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준호 산업부 차장
그래서일까. 최근 또다시 ‘거짓 예언자’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엔 ‘미래학자’라는 이름을 내걸고 ‘아무에게나 쉽게 들을 수 없는 정확한 미래’를 얘기한다. 하지만 진짜 미래학은 미래를 예측하는 학문이 아니다. 미래는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하나가 아니며, 따라서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없다. 미래는 예측하는 순간, 그 예측이 다시 미래를 굴절시킨다. 사람들이 많이 쓰는 내비게이션일수록 교통예측이 틀릴 수밖에 없다. A도로에 차가 막히고 B도로는 한가하다고 표시해 주면 대다수가 B로 몰려가면서 B도로의 교통혼잡이 심해지는 원리다. 그래서 제대로 된 미래학계에서는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꿈꾸고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미래변화의 가능성을 헤아린 뒤 미래전략을 수립하려고 노력한다.
최근 ‘학회’를 내세운 한 단체가 전직 장관, 협회장 등 저명인사들을 동원한 ‘4차산업 미래전략 지도자 과정’이라는 주말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미래예측전략전문가’와 ‘4차산업혁명지도사’라는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고 광고했다. 3주 동안 주말 이틀간 나와 공부하면 ‘도사’ 자격증을 준다는 얘기다. 자격증 등록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문의했다. 설명은 간단했다. 이 자격증은 국가공인자격증이 아닌 민간자격증이라 관련 법령에 따라 민간자격 신설 금지 분야만 아니면 정부가 등록을 받아 주도록 돼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단 3주 만에 만들어 내겠다는 전문가가 하나의 미래만을 얘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제3의 물결’을 얘기한 앨빈 토플러도 그의 저서 『누구를 위한 미래인가』(1983)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래학자들의 일이란 뭔가를 예언하는 것이 아니다. 미래를 알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은 점성술사이거나 사기꾼이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단 하나의 미래라는 것은 없다. 나는 미래연구에 모든 정량적 도구들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도구들을 활용한 결과를 얻게 되면 그런 결과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최준호 산업부 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