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자치구 최초로 발달장애 청년을
구청 소속 음악인으로 고용키로 결정

한우리윈드오케스트라는 발달장애인들 중심으로 구성됐다. 문화센터 직원으로 취업하게 된 단원들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우리정보문화센터에서 악기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장진영 기자
정양이나 이군처럼 발달장애를 가진 청년들이 전문 음악인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서울 서초구가 6일 두 사람이 속해있는 서초구립 한우리윈드오케스트라(이하 한우리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이르면 올해 안으로 구립 문화센터 소속으로 고용하기로 결정했다. 발달장애가 있는 이들을 음악인으로 고용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서초구가 처음이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이날 “발달장애우들이 꿈꿔 왔던 일을 하며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이들을 구립 문화센터 소속 직원으로 고용하기로 했다”며 “음악을 매개로 장애를 극복하면서 경제적으로도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초구는 올해 3월부터 발달장애 청년들도 구성된 한우리오케스트라를 운영해왔다. 단원은 총 17명이다. 그중 12명이 발달장애를 갖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우리정보문화센터에서 단원들이 연습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한우리오케스트라는 탄탄한 실력을 자랑한다. 지난 7월에는 ‘제10회 전국장애청소년예술제’에 처음 출전해 서양악기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연주 레퍼토리도 레미제라블 등 총 10여 곡에 달한다. 이들을 돕고 있는 장세용 사회복지사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모두 상당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며 “직업을 갖게 된다는 기대감 덕분인지 최근엔 연습 분위기가 한층 더 밝아졌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회복지의 날인 7일에는 창단 음악회를 열고 서초구민들 앞에서 정식으로 데뷔한다.
서초구의 이번 결정은 발달장애 자녀를 둔 가정에도 큰 희망이 됐다. 이승언군의 어머니인 류원숙(46)씨는 “발달장애가 있는 친구들은 본인의 희망 여부를 떠나 보통 요리사나 제빵사 교육을 받고 그쪽으로 직업을 구하는 게 일반적인데,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면서 급여를 받을 수 있다니 꿈만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단원들에게는 한 가지 목표가 더 생겼다. 문화센터 내 연습실에서 만난 정지숙양은 "창단 연주회 포스터를 보며 무대에 선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언니·오빠·동생들과 열심히 연습해서 관객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주고 싶다"고 수줍게 포부를 밝혔다.
이수기·홍지유 기자 retalia@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