혼은 3단계로 발전해 왔다. 농경시대에는 생존과 안전을 위해서, 산업화시대에는 정서적 안정과 소속을 위해서, 오늘날에는 자존감과 자아실현을 위해서 결혼을 한다. 현대인에게 가정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가정에서 부부는 네 가지 기본 역할이 있다. 섹스 파트너, 친구, 사업 동반자, 상보자(相補者)다. 결혼생활에서 모두 작동한다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두 개만 충족하더라도 부부관계는 유지된다.
 
부부가 어떻게 사는 게 현명한 것일까? 혼자 사는 듯이 함께 사는 것이다. 혼자 사는 듯이란 무슨 뜻인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나 스스로 책임지는 것이다. 동시에 상대의 자유를 존중하고, 상대가 책임지는 것을 공감하는 것이다. 함께 사는 것은 무슨 뜻인가. 두 톱니바퀴가 이가 맞아 하나의 시스템으로 돌아가듯이, 부부가 가정이라는 새로운 유기체를 형성하는 것이다. 자유와 책임, 존중과 공감, 함께 있음으로 혼자 사는 듯이 함께 삶을 창조해 나가는 것이다.
 
자, 그에게로 돌아가자. 성공적인 재혼을 위한 탁월한 처방은 무엇일까? 세 가지 미덕을 떠올려 본다. 중용에 이런 말이 있다. “지(知)·용(勇)·인(仁)은 천하의 삼덕(三德)이다.“ 첫째, 지혜(知)다. 인생에서 지혜란 무엇일까? 과거의 경험에서 배우고, 미래에 적용하는 것이다. 행복을 위해 재혼을 생각하지만, 재혼한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재혼하면 피할 수 없는 갈등이 있다. 재산 손실, 자녀 문제, 구속 등 여러 문제가 생긴다. 하지만 다시 해보는 것이라 더 잘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재혼은 조심스럽고, 따져야 할 내용이 많고, 확실한 신원 인증도 필요하다. 성공적인 재혼은 부부의 노력뿐 아니라 주변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지혜로운 자는 의혹하지 않는다.”
 
둘째, 용기(勇)다. 인생에서 용기란 무엇일까? 과거에 얽히지 않고 현재에 사는 것이다. 꿈을 가지고 미래를 창조해 나가는 것이다. 재혼을 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첫 결혼 실패에 대한 잔상이다. 다시 헤어질 것 같은 두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스스로를 지키고 보호하려고만 한다면, 결국 고독 속에 갇히게 된다. 또 한 번의 실패가 있더라도 새로운 모험을 해봐야 한다. 당당한 재혼을 통해 두 번째 사랑을 되찾아야 한다. “용기 있는 자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셋째, 사랑(仁)이다. 아무리 험해도 내 집만 한 곳은 없다. 부부는 영원한 애인이고 친구며 보호자다. 혼자 사는 것도 장점이 있지만, 백세 시대에 누군가 마음을 나눌 상대가 필요하다. 인간은 서로 의지하고 소통하고 대화해야 살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서로 돌봐줄 사람도 필요하다. 인생에서 행하는 모든 것은 사랑을 얻기 위해서거나, 결핍된 사랑을 보상받기 위한 것이다. 사랑은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딘다. “어진 자는 근심하지 않는다.”
 
후박사 이후경 -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임상집단정신치료] [후박사의 마음건강 강연시리즈 1~5권] [후박사의 힐링시대 프로젝트]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후박사 이후경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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