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태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북한은 3대 세습으로 60년 통치
한국, 정권 따라 대북정책 냉온탕
강한 처벌과 대화도 효과적 훈육법
우리의 어설픈 엄부자모 전략으로
북한에 일관성 잃어버린 게 문제다
이러한 행동은 개로 하여금 자신의 짖기·위협 등의 부적절한 행동이 보상받는다고 착각하게끔 만들어 그 개는 더욱 강하게 짖고, 위협하고, 부적절한 행동을 극단적으로 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가족 여러 명이 일관성을 잃고 서로 다르게 개를 대하면 어떤 행동이 보상을 받고 처벌받는지에 대해 혼란스러워진 개는 자신이 개라는 것도 잊고, 마음에 안 드는 가족에게도 적대적으로 대하게 된다. 그래서 그 개심리학자는 항상 그 주인과 가족에게 개에게 다 함께 일관된 행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물론 방송이었지만 그 효과는 대단했다. 이런 원칙은 단지 개 훈련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행동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을 훈육하는 과정을 보여 주는 방송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서 많은 경우 부모의 일관되지 않은 행동, 부모와 조부모 간의 양육 갈등 등이 자녀의 문제행동의 주요 원인이었고, 그 처방도 모든 양육자가 일관된 훈육방향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북한은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부모의 일관되지 않은 훈육에서 자녀가 꼭 나빠야만 삐뚤어져 나가는 것은 아니다. 그냥 자신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전략을 찾게 되고 그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행동은 절대 안 된다는, 그래서 그 행동을 하면 소위 강한 처벌과 ‘호적에서 파 버린다’고 협박하는 아버지와 “말로 하지 왜 애를 때리냐”며 아버지를 말리면서 아이에게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얘기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그 아이는 무엇을 선택하게 될까. 강한 처벌도 하나의 효과적인 훈육방법이고 대화도 좋은 훈육방법이다. 인본주의 차원에서 대화가 더 바람직해 보이지만, 그 어떤 것이 절대적으로 더 나은 방법은 아니다. 어찌 보면 핵심은 훈육과 더 큰 비전의 일관성이다.
물론 부모가 하나의 팀으로 ‘엄부자모’의 역할을 맡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역할 분담의 전략은 부모가 자녀의 미래와 훈육방향에 대한 합의하에 긴밀한 협조와 신뢰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만약 그 협업의 전제가 없다면 교육문제는 항상 부부 싸움의 씨앗이 된다. 그리고 손발이 맞지 않는 엄부자모의 자녀는 보통 아버지를 미워하고, 어머니를 우습게 보게 된다. 과연 현재 대북정책에서 한국과 미국은 이런 협조와 신뢰 정도는 충분히 확보돼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자식도 아닌 북한 정권에 어설픈 엄부자모 전략과 비슷하게라도 먹혀들까?
허태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