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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데자뷔 … 사드, 노 정부 이라크 파병 결정 때와 판박이

중앙일보 2017.09.09 01:58 종합 4면 지면보기
주한미군이 차량을 이용해 8일 밤 경북 성주 기지에서 전날 임시 배치가 완료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발사대 주변을 순찰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주한미군이 차량을 이용해 8일 밤 경북 성주 기지에서 전날 임시 배치가 완료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발사대 주변을 순찰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문재인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임시배치 과정이 2003년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 파병 결정 때와 붕어빵처럼 닮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14년 만의 데자뷔’다.
 

14년 전 이라크 파병 되돌아보니
미 요청 → 소규모 파병 → 추가 요청
재신임 카드로 부시 설득 시간 벌기
결국 1년 뒤 추가 파병, 지지층 반발
문 대통령, 당시 청와대서 직접 겪어

지난 7일 정부가 사드를 성주골프장에 전격 배치하자 문재인 정부를 지지해 온 진보 진영의 반대 여론이 커지고 있다. 8일 청와대 앞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불법 부당한 사드 추가 배치 강행 규탄’ 집회가 열렸다. 집회 참가자들의 팻말에는 ‘박근혜 적폐 문재인 완성’ ‘우리가 만든 촛불정부 맞는가’라는 항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이라크 파병 결정 때 비슷한 후폭풍을 겪었다. 2003년 3월 20일 이라크를 공격한 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당시 취임 한 달이 채 안 된 노 전 대통령에게 파병을 요청했다. 당시에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계속돼 미국에서 선제공격론이 대북 카드의 하나로 거론되던 상황이었다. 파병 요구를 외면하기 힘들었던 노무현 정부는 2003년 4월 소규모 비전투병을 파병했다. 병력은 673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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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국은 그해 9월 추가 파병을 요청해 왔다. 지지층 사이에 반대 여론이 들끓자 노 전 대통령은 “국민 여론을 최우선 고려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여론은 파병 반대론이 56.1%(9월 15일자 중앙일보 여론조사)로 우세할 때였다.
2003년 4월 30일 새벽 이라크로 파병되는 서희·제마부대 장병들이 비행기 탑승 전 동료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 [뉴시스]

2003년 4월 30일 새벽 이라크로 파병되는 서희·제마부대 장병들이 비행기 탑승 전 동료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 [뉴시스]

 
이 와중에 노 전 대통령 집사인 최도술 전 총무비서관이 연루된 SK 비자금 사건이 터지자 노 전 대통령은 “국민에게 재신임을 묻겠다”(10월 10일)면서 자신의 직을 내걸었다. 그로부터 열흘 뒤인 10월 20일 부시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노 전 대통령은 파병 요구와 관련해 “재신임 국민투표라는 국내적 절차가 선행돼야 하니 구체적인 결정은 좀 뒤로 미루자”고 설득했다. 시간을 벌어놓은 노무현 정부는 1년 뒤인 2004년 8월에야 평화재건군을 파병했다. 3000여 명의 전투병이 파견되긴 했지만 대부분 후방에서 재건활동에 주력했다. 하지만 지지층은 “명분 없는 전쟁에 동참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문 대통령은 14년 전 청와대 민정수석 신분으로 이 과정을 직접 겪었다.
 
사드 배치 전개 과정을 보면 이라크 파병 결정 때와 흐름이 판박이 같다는 얘기가 나온다. 미국의 적극적 요구로 불이 붙었다는 점, 지지층이 반대하는 사드 도입 문제를 놓고 ‘절차적 정당성’을 앞세워 국회 비준 동의를 강조하거나 환경영향평가로 시간을 벌어두는 과정 등이 그렇다.
 
결정 이후 지지층의 격한 반발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의 우군 역할을 해왔던 정의당은 사드가 배치된 지난 7일 당 상무위에서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정부 출범 초 약속했던 사드 배치 진상 규명, 국회 공론화, 전략 환경영향평가 세 가지를 모두 뒤집었다”(이정미 대표)면서다. 김종대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트럼프의 푸들로 전락했다”고까지 비난했다. 강은미 부대표와 김종대 의원은 8일 국방부를 항의 방문했다. 이에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일부 지지층이 반발하곤 있지만 사드 배치에 찬성하는 국민 여론이 우세하다”며 “지지층 내의 후폭풍이 그리 크진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7월 4~6일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사드 배치에 찬성하는 비율은 57%, 반대는 27%였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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