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물인터넷 시범 서비스 3년째, 서울 북촌에 가보니] 17개 서비스 중 8개 사라져

중앙일보 2017.09.09 00:02
서울시는 환경 제공, 관련 업체가 서비스 구축 … 실증기간 끝나자마자 8개 서비스 종료
 
서울시가 사물인터넷 시범 사업 중 하나로 정해 2015년 서비스 한 '북촌 VR 게임'. [사진·서울시]

서울시가 사물인터넷 시범 사업 중 하나로 정해 2015년 서비스 한 '북촌 VR 게임'. [사진·서울시]

지하철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에서 나와 북촌 가회동 성당 방향으로 가다 보면 곳곳에 센서가 달린 사물인터넷(IoT) 스마트 쓰레기통을 볼 수 있다. 이 쓰레기통은 윗부분에 부착된 적외선 센서가 쓰레기 적재량을 감지하고, 쓰레기가 가득 차면 종로구청 청소행정과 담당자에게 관련 내용을 전달한다. 이를 바탕으로 환경미화원의 수거경로를 효율적으로 설정할 수 있다.
 
스마트 쓰레기통은 지난 2015년 서울시가 북촌을 사물인터넷 육성 시범 사업지구로 조성하면서 도입됐다. 한옥마을로 유명한 북촌은 주거지역과 관광지가 뒤섞여 주민들의 주차난과 쓰레기 문제, 안전 문제 등에 대한 불만이 많은 곳이다. 이에 북촌의 공공시설물에 센서를 탑재해 시설물 고장이나 주차공간 등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서울시가 북촌을 사물인터넷 육성 시범 사업지역으로 지정했다. 당시 관광·안전·교통·환경 분야로 나누어 총 17개의 서비스를 선보였다.
 
참여 기업들 수익 안 나 서비스 중지
스마트 방재 하우스는 실시간으로 온도, 습도, 연기 등의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이를 소방서 등 유관기관에 전달해 재난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 [사진·김성희 기자]

스마트 방재 하우스는 실시간으로 온도, 습도, 연기 등의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이를 소방서 등 유관기관에 전달해 재난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 [사진·김성희 기자]

 
그로부터 2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북촌에서 현재 사용되고 있는 사물인터넷 서비스는 9개다. 김현곤 서울시 정보기획담당관 IoT 정책팀 주임은 “북촌은 IoT 육성 시범 사업지역이었던 만큼 서울시에서는 환경을 제공하고, 해당 서비스 업체들이 관련 센서 등을 직접 구축하여 서비스 하는 방식이었다”며 “북촌에 실증을 한 업체들은 실증기간 동안 기술 검증, 사용자 피드백, 사업성 판단 등 실증 목적을 달성했거나, 실증기간이 끝난 후 업체 사정에 따라 서비스를 종료했다”고 말했다.
 
사물인터넷 서비스 중 관심이 컸던 개인주차 공간 공유서비스인 ‘모두의주차장 스트릿’은 보행자 통행방해로 인해 지난해 12월 서비스를 종료했으며, 파킹플렉스는 올해 7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파킹플렉스는 거주자 우선 주차공간 소유주가 자신이 사용하지 않는 시간을 앱에 등록해 공유하고, 운전자는 사물인터넷 센서와 앱을 통해 공유된 주차공간을 실시간으로 찾아주는 서비스다. 파킹플렉스를 개발한 이노온 관계자는 “수십 만원에 달하는 주차 센서를 직접 달아야 하고 월 통신비까지 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컸다”며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서비스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북촌 사물인터넷 육성 시범 사업은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김현곤 주임은 “북촌 IoT 사업 조성 때는 지자체에서 예산 지원이 적었고, 처음 진행하다 보니 미숙한 점이 있었다”며 “지난 경험을 통해 IoT 실증사업을 본격화하고 앞으로 지원 예산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국에서 재정이 가장 튼튼하고 스마트시티에도 큰 관심을 쏟고 있는 서울시마저 힘겹게 시범 서비스를 할 만큼 기존 도심에 스마트시티라는 배경을 덧칠하기란 쉽지 않다. 도시재생에 스마트시티 기술을 활용하겠다는 정책이 성공하려면 몇 가지 전제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이상호 국립 한밭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당장 스마트시티 컨트롤타워를 국무총리급으로 격상해 부처 간 교통정리에 나서라고 조언한다. “스마트시티로 가려는데 반장이 없는 격이다. 국토교통부는 법을 가지고 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술을, 산업부는 스마트공장을 가지고 있다.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서 각 부처가 가지고 있는 예산을 함께 쓸 수 있도록 인사·재정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이게 핵심이다.”
 
스마트시티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사물인터넷을 통해 얻은 도시 관련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어려운 일이긴 하다.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석유 굴착 장치에 설치된 3만개의 센서가 수집하는 데이터 중 의사결정에 사용되는 것은 1% 미만에 불과하다. 도심 폐기물 모니터링 업체 대표는 의미 있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데도 아주 단순한 이유로 이를 활용하지 못한다며 답답함을 느낀다. “공공기관이나 지자체는 구매하는 부서와 실제 사용하는 부서가 다르기 때문에 데이터 분석 툴을 제공해도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스마트시티는 시민의 참여가 있어야 완성될 수 있다.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공공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네덜란드가 추진해온 ‘암스테르담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는 시민들이 도시의 공개된 데이터를 이용하고 자신도 저가로 센서 등을 구입해 도시에 필요한 스마트 서비스를 직접 만드는 게 핵심이다.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핵심
 
서울 북촌에는 쓰레기통에 쌓여있는 쓰레기의 적재량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IoT) 스마트 쓰레기통이 있다.

서울 북촌에는 쓰레기통에 쌓여있는 쓰레기의 적재량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IoT) 스마트 쓰레기통이 있다.

시범 서비스에선 실패도 사업에 도움이 된다. 서울시는 북촌에서 얻은 경험을 활용해 오히려 사물인터넷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8월 22일 강동구 둔촌역전통시장과 암사 종합시장에 사물인터넷 기술 기반의 지능형 화재감지기 243개를 설치했다. 지능형 화재감지 시스템은 센서가 5초 이상 지속하는 열·연기를 감지하면 방재센터에 이를 전달해 바로 관할 소방서로 전송, 소방차와 소방대원이 출동하게 된다. 점포주에게도 화재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문자를 전송한다. 9월 말에는 광진구 화양리에 자리한 어린이대공원에도 공공 와이파이(Wi-Fi) 등 사물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제반 인프라를 구축한다. 용산구·노원구·은평구·서대문구 공영주차장에 사물인터넷 기반 주차면 센서도 부착할 계획이다. 주차 면에 센서를 부착해 해당 주차 면이 빈 공간이 되면 이를 탐지해 앱 사용자에게 알려준다. 조만간 경쟁입찰을 통해 운영자를 선발할 계획이다.
 
이런 사업을 통해 스마트시티 관련 경험과 기술을 축적하면 수출에 나설 수도 있다. 바른정당 도시재생·스마트시티 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학재 의원실 관계자는 스마트시티 수출 모델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스마트시티는 플랫폼이다. 기존 건설과는 다른 수출 모델이 될 수 있다. 스마트시티를 관리하는 시스템도 수출이 가능하다. 정부의 거버넌스(공공경영)도 하나의 수출 모델이 될 수 있다.”
 
한정연·김성희 기자 han.jeongyeon@joongang.co.kr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