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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국 무기구매 요청 승인” … 청와대 발표엔 없었다

중앙일보 2017.09.06 01:42 종합 3면 지면보기
“나는 일본과 한국이 미국산 첨단 군사 장비를 상당히 확대된 규모로 사게끔 허용할 것이다.”
 

한·미 정상 통화 뒤 엇박자
트위터서도 “한·일이 사게끔 허용”
F-35, PAC-3 등 도입 빨라질 듯

청와대 “무기 구입 관련 대화 안 해
실무협상 시작하자는 원론적 언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오전(현지시간) 트위터에서 밝힌 한·미 간 무기 구매 거래 내용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군사무기 구매 요청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통화 내용을 전한 보도자료의 마지막 문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미국으로부터의 수십억 달러(many billions of dollars) 상당의 군사무기 및 장비 구매에 대해 ‘개념적 승인(conceptual approval)’을 제공했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백악관의 발표에 워싱턴 소식통은 “핵·미사일 위협 대응과 전시작전권 전환에 필요한 필수 장비에 대한 우선 구매 요청에 미국 대통령이 승인했기 때문에 해당 무기 도입 절차가 대폭 빨라질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이 도입하려는 스텔스 전투기 F-35. [중앙포토]

한국이 도입하려는 스텔스 전투기 F-35. [중앙포토]

 
한국이 도입하려는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중앙포토]

한국이 도입하려는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중앙포토]

한국이 도입하려는 패트리엇-3 개량형. [중앙포토]

한국이 도입하려는 패트리엇-3 개량형.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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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19㎞ 고도에서 36시간 비행하며 첨단 레이더와 광학카메라로 지상의 30㎝ 물체까지 식별 가능한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RQ-4)와 F-35 스텔스 전투기, 탄도미사일 궤적 추적 기능을 갖춘 전자정찰기(RC-135S·코브라볼), 중·저고도 60~80㎞ 요격 능력을 갖춰 전방 미사일방어망 구축에 필수적인 첨단 패트리엇(PAC-3) MSE 미사일 등이 구매 대상 무기로 거론됐다. 이 무기들은 한국 군의 북한 핵·미사일 독자 대응을 위한 3축 체계, 즉 사전 도발 징후를 포착한 뒤 선제타격(Kill Chain)·한국형미사일방어(KAMD)·대량응징보복(KMPR) 체계의 핵심 장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백악관의 발표 내용은 앞서 청와대가 공개한 양국 정상 통화 내용엔 없었다.
 
이에 대해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양 정상이 그간의 협의 과정에서 한국 군의 ‘3축 체계’ 조기 구축 등 국방력 강화가 긴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미국이 한국에 대해 필요한 첨단 무기 또는 기술 도입을 지원하는 것과 관련한 협의를 진행시켜 나간다는 원칙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이어 “전날 통화에서 무기 구입 관련 대화는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트위터에서 “한국이 무기를 사게끔(buy) 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청와대와 백악관의 엇박자가 이어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사일 탄두 중량 확대 문제에 합의하면서 첨단 무기 도입, 기술 도입 등에 관해 뭉뚱그려 ‘실무적 협상을 시작해 보라’는 원론적 의미로 언급한 것으로 해석한다”며 “필요한 실무협상은 바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이 언급한 ‘수십억 달러’라는 규모에 대해 이 관계자는 “외국 정상이 정치적 의미로 한 말에 (양국의) 실무적 얘기가 없는 상태에서 (청와대가 나서) 해석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7일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필요성을 언급하자 “(늘어날 한국 국방비의) 상당 부분이 미국의 첨단 무기 구입에 사용되기 때문에 (미국의) 무역적자 규모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외교 소식통은 “한국의 무기 구매는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한·미 FTA 폐기를 시사하는 가운데 미국 무역적자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서울=강태화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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