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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머들 "미국이 우리가 아는 유일한 고향"

중앙일보 2017.09.06 14:57

"우리는 아무 잘못도 없이 이곳에 온 젊은 사람들의 미래를 위협해서는 안 됩니다."

 
니디아 로메로는 6살 때부터 미국에 살았다. 하지만 이제는 추방될 날만 기다리게 됐다. 유타 주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5일 열린 DACA 폐지 반대 집회. [AP=연합뉴스]

니디아 로메로는 6살 때부터 미국에 살았다. 하지만 이제는 추방될 날만 기다리게 됐다. 유타 주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5일 열린 DACA 폐지 반대 집회. [AP=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오바마가 후임 대통령에 대해 직접적으로 비판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그는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 프로그램인 '다카'(DACA·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의 폐지 결정에 대해 "상식에 반하는 일"이자 "잔인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부모를 따라 온 어린이와 청년들은 마음 속으로부터 '미국인'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이웃이라면서다.

불체 청년 추방 유예 폐지에 미국 전역 울분
트럼프, "6개월 안에 의회가 못하면 다시 검토"

 
제프 세션 법무장관은 "DACA는 위헌"이며 "미국인의 일자리를 침해한다"면서 5일 DACA를 6개월 유예 후 공식 폐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6개월 사이에 의회에서 대체 입법안을 마련하라며 공을 넘겼다. 
 

엘리자 산체스(왼쪽)와 빅토리아 에스피노자가 "미국이 그들이 아는 유일한 고향"이라는 푯말을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엘리자 산체스(왼쪽)와 빅토리아 에스피노자가 "미국이 그들이 아는 유일한 고향"이라는 푯말을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DACA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난 2012년 행정명령을 통해 도입했다. 만 16세가 되기 전에 부모를 따라 미국에 불법 입국해 학교에 다니거나 취업한 30세 이하 청년에 대해 추방을 유예하는 프로그램이다. 오바마는 이들 약 80만 명을 '드리머(Dreamer)'라고 부르며 보호해왔다. 
 
미 국토안보부는 이날 부로 DACA 신규 신청을 받지 않는다. 다만 2018년 3월 5일까지 만료되는 DACA 수령자는 갱신 신청을 할 수 있다. 즉 현재 DACA에 해당하는 이들은 최장 2020년까지는 학업과 직업을 유지할 수 있다.
 DACA 폐지에 반대하는 이들이 트럼프 호텔 앞에 모였다. [로이터=연합뉴스]

DACA 폐지에 반대하는 이들이 트럼프 호텔 앞에 모였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정부의 결정에 미국 전역이 요동쳤다. 80만명의 가족, 이들을 고용한 기업 등이 광범위하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LA에서 수천명이 시청 앞에 모이는 등 미 전역에서 DACA 폐지 반대 집회가 열렸다. 5일 결정이 발표되기 전에도 DACA 폐지 관련 집회는 미국 전역에서 꾸준히 열렸지만 이날은 규모도, 목소리도 커졌다.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은 즉각 '트럼프 프리 존(Trump-Free Zone)'을 선언하고 DACA 대상자를 보호하겠다고 공표했다. 앞으로도 '드리머'를 환영하겠다는 것이다. 이매뉴얼 시장은 오바마 행정부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냈다. 그는 앞서 시카고 시를 '불법 체류자 보호 도시(sanctuary city)'로 선언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트위터에서 "나는 우리나라에서 열심히 일하는 시민을 1순위로 놓도록 하는 이민법 수정안을 민주·공화당이 함께 마련하길 고대한다"고 밝혔다. DACA 폐지에 대한 반발과 비난이 이어지자 몇 시간 후엔 "의회는 이제 DACA(오바마 정부는 할 수 없었던 무엇)를 적법화 할 수 있는 6개월의 시간이 있다"면서 "만약 그들이 못한다면, 이 문제를 다시 살펴볼 것이다!"라고 한 발을 뺐다. CNN은 이번 발표를 대통령이 직접 하지 않고 세션스 법무장관에게 떠넘긴 것도 트럼프가 이 결정을 부담스러워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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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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