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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의 에코 파일] 초강력 허리케인, 정말 온난화 탓일까?

중앙일보 2017.09.09 05:00
초강력 태풍·허리케인, 온난화 탓인가

초강력 허리케인 '하비'에 이어 '어마'
미국 플로리다에 상륙 전망 '비상사태'

태풍·허리캐인과 온난화 연관성 제기돼
해수온도·기온 상승하면 수증기 늘어나

온난화 지금처럼 계속되면 2100년 경
한반도 접근 태풍 숫자 지금의 두 배로
슈퍼태풍 한반도까지 북상할 가능성도

북서 태평양에서 동시 두 개의 태풍이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미항공우주국(NASA)]

북서 태평양에서 동시 두 개의 태풍이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미항공우주국(NASA)]

9월 초 미국 텍사스 주를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Harvey)’의 충격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인근 플로리다 주 주민들은 또다시 초강력 허리케인 ‘어마(Irma)’가 상륙할 것이란 소식을 접하고 공포에 휩싸인 상태다.

현지 시각으로 5일 어마는 중심 최대 풍속이 시속 300㎞ 수준에 이르러 ‘5등급(카테고리 5)’으로 발달했다.
허리케인 1~5등급 중에서 5등급은 가장 위력이 강한 것으로 중심 최고 풍속이 시속 253㎞ 이상을 말한다.
카리브해 서인도제도를 통과하면서 세력이 다소 약해지겠지만, 엄청난 피해를 낼 것으로 우려되면서 플로리다 주 곳곳에는 비상사태가 선포되고, 해안 리조트 관광객들에게는 대피령도 내려졌다.
초강력 허리케인 ‘하비’가 미국 텍사스주를 강타한 가운데 텍사스주 최대 도시 휴스턴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물에 잠기자 구조보트들이 주민들을 안전한 곳으로 실어나르고 있다.[AFP=연합뉴스

초강력 허리케인 ‘하비’가 미국 텍사스주를 강타한 가운데 텍사스주 최대 도시 휴스턴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물에 잠기자 구조보트들이 주민들을 안전한 곳으로 실어나르고 있다.[AFP=연합뉴스

이에 앞서 허리케인 하비는 텍사스 주에 일부 지역에 나흘 동안 1000㎜가 넘는 엄청난 비를 퍼부었다. 이로 인해 70여 명이 숨지거나 실종됐고, 최대 1900억 달러(약 214조 원)의 재산 피해를 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9월 초 미국 텍사스 주를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 [사진 미항공우주국(NAS)]

9월 초 미국 텍사스 주를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 [사진 미항공우주국(NAS)]

지구 반대쪽 태평양에서도 올해 많은 태풍 피해가 발생했다.

7월 말 대만에서는 9호 태풍 ‘네삿’과 10호 태풍 ‘하이탕’이 동시에 상륙하면서 주민 130명가량이 다쳤고, 65만 가구가 정전을 겪었다.
2013년 필리핀에 상륙해 엄청난 인명 피해를 낸 태풍 하이옌. 태풍의 눈이 뚜렷하다. [사진 미항공우주국(NASA)]

2013년 필리핀에 상륙해 엄청난 인명 피해를 낸 태풍 하이옌. 태풍의 눈이 뚜렷하다. [사진 미항공우주국(NASA)]

이에 앞서 2013년 11월에는 태풍 ‘하이옌’이 필리핀에 상륙했는데, 당시 필리핀에서만 63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에서는 1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태풍 하이예는 필리핀에 상륙하기 전 중심 최대풍속(10분 평균)이 시속 280㎞ 안팎까지 이르기도 했다.
 
 
이처럼 강력한 태풍이나 허리케인이 자주 발생하면서 이런 초강력 태풍이나 허리케인이 지구온난화, 혹은 기후변화 탓이 아니냐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과학자들은 개별 태풍과 기후변화를 연관시키는 데 주저해왔지만, 초강력 태풍이 자주 발생하면서 거기에 동의하는 학자들이 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대기와 해양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태풍의 파괴력이 지속되도록 에너지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허리케인 하비의 경우도 멕시코 만(灣)의 해수온도가 높았던 게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멕시코 만의 경우 최근 20~30년 동안 평균 표층 수온이 0.5도 상승했고, 이로 인해 대기 중의 수증기가 3~5%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열역학 관련 클라우시스-클라페이론 방정식(Clausius-Clapeyron equation)에 따르면 기온이 섭씨 1도 상승하면 대기는 수증기를 7% 더 포함할 수 있다.
 
태풍 전문가인 제주대 문일주(해양산업경찰학과) 교수는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 전체적으로 태풍 숫자는 줄겠지만 강력한 태풍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한다.

적도 부근에 쌓인 열을 중위도 지방으로 보내는 역할을 하는 게 태풍이므로 초강력 태풍이 한꺼번에 에너지를 이송한다면 태풍이 자주 발생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지난 8월 일본에 상륙한 태풍 '노루'. 18일 간 생명을 유지한 장수 태풍이었다. [자료 기상청]

지난 8월 일본에 상륙한 태풍 '노루'. 18일 간 생명을 유지한 장수 태풍이었다. [자료 기상청]

대신 지구온난화로 해수온도가 상승하고, 여름철이 길어진다면 태풍이 한반도로 다가올 가능성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해 10월 '2016년 한국기상학회 가을 학술대회'에서는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21세기 말에는 한 해 동안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 숫자가 지금보다 최대 두 배로 늘어날 것이란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서울대와 부산대·한국해양대·극지연구소. 미국 캘리포니아대(UCLA)와 홍콩시립대 등의 공동연구팀은 "2100년경에는 한 해 동안 한반도와 일본으로 향하는 열대저기압(태풍) 숫자가 지금보다 약 4개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북상하는 태풍 가운데 일부는 한반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고, 따라서 지금보다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 숫자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 숫자가 연평균 3.1개로 최대 두 배까지 늘어날 수도 있는 셈이다.

2005년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진 미항공우주국(NASA)]

2005년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진 미항공우주국(NASA)]

문 교수는 “태풍의 경우 북위 27도 부근, 즉 대만 부근 해역에서 가장 강력해지고, 그 다음부터는 약해지는데 해수온도가 높게 유지되면 태풍이 세력을 잃지 않고 한반도로 다가올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10월 초 부산과 울산 지역을 강타한 태풍 ‘차바’에 주목해야 한다고 문 교수는 강조한다.

지난해 10월 6일 제18호 태풍 차바가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앞 방파제에 집채 만한 파도를 일으키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10월 6일 제18호 태풍 차바가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앞 방파제에 집채 만한 파도를 일으키고 있다. [중앙포토]

10월 초인데도 한반도에 강력한 태풍이 불어왔다는 것은 ‘슈퍼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할 가능성도 커졌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의 기준에 따르면 ‘슈퍼 태풍’은 중심 부근 최대 풍속이 초속 67m 이상인 태풍이다.

2003년 9월 태풍 `매미'가 지나 간 부산항 신감만부두의 컨테이너용 대형 크레인 6대가 엿가락처럼 휘어져 있다.[중앙포토]

2003년 9월 태풍 `매미'가 지나 간 부산항 신감만부두의 컨테이너용 대형 크레인 6대가 엿가락처럼 휘어져 있다.[중앙포토]

지난 2003년 9월 12일 태풍 ‘매미’는 제주에서 최대 순간 풍속이 초속 60m에 이르렀다.

가장 세력이 강했을 때는 중심최대풍속이 초속 75m에 이르렀지만, 한반도에 접근하면서 세력이 다소 약해진 것이다.
슈퍼태풍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에 근접했던 ‘매미’로 인해 당시 전국에서 4조2225억원에 이르는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결국 지구온난화가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한반도에도 초강력 슈퍼태풍이 상륙할 수도 있다는 얘기고, 그에 따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인 셈이다.
 
☞태풍·허리케인

테풍과 허리케인을 포함한 열대저기압의 경로 [자로 NASA]

테풍과 허리케인을 포함한 열대저기압의 경로 [자로 NASA]

태풍이나 허리케인은 열대 바다에서 만들어지는 강력한 열대저기압을 말한다.

태양에너지로 적도 바다가 데워지면 바닷물이 증발하면서 고온다습한 공기가 바다 수면 위에 모이게 된다.
따뜻한 공기가 상승하면서 저기압 지역이 생겨나고, 저기압은 주변의 덥고 습한 공기를 계속 빨아들인다.
공기가 몰려들고 상승하는 과정이 점점 더 강화되면서 회오리바람이 만들어지고 태풍·허리케인으로 발달하게 된다.
태풍·허리케인은 만들어지는 해역에 따라 북서태평양에서 태풍으로, 동태평양과 대서양에서는 허리케인으로, 인도양에서는 사이클론으로, 남태평양에서는 윌리윌리로 불린다.
태풍은 적도가 극지방보다 태양에너지를 더 많이 받으면서 생기는 열적 불균형을 해소시켜주는 역할을 하며, 대기와 바다를 뒤섞어 오염을 정화하는 역할도 한다.
태풍은 1945년 일본 히로시마나 나가사키에 투하됐던 원자폭탄의 1000배 위력을 갖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열대저기압 중에서 중심 부근의 최대풍속이 초속 33m 이상인 것을 태풍(TY), 25∼32m인 것을 강한 열대폭풍(STS), 17∼24m인 것을 열대폭풍(TS), 그리고 17m 미만인 것을 열대저압부(TD)로 구분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최대풍속이 17 m 이상인 열대저기압을 모두 태풍이라고 부른다.
 
태풍 허리케인 관련기사
 

 
관련 도서
『날씨과학』

 
게르하르트 슈타군 지음 ∣ 안성철 옮김 ∣ 옥당
독일 출신의 과학기자인 저자가 기상 관측과 예보, 날씨 현상을 두루두루 소개하고 있다. 특히 태풍의 생성 과정에 대해 그래픽과 함께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 
 
 
  
 
 
 
 
 
『시그널, 기후의 경고』
 
안영인 지음 ∣ ENZAIM
 
기상전문기자인 저자가 기후변화, 대기오염 등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지금처럼 지구온난화가 계속 진행될 경우 어떤 일을 겪게 될 것인지를 구체적인 데이터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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