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현진
다저스 팬들, 류현진 호투에 매이닝 '박수'
2340억원 받고 떠난 그레인키에는 '야유'
애리조나 강타선 잠재우고 5선발 경쟁 우위
올해 연봉 3400만 달러(약 386억원)를 받는 그레인키(7이닝 4피안타·6탈삼진·1실점)를 상대로 류현진은 전혀 밀리지 않는 피칭을 뽐냈다. 6이닝 동안 삼진 7개를 잡으며 3피안타·5볼넷·1실점으로 막으며 평균자책점을 3.59로 낮췄다. 투구수 100개를 채우고 마운드를 내려갈 때까지 두 팀이 1-1로 맞서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애리조나전 부진(6이닝 8피안타 6실점)을 만회하기에 충분했다. 지난달 30일 LA타임스는 '류현진이 약한 팀을 상대했기 때문이다. 그가 포스트시즌 선발진에 들어갈 가능성은 낮다'고 썼다. 하루 뒤 류현진이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2위 애리조나에게 난타 당하자 LA타임스의 지적은 설득력을 얻었다.
![LA 다저스 시절 함께 한 류현진과 그레인키. [로베르토 발리 블로그]](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9/06/181a13b9-3285-4863-a73b-d53416845461.jpg)
LA 다저스 시절 함께 한 류현진과 그레인키. [로베르토 발리 블로그]
류현진은 1회 선두타자 레이몬드 푸엔테스를, 1사 1루에서 AJ 폴락을 삼진으로 잡아냈다. 결정구는 모두 체인지업이었다. 1회 직구 스피드가 시속 92마일(148㎞)까지 나왔기에 살짝 가라앉는 체인지업의 효과가 컸다. 4회 초 1사 1·2루에서 대니얼 데스칼소에게 우월 2루타를 맞고 실점한 장면을 빼면 류현진의 피칭은 매우 안정적이었다. 직구-체인지업 조합에 슬라이더와 커브, 컷패스트볼을 현란하게 섞었다. 같은 팀을 상대로 엿새 만에 전혀 다른 피칭을 보였다.
앞선 등판에서 류현진이 던진 볼과 스트라이크는 확연히 구분됐다. 4이닝 동안 볼넷을 3개 내줬지만 타자들이 느낀 류현진의 컨트롤은 매우 나빴다. 게다가 주심이 오른손 타자 바깥쪽 공을 스트라이크로 판정하는데 인색했다. 2015년 왼 어깨 수술 후 류현진의 제구가 2013~2014년처럼 정확하진 않은 게 사실이지만 이날은 특히 그랬다.
류현진의 최고 강점은 슬럼프가 길지 않다는 점이다. 일시적으로 흔들릴 때도 있지만 빠른 시간 내에 투구폼을 복원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정민철 MBC스포츠 해설위원이 말한 '몸의 기억력' 덕분이다. 잘 던졌던 순간의 근육·관절 움직임을 금세 기억해내 영점(零點)을 다시 잡는다는 것이다. 2015년 왼 어깨 수술 후 처음 풀시즌을 뛰면서 류현진이 두 경기 연속으로 4점 이상 내준 건 두 차례(4월 14·19일, 6월 6·12일)뿐이었다. 류현진이 지난달 31일 부진했던 건 상대가 애리조나여서가 아니라 류현진의 제구가 흔들렸기 때문이란 걸 입증했다. 이날 류현진은 볼넷 5개를 내줬으나 제구가 나쁘진 않았다. 최고 시속 151㎞의 직구와 다양한 변화구를 섞어 타자와 수싸움을 한 결과였다.
이날 등판은 류현진의 향후 보직을 결정하는 피칭이었다. 부상을 입었던 커쇼가 알렉스 우드가 지난주 복귀했기 때문에 다저스 선발진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이번 주까지 선발 6명을 쓰고, 앞으로는 5명 로테이션을 만들 것"이라고 예고했다. 류현진 또는 일본인 투수 마에다 겐타의 불펜 이동을 시사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류현진의 호투는 선발진 잔류, 포스트시즌 엔트리 합류 가능성을 높였다.
로스앤젤레스=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