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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유대인이 폭로한 유대인의 ‘종족청소’ 실상

중앙일보 2017.09.09 01:00 종합 26면 지면보기
팔레스타인 비극사
일란 파페 지음, 유강은 옮김, 열린책들

순혈국가 바랐던 시온주의자들
학살·약탈·강간까지 저지르며
80만 팔레스타인 고향서 추방

“오늘날에도 반인도적 범죄 계속”
조국서 쫓겨난 저자 살해 위협도

 
이스라엘은 우리에게 동병상련(同病相憐)을 일으킨다. 양국 다 ‘나라 없는 설움’을 뼈저리게 느꼈다. 이스라엘은 여러 면에서 놀라운 나라다. 1948년 건국 후 860만 이스라엘 사람은 4억2000만 아랍인과 다섯 차례의 전쟁에서 계속 승전보를 남겼다.
 
“국어만 지키면, 다시 나라를 찾을 수 있다”는 말도 있지만, 이스라엘은 거의 사어(私語)가 된 히브리어를 복원해 국어로 삼았다. 우리 형편에 맞춰 역사적 가정을 해본다면 이런 얘기다. ‘임진왜란 때 우리나라가 망한다. 우리 민족은 동아시아 전역으로 뿔뿔이 흩어진다. 45년 해방으로 다시 나라를 되찾았지만 우리말은 사라지고 없다. 해방 조국에 모인 우리는 중국어·일본어나 중국어·조선어, 태국어·조선어가 혼합된 말을 쓴다. 『훈민정음 해례본』(1446) 등의 고문을 바탕으로 우리말을 복원해 국어로 삼는다.’
 
이스라엘은 참 대단한 나라다. 하지만 어둠도 있다. 『팔레스타인 비극사』가 밝히고 있는 것처럼 이스라엘 건국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겐 비극의 시작이었다. 유럽에서 피해자였던 이스라엘 사람들이 중동에서는 가해자가 됐다.
 
저자 일란 파페 영국 엑시터대 교수는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유대인이다. 그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빈 땅 사막’에 건국해 옥토를 일궜다는 식의 황당한 인식은 당연히 거짓말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그들의 지도자들의 결정에 따라 스스로 팔레스타인을 떠났다’는 이스라엘 공식 역사도 거짓말이다.
 
팔레스타인에서 쫓겨난 이들이 머물렀던 레바논 북부 나헤르알바리드 난민촌. [사진 열린책들]

팔레스타인에서 쫓겨난 이들이 머물렀던 레바논 북부 나헤르알바리드 난민촌. [사진 열린책들]

광범위한 이스라엘 공식문서와 전세계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저자가 폭로하는 실상, 혹은 ‘주장’은 이렇다. 이스라엘 건국 이후인 1948~49년 80만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고향을 등져야 했다. 엑소더스(Exodus)였다. 히브리인들의 이집트탈출과 달리 자의로 떠난 게 아니었다. 학살과 약탈과 강간도 있었다. 전쟁이 수반하는 우발적인 비극이 아니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추방은 ‘플랜 D’라는 시온주의자들의 거대한 사전 계획으로 실행됐다. 계획의 설계자는 이스라엘 초대 총리이자 건국의 아버지인 다비드 벤구리온(1886~1973)이었다. 시온주의자들은 유대인만으로 구성된 순혈(純血) 국가를 바랐다.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해방’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재난’이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식민지로 삼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마찬가지로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을 펼쳤다.
 
저자는 ‘종족청소(ethnic cleansing)’ 정책이 오늘날에도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종족청소는 90년대 유고슬라비아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나온 말이다. 팔레스타인 상황에도 적용된다는 게 저자의 인식이다. 한마디로 이스라엘은 종족청소라는 ‘인도(人道)에 반(反)한 죄(罪)(crime against humanity)’를 48년 이후 줄곧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파장이 컸다. 일란 파페 교수는 2007년 하이파대에서 ‘사임(辭任)’당했다. ‘제1호 공공의 적’이 됐다. 이스라엘 의회가 그를 규탄했다. 어떤 유명 칼럼니스트는 “그를 죽이라고 하지는 않겠지만 그가 죽임을 당하더라도 놀라지 않겠다”는 칼럼을 썼다. 저자는 영국으로 이주했다.
 
왜 이 책을 읽어야 할까. 우리는 세계가 독도·위안부 문제를 공정하게 보기를 바란다. 세계인으로서 우리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양쪽의 시각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김환영 논설위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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