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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직업 리포트] 20달러로 사업해 보는 호주 아이들, 3D프린터로 물건 만드는 미국 교실

중앙일보 2017.09.09 01:38 종합 8면 지면보기
③·끝 디지털 시대 인재 키우는 지구촌
AI시대 헤쳐나갈 실전형 교육

호주, 기업 운영 가르치고 밑천 대줘
분뇨로 거름 장사, 미니카페 운영 …
“회계 용어 익히고 사업 자신감 생겨”

미국, 만들 물건 정해 컴퓨터 설계
3D프린터로 결과물 직접 뽑아내
“도전하고 성공·실패하며 경험 쌓아”

사업 체험교육에 참여한 호주 청소년들. [사진 FYA]

사업 체험교육에 참여한 호주 청소년들. [사진 FYA]

호주 중부 앨리스 스프링스에 사는 중학생 제스로·제트·제이크는 지난해 ‘JJJ 훈련소(Boot Camp)’라는 이름의 유료 운동 프로그램을 열었다. 인근 학교의 교사들이 소정의 참가료를 내고 함께 스포츠를 매개로 친목을 다지는 프로그램이었다. 사업 밑천은 60호주달러(약 5만3000원)로, 전단지를 만들어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데 쓰였다. 거둬들인 참가료는 300호주달러였다.
 
학생들은 “우리도 마음만 먹으면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걸 배웠다”며 “직접 사업을 해 보니 매출이나 영업이익 같은 회계 용어도 쉽게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단돈 20달러로 사업을 경험해 보게 하는 호주의 ‘20달러 보스 프로그램’에서 나온 사례다. 호주의 비영리 교육단체 ‘FYA(the Foundation for Young Austrailians·호주청년재단)’가 2014년 시작한 이 프로그램엔 지난해에만 236곳의 학교에서 1만186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내용은 단순하다. 학생들에게 사업 밑천으로 쓸 20달러를 나눠준다. 그리고 기업 운영에 대한 기본 개념을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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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돈으로 무슨 창업이 가능할까 싶지만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어떤 아이들은 동네 목장에서 나오는 분뇨를 비닐 봉지에 담아 원예용 거름으로 팔았다. 또 다른 아이들은 학교 한 편에 카페를 열어 과자와 차를 팔았다. 매듭 염색 기법을 배워 양말과 티셔츠를 만든 아이들도 있었다.
 
하나의 과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수행해 보게 하는 이런 실전형 교육을 프로젝트형 교육이라 부른다. 최근 선진국에서 빠르게 확산하는 추세다. 미래형 인재의 핵심 역량으로 꼽히는 창의성·협동심·추진력·기획력 같은 능력이 책상 공부로는 잘 길러지지 않아서다.
 
FYA의 브로닌 리 부대표는 “세상이 너무 빨리 바뀌면서 지금 자라는 아이들에겐 어떤 지식과 어떤 기술이 필요할지가 짐작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가장 필요한 건 실제로 뭔가를 만들며 교훈을 스스로 얻는 실전 훈련”이라고 말했다.
 
20달러 보스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의 91%는 ‘나도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98%는 ‘기업이 어떻게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됐다’고 답했다.
 
3D프린터를 비치한 미국의 교실. [사진 메이커봇]

3D프린터를 비치한 미국의 교실. [사진 메이커봇]

프로젝트형 교육이 성행하는 또 다른 나라는 미국이다. 코딩 교육을 가장 공격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인 미국에선 최근 3차원(3D) 프린터를 활용한 수업이 인기다. 아이들은 어떤 물건의 원리를 배운 뒤 직접 그 물건을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설계하고, 이를 3D프린터로 뽑아내 제대로 작동하는지까지 확인하는 것이다.
 
미국 5000여 개 학교가 이미 3D프린터실을 확보했다. 3D프린터 시장 세계 1위 회사인 스트라타시스 오머 크리거 아태지역 대표는 “책상 앞에 앉아 언제 쓰일지 모르는 지식을 쌓는 아이들은 미래 사회에서 큰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실제로 뭔가에 도전하고 결과물을 만들어 내며 성공과 실패를 겪어 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프로젝트형 교육에서 가장 강조하는 역량 중 하나가 협동심이다. 치열한 입시 경쟁 속에서 친구들을 넘어서야 할 대상으로 가르치는 한국 교육이 가장 취약하다고 지적받는 부분이다. 이민화 KAIST 교수는 “기계는 인간처럼 자신의 의도를 설명하고 상대방의 협력을 이끌어 내지 못한다”며 “창조적 생산을 위해 협력하는 역량을 가진 인재가 미래엔 각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 이 보도는 삼성언론재단이 지난 2월 공모한 기획취재 지원사업 선정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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