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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문 대통령, 더 단단해져야 한다

중앙일보 2017.09.07 02:11 종합 28면 지면보기
신용호정치부 부데스크

신용호정치부 부데스크

문재인 대통령은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하고 싶어 했다. 법학도보다는 인문학도가 되길 원했던 거다. 변호사가 된 후에도 ‘나중에 돈 버는 일에서 해방되면 아마추어 역사학자가 되리라’는 생각도 했다 한다.
 

대화론이 핵 질주 불렀다는 지적에 귀기울이고
대통령 핵심 지지층이 반발 땐 설득해 이겨내야

문 대통령은 영화를 보면 잘 운다. 알려진 것만 해도 7~8차례다. ‘택시운전사’ ‘광해’ ‘국제시장’ 등을 보면서였다. 2012년 ‘광해’를 보고선 5분 동안 펑펑 울었다. 뒷날 페이스북에 “노무현 대통령 얼굴이 저절로 떠올랐다. 수습 못할 정도로 울어본 적은 처음이다. 가슴이 먹먹했다”고 적었다. 어려운 사람의 딱한 사정을 듣고도 문 대통령은 울었다. 2012년 대선후보 때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을 만나 대화 도중 두세 차례 안경을 벗고 눈물을 닦았다. 옆에 있던 해고자 가족이 휴지를 건넬 정도였다.
 
평소 자존심 강하고 원칙주의자적인 면모가 분명한 문 대통령이다. 하지만 그에게 내재적으로 감성적 코드가 짙은 것도 분명하다. 대북 정책에서 대화론을 놓지 않았던 고집도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서 얘기하면 될 것’이라는 감성적 접근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문 대통령이 대화를 강조해온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한다. 핵심 지지층 때문이다. 그의 외교·안보 분야 참모인 한 인사는 “문 대통령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곧바로 실행하지 못한 것은 핵심 지지층을 의식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며 “대북 문제에 관한 지지층 요구가 강해 무시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은 촛불 세력의 중심이자 견고하게 현 정부를 떠받치는 힘이다. 정치인으로서 이들의 요구를 외면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거기다 학창 시절 『전환시대의 논리』를 쓴 리영희 선생에게서 큰 영향을 받았고 데모를 하다 구속까지 된 문 대통령이다. 이런 성장 배경을 봐도 대북 압박론자보다는 대화론자가 훨씬 자연스러워 보인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예상대로 대화를 내세웠다.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오면 평양행도 마다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그랬던 문 대통령도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더 이상은 대화에 연연해하지 않을 분위기다. 문 대통령은 6차 핵실험 사흘 후인 5일 러시아 언론과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어떠한 차원의 대화도 피하지 않겠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규탄하고 압박할 때이지 대화를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시기적으로 ‘대화할 때가 아니다’란 언급은 의미가 있어 보인다. 실제 정부의 대북 기조 역시 6차 핵실험을 기점으로 대화에서 제재와 압박으로 중심추가 옮겨가고 있다.
 
중요한 건 지금부터다. 북한이 핵 보유국으로 진입하기 직전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정상각도로 쏘아 알래스카 근처까지 보냄으로써 미국을 위협할 것이란 전망이 국가정보원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이 더 단호해져야 할 때다. 내재된 감성은 이제부터 더 깊숙이 넣어둬야 한다. ‘만나 얘기해보면 잘될 것’이란 생각도 당분간 접어둬야 할 것 같다. 문 대통령과 달리 김정은은 핵 문제가 남북대화의 의제가 아니란 생각이 확실하지 않은가. 김정은의 거침없는 핵 질주를 가능하게 한 것이 어쩌면 대화를 강조해온 문재인 정부였다는 분석도 감안해서 들어야 한다.
 
또 이제는 핵심 지지층에 많은 신경을 쓸 때도 아니다. ‘대통령의 대화’에 기대를 걸었던 그들을 무시할 수 없다면 설득에라도 나서야 한다. 지금은 김정은이 두려움을 느낄 만큼 압박할 때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6차 핵실험 후 "대화를 통한 유화책이 효과가 없을 것이다. 그들(한국)은 그저 하나만 안다”고 날린 트윗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전술핵 배치 검토를 주장하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자세는 주목할 만하다. 우물쭈물하다 현실이 될지 모르는 ‘핵 식민지로 살아가기’는 정말 아찔한 일 아닌가.
 
신용호 정치부 부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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