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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글로컬] 구두변론 기록 공개해야 ‘몰래변론’ 막는다

중앙일보 2017.09.06 02:27 종합 25면 지면보기
김준희 내셔널부 기자

김준희 내셔널부 기자

“아무나 만나기는 어렵지요.”
 
‘변호사가 사건 변론을 위해 검사장이나 차장검사를 만나는 게 일반적이냐’는 물음에 대한 황규표 전북지방변호사회 회장의 답변이다.
 
전북 지역 변호사 252명을 대표하는 황 회장 등 집행부 변호사 4명은 송인택 전주지검장과 김한수 차장검사를 지난달 부임 이후 한 차례 20분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검사장 등을 지낸 서울 모 법무법인 소속의 ‘전관 변호사’ 2명은 지난달 24일 특정 고소 사건과 관련해 두 고위 간부를 잇따라 만나 50분간 구두변론을 했다.
 
김 차장검사는 “검찰은 변론권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설명했지만 일선 변호사들은 “학교 동문 등 개인적 인연이 있거나 전관이 아닌 변호사가 지검 서열 1, 2위를 만나는 건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김 차장검사는 앞서 제주지검에 있을 때 법원에 접수된 압수수색 영장을 담당 검사 몰래 회수한 사건으로 감찰을 받고 있다. 해당 피의자의 변론을 맡은 김인원 변호사가 이석환 당시 제주지검장(현 청주지검장)과 사법연수원 동기여서 ‘전관예우’ 논란을 빚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형사사건 변론에 대한 업무 지침을 도입했다. 변호사가 전화 또는 검찰청을 방문해 구두로 변론할 경우 ‘구두변론 관리대장’에 이를 기록하는 게 골자다. 홍만표 전 검사장처럼 검찰 고위 간부 출신 변호인들의 이른바 ‘몰래 변론’을 막자는 취지다.
 
하지만 새 제도를 시행한 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를 어겨 징계받은 검사는 1명도 없어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더구나 대장에는 변론 일시와 변호사 성명, 전화 또는 방문 여부 등을 적게 돼 있지만 검찰은 수사나 감찰 목적 외에는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일반 변호사나 국민은 구두변론이 공정하게 이뤄지는지 알 길이 없다. “징계 기준이 모호해 규범력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검찰은 그동안 자체 감찰에서 징계로 이어진 비율이 20%도 안 돼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조기영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구두변론의 대장 내역과 징계 기준을 명확히 바꾸고 최소 차장검사급 이상 간부가 만난 변호사 명단은 매달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희 내셔널부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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