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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가르드 "수중발레처럼 이 악물되 항상 미소···가장 큰 영향은 어머니"

중앙일보 2017.09.06 16:51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수중발레) 국가대표 시절 감독님이 그러셨어요. ‘어려울 때는 이를 악물고 얼굴엔 미소를 띠고 전진하라’고요. 고난과 어려움을 겪을 때는 이를 악물고 친구와 멘토의 도움을 받아 꿋꿋이 걸어 가세요. 항상 미소를 잃지 마시고요.”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가 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7 한국 여성 금융인 국제 컨퍼런스-여성이 경제를 살린다'에 참가해 기조연설을 했다. 박종근 기자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가 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7 한국 여성 금융인 국제 컨퍼런스-여성이 경제를 살린다'에 참가해 기조연설을 했다. 박종근 기자

 
 크리스틴 라가르드(61)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6일 보이지 않는 여성 차별 장벽인 ‘유리천장’으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 여성들에게 던진 메시지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꼽히는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7 대한민국 여성 금융인 국제 컨퍼런스-여성이 경제를 살린다, 유리천장의 한계를 넘어서자’(이투데이-여성금융인네트워크 공동 개최)에 참석했다. 

‘대한민국 여성 금융인 국제 컨퍼런스' 기조연설
세계 금융수장 아닌, 여성들의 '큰 언니'로 강연
양성평등 위해선 법·제도 아닌 문화 바뀌어야
인생의 멘토 중요성···문학교사 모친 영향 받아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오른쪽)가 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7 한국 여성 금융인 국제 컨퍼런스-여성이 경제를 살린다'에 참가해 기조연설을 했다. 왼쪽은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박종근 기자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오른쪽)가 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7 한국 여성 금융인 국제 컨퍼런스-여성이 경제를 살린다'에 참가해 기조연설을 했다. 왼쪽은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박종근 기자

그는 1조 달러를 주무르는 세계 금융계의 큰 손이지만 이 행사에서만큼은 사회에 먼저 발을 디딘 큰언니의 모습이었다. 그는 진솔하게 자신이 겪은 유리천장의 현실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팁을 한국 여성들에게 전했다.
 
“젊은 시절 로펌 파트너였을 때 자격요건을 갖췄음에도 커피를 타야 했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경우가 미미하게 있을 것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1981년 미국 소재 세계적 로펌인 ‘베이커 앤 매킨지’에서 변호사 활동을 시작했다. 99년엔 이 로펌 최초의 여성 대표가 됐다. 비미국인으로서의 첫 로펌 대표이기도 했다. 그런 그 역시 고위급 변호사인 파트너 시절 다른 파트너들을 위해 커피를 타야만 했다고 회고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61)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사진=라가르드 페이스북]

크리스틴 라가르드(61)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사진=라가르드 페이스북]

 
 또 고학력 여성들이 양육문제로 경력이 단절됐다 다시 사회로 복귀해 예전의 경력을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상황인 ‘M자형 그래프’ 현상을 지적했다. 그는 “나 역시 자녀가 2명인데 경력을 관리하는 동안 ‘M자형 그래프’를 경험했다”며 “로펌 시절 출산으로 근무시간을 변경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당시 내 파트너는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았고 그 때 올바른 조치가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고 털어놨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함께 한 라가르드 총재. 두 여성 가운데 안경 쓴 이가 김용 세계은행 총재다. [AP=뉴시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함께 한 라가르드 총재. 두 여성 가운데 안경 쓴 이가 김용 세계은행 총재다. [AP=뉴시스]

 
 그러면서 라가르드 총재는 멘토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그는 “나에게는 멘토가 있었다. 어떻게 옷을 입어야 할 지, 어떻게 말을 해야할 지를 알려줬다”며“단순히 머릿속으로만 생각해선 안 되며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도 중요하다. 이런 것들은 멘토를 통해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성도 여성의 좋은 멘토가 될 수 있다”며 “육체와 영혼이 함께 있는 것처럼 남성과 여성도 조화롭게 협력해 발전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패셔니스타로 유명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왼쪽 사진 속에서 들고 있는 에르메스 버킨백이 가득 채워진 서류로 불룩하다. [중앙포토]

패셔니스타로 유명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왼쪽 사진 속에서 들고 있는 에르메스 버킨백이 가득 채워진 서류로 불룩하다. [중앙포토]

 그는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문학교사였던 어머니를 꼽았다. 그는 “저의 어머니는 아버지가 38세에 돌아가신 뒤 어려운 인생을 살았다. 혼자 아이를 키웠고 경제상황도 좋지 않아 남자들이 하는 일을 시도해야 했다”며 “그런 도전 정신을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10대 시절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프랑스 국가대표를 지낸 때를 떠올렸다.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선수는 코에 물이 들어가도, 숨이 막혀도 항상 미소를 잃지 않는다. 그는 “당시 감독님 말처럼 저는 어려울 땐 많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이를 악물되 미소를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며 “여러분도 그렇게 꿋꿋이 걸어가시라”고 조언했다.
싱크로스위밍 선수 시절 수영복 차림으로 동료와 함께 웃고 있는 크리스틴 라가르드(오른쪽). [중앙포토]

싱크로스위밍 선수 시절 수영복 차림으로 동료와 함께 웃고 있는 크리스틴 라가르드(오른쪽). [중앙포토]

 
 이날 기조발표에서 라가르드 총재는 여성의 활발한 경제참여가 지속적 성장의 기본 조건임을 강조했다. 그는 “여성의 경제참여율을 높이면 여성과 남성 간 임금격차나 불평등을 해소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고 경제 다양화도 실현할 수 있다”며 “다양한 부문의 성장을 도모하는 경제가 훨씬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기 때문에 여성의 참여가 많아지면 수익면에서도 더 좋은 결과를 낳는다”고 밝혔다.
 
 그는 진정한 양성평등으로 가기 위해서는 법ㆍ제도적 보장 뿐 아니라 문화적인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여성은 가정도 꾸리고, 직업면에서 역량도 증명해야 하는 이중고 속에서 사회적 통념도 깨야 한다”며 “한국은 법ㆍ제도가 잘 마련돼 있고, 정책도 좋지만 가야할 길이 멀다”고 짚었다. 
 
 이어 “공교육을 개선하면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개선할 수 있고, 이는 문화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문화적 변화를 통해서 여성이 인정받고, GDP 산출할 때 여성의 기여가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출산율은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제고될 수 없다고도 했다. 이어 정부와 함게 기억의 노력이 중요하다며 여성임원할당제 도입도 제시했다. 그는 “여성임원 할당제를 통해 인도는 여성 임원 비유리  5%에서 10%로 올랐고, 말레이시아는 주요 기업에서 2배로 증가했으며 노르웨이는 50%에 이른다”고 “주요국을 대상으로 한 IMF 연구를 보면 임원진에 여성을 한 명 더 추가하면 8~14% 정도 기업의 성과가 올라간다는 결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7일엔 이화여대를 찾아 학부ㆍ대학원생 8명과 ‘한국 교육시스템의 미래와 여성의 역할’을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고 밝혔다. 이대 재학생 150여 명이 청중으로 대화에 참석한다. 그는  7~8일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가 개최하는 ‘아시아의 지속성장 전망과 과제’ 국제 콘퍼런스에도 참석한다.  
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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