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육부, 강행할 땐 언제고 이젠 국정역사교과서 진상조사?

중앙일보 2017.09.06 14:21
교육부가 지난 1월 31일 공개한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 교육부는 최종본을 공개한지 7개월 만에 국정교과서 추진 과정의 문제점을 조사하는 위원회를 꾸린다고 밝혔다. [중앙포토]

교육부가 지난 1월 31일 공개한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 교육부는 최종본을 공개한지 7개월 만에 국정교과서 추진 과정의 문제점을 조사하는 위원회를 꾸린다고 밝혔다. [중앙포토]

 올해 초까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했던 교육부가 이번엔 국정화 추진의 문제점을 파헤칠 위원회를 꾸리겠다고 밝혀 논란이다. 불과 몇달 전까지 총력을 다해 추진했던 정책을 정권이 교체되자 곧바로 '적폐'로 규정해 손을 보겠다는 것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교육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 구성
역사학자·법조인·회계사·공무원 등 15명 내외
정책 결정·집행 과정, 예산 사용 위법행위 조사

당사자인 교육부의 자체 조사에 실효성 논란
"외부기관에 맡기지 않는 '보여주기식' "지적도
"정권 따라 춤추는 정책" 비판 목소리도 나와

 교육부는 6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과정을 조사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위원회)’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역사학자·역사교사·법조인·회계사 등 13명의 외부인과 교육부 관계자 등 모두 15명으로 구성된다. 
 
 교육부는 또 위원회 업무를 도울 실무지원팀인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팀’도 꾸린다. 최승복 교육부 역사교과서 국정화진상조사팀장은 “위원회를 지원하는 진상조사팀(15명 내외)도 절반 이상을 외부 인사로 구성해 국민의 다양한 의견과 시각을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추진주체였던 교육부가 이번에는 그 과정의 문제점을 따지겠다고 밝혀 적절성과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중앙포토]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추진주체였던 교육부가 이번에는 그 과정의 문제점을 따지겠다고 밝혀 적절성과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중앙포토]

 
이들 조직은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직속으로 설치되고, 위원장과 위원들은 이달 안으로 위촉을 마칠 예정이다.
 
 위원회는 우선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절차적으로 위법 또는 부당행위가 있었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다. 또 교과서 편찬 예비비 등 관련 예산 편성·집행이 적절했는지, 행정조직의 구성·운영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따져본다. 
 
 조사 결과 위법 사안이 발견되면 처리 방안을 심의하고, 향후 재발 방지 대책 연구까지 맡는다. 
 
 최승복 팀장은 “조사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발견되면 징계 등 행정적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또 조사 내용 등을 모두 모아 내년 2월쯤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 백서(가칭)’를 낼 계획이다. 김상곤 부총리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진상 조사는 적폐를 청산하고 교육민주주의를 회복하는 데 필요한 조치다. 이번 기회에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해소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관계자들이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관계자들이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앞서 지난 정부에서 본격화 된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적지 않은 사회적 혼란과 갈등을 야기했다. 집필진을 공개하지 않아 ‘깜깜이 집필’ ‘밀실 집필’이라는 비난을 받았고, 지난해 말 공개된 교과서는 재벌과 독재를 미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논란도 일으켰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뒤 서둘러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지했다.   
 하지만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한 교육부가 직접 진상조사에 나선 것을 두고 적절성과 실효성 시비가 일고 있다. 현재 교육부 내에 국정교과서 추진 관련 인사들이 대부분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상대로, 또 필요할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황우여 전 교육부 장관에 대한 조사를 제대로 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관련기사
 도면회 대전대 역사학과 교수는 “감사원 등 외부기관이 조사하면 교육부 사정을 봐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자체조사를 통해 문제를 최소화하려는 시도로 보인다"며 "진상 규명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시늉만 하는 ‘보여주기식’ 조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또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사립대 역사학과 교수는 “사회 혼란을 야기하면서까지 밀어 붙일 땐 언제고, 몇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이런 조사를 하는 것 자체가 교육부가 스스로 자신들이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정권이 바뀌면 위원회가 또 적폐로 몰리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