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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복의 토요 인터뷰] 전술핵 재배치, 쉽지도 않겠지만 북한에 영향도 못 미쳐

중앙일보 2017.09.09 01:01 종합 18면 지면보기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보는 북한 6차 핵실험 
문정인 특보는 “미군이 전술핵을 한국에 재배치하더라도 한국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다는 북한의 인식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공포의 균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

문정인 특보는 “미군이 전술핵을 한국에 재배치하더라도 한국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다는 북한의 인식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공포의 균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

여섯 번의 핵실험 끝에 인도와 파키스탄은 핵보유국이 됐다. 북한도 6차 핵실험까지 마쳤다. 이제 북한은 핵보유국 아닌가.
“핵탄두와 핵물질 양, 핵실험 횟수, 운반수단 보유 여부, 핵탄두 소형화·경량화·규격화 등 핵보유국 판별 기준으로 보면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순 없기 때문에 북한 비핵화란 목표는 포기할 수 없다.”
 

인정할 순 없지만 북은 핵보유국
그래도 북 비핵화 목표 포기 못해

전쟁 파국 막는 게 한국의 역할
한국 동의 없이 선제타격 어려워

우리 운명은 당연히 우리가 결정
운전석 앉기 힘들어도 노력은 해야

‘유화 정책’ 트윗, 미 주류도 비판
북핵 해결 못한다는 숙명론 안 돼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전술핵 재반입을 통한 ‘공포의 균형’ 전략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부쩍 커지고 있다.  
“군사와 민간 부문을 동시에 타격하는 것이 전략핵이라면 군사적 목표물만 타격하는 것이 전술핵이다. 한반도처럼 군사 지역과 민간 지역이 혼재돼 있는 곳에서는 그 구분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한때 900개가 넘었던 전술핵을 1991년 주한미군이 철수한 데는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도 있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존 쿠시먼 전 주한미군 제1군단장 회고록에 따르면 한국에 배치된 전술핵을 방호·관리하는 데만 4000~5000명의 병력과 막대한 예산이 들었다고 한다. 재래식 전력으로 전술핵을 보호해야 하는 딜레마 때문에 한국에서 전술핵을 철수시킨 측면도 있다는 얘기다. 미국을 설득하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전술핵의 존재 자체가 대북 억지효과를 내지 않을까.
“핵 억지력의 세 요소는 인식·능력·정치적 의지다. 제일 중요한 게 인식이다. 전술핵을 한국에 다시 가져다 놓는다고 해도 한국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다는 북한의 인식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행동에는 하등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유럽처럼 전술핵을 미군과 공동 운영하자는 주장도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일부 국가에 미국의 전술핵이 있지만 관리는 기본적으로 미군이 한다. 또 그걸 사용하려면 미 대통령으로부터 코드를 받아야 한다. 말이 공유이지 실질적 사용 권한은 미국에 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 정부의 ‘유화 정책’을 조롱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를 계기로 한·미 동맹의 균열을 우려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론이 고조되고 있다.
“지지세력의 기대를 저버리면서까지 문 대통령은 미국과 적극 공조하고 있다. 유화 정책이란 말이 왜 나오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CFR) 회장은 트럼프의 트윗은 ‘한국 정부에 엄청나게 모욕적인 언사’라고 했다. NBC 선임 국제전문기자인 앤드루 미첼도 ‘한국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했다. 미국 사회 주류 인사들도 트럼프를 비판하고 있다. 그런데도 되레 문 대통령을 비판하는 한국인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인지 묻고 싶다.”
 
미 본토를 사정권에 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로 북핵은 미국에 대한 북한의 위협으로 문제의 차원이 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나.
“무엇보다 파국을 막는 역할이다. 한·미 동맹을 공고히 하는 것은 대북 억지 목적도 있지만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을 억지하는 목적도 있다.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의 선순환구조를 만드는 것도 우리가 할 일이다. 우발적 충돌에 따른 긴장 고조를 막기 위해서도 남북 대화는 필요하다. 북한 문제를 놓고 경합 중인 두 개의 패러다임, 즉 압박과 제재 중심의 한·미·일 패러다임과 조건 없는 대화 중심의 중·러 패러다임을 조화시켜 큰 틀의 전략적 그림을 그리는 역할도 한국이 해야 한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의 ‘운전자론’을 ‘헛소리’라고 일축했다.
“우리 운명을 우리가 결정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당위의 문제다. 미·중에 맡겨서도 안 되고, 북한 혼자 결정하게 해서도 안 된다. 물론 운전석에 앉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도 노력은 해야 한다.”
 
중국을 지렛대로 북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 트럼프의 접근법이다. 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는 갈수록 밀착하고 있다. ‘코리아 패싱’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제재와 압박에 동참하면서도 결국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 코리아 패싱은 일어날 수 없다. 군사행동은 물론이고, 제재와 압박도 한국이 동참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한국이 미국을 필요로 하는 만큼 미국도 한국을 필요로 한다.”
 
한국의 동의 없는 군사적 옵션은 있을 수 없다는 게 문 대통령의 입장이지만 주한미군 이외의 미군 전력으로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것은 한국의 동의가 필요 없는 미국의 주권사항이란 주장도 있다.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미 본토라든가, 부속령인 괌 같은 곳에 북한이 실질적인 위협을 가한다면 유엔 헌장의 정당방위 원칙에 따라 군사행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선제타격이나 예방전쟁은 우리의 동의 없이는 어렵다. 특히 주한미군이 중심이 되는 한반도에서의 전쟁 행위는 대한민국 군 통수권자의 동의 없이는 안 된다.”
 
동결로 시작해 폐기로 끝낸다는 게 문 대통령의 북핵 해법 구상이지만 이미 만들어 놓은 핵무기는 북한이 절대 포기할 리 없다는 게 대다수 사람의 생각이다. 결국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갖고 접근해야 아이디어도 나온다. 북한이 이미 핵을 가졌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다는 숙명론에 빠져서는 안 된다.”
 
‘미국 우선주의’를 추구하는 트럼프의 동맹관이 걱정스럽다. 미 국민의 안전이 우선이란 이유로 한·미 동맹을 깨고, 미국의 방어선을 한국에서 일본으로 후퇴시킬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북한이 핵무장을 하도록 방치해 놓고 한반도에서 빠진다? 그건 상당히 무책임한 처사다. 그렇게 나온다면 우리도 살길을 찾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 없이 일본하고만 협력해서는 중국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없다는 걸 미국도 잘 알기 때문에 한국을 쉽게 포기하진 못할 것이다.”
 
트럼프가 국내 정치적 곤경을 타개하기 위해 대북 군사옵션을 선택할 가능성은 없을까.
“국제정치학에서 말하는 ‘희생양 이론’이다. 아무리 트럼프가 대통령으로서 힘을 갖고 있다 해도 미국 민주주의가 그걸 쉽게 허용하진 않을 것이다. 설사 그런 상황이 온다 해도 한국이 ‘노(No)’ 하고, 중·러가 ‘노’ 하면 트럼프도 쉽지 않을 것이다.”
 
[S BOX] “외교안보 전략가? 글쎄…그 점에 대해선 노코멘트”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안보 책사(策士)? 우선 떠오르는 사람은 문정인(66)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다. 문 대통령은 그를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로 위촉하면서 “새 정부의 통일외교안보 정책 기조와 방향을 저와 의논하고 함께 챙길 것”이라며 각별한 신임을 나타낸 바 있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한 다음 날인 지난 4일, 청와대 창성동 별관 5층 사무실에서 문 특보를 만났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이 줄을 잇고 있으니 대통령과 자주 만나고, 수시로 전화 통화도 할 걸로 예상했지만 그런 건 아니라고 했다.
 
통일·외교부 업무보고 때 문 대통령은 미·중 2강(强)에 의존하는 기존의 외교적 관성에서 벗어난 ‘창의적 외교’를 주문했다. 지난 정부와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외교안보 라인에 대한 질책 아닌가.
“관료 출신이 주축을 이룬 외교안보 라인은 위기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중점을 두기 마련이다. 자연히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 차원에서 한발 더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대통령이 그렇게 표현한 것으로 해석한다.”
 
국가안보실장은 통상 전문이고, 외교부 장관도 북핵 경험이 전무하다. 주재국 전문가로 보기 어려운 4강 대사 인선도 그렇다. 외교안보 라인의 전면 교체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외교안보는 개인이 하는 게 아니라 시스템으로 하는 것이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외교안보 분야에 전략가가 안 보인다는 지적이 많다. (문 대통령 말대로라면) 문 특보가 그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글쎄… 그 점에 대해서는 노코멘트.”
 
배명복 칼럼니스트 bae.myungbok@joongang.co.kr
정리=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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