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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소설 『현의 노래』 번역, 컴퓨터 게임에서 힌트 얻어"

중앙일보 2017.09.05 19:28
김훈의 장편『현의 노래』를 프랑스어로 공역한 한유미, 에르베 페조디에 부부. [연합뉴스]

김훈의 장편『현의 노래』를 프랑스어로 공역한 한유미, 에르베 페조디에 부부. [연합뉴스]

"소설가 김훈 선생의 문장은 빨라졌다 늦어졌다 하는 판소리의 호흡과 비슷하다. 현대소설이지만 한국 고전문학의 특성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김훈 소설을 번역하는 일은 한국문화에 생소한 프랑스인들이 한국의 고전문학을 맛볼 수 있도록 소개하는 효과도 있다고 생각한다."
 김훈의 장편 『현의 노래』의 프랑스어 번역으로 올해 한국문학번역상을 수상한 한유미(48)씨는 자신의 번역 작업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프랑스 소르본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그는 판소리 전문가인 프랑스인 남편 에르베 페조디에(64)씨와 김훈 소설을 번역해 15회를 맞은 한국문학번역상 프랑스어 부문의 주인공이 됐다. 정영문의 장편 『바셀린 붓다』를 영어로 번역한 정예원(40)씨, 김영하의 소설집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를 러시아어로 공역한 승주연씨와 알렉산드라 구델레바, 안도현의 우화 『연어』를 터키어로 번역한 터키 에르지예스대학 한국어문학과 괵셀 튀르쾨쥬 교수와 함께다. 
 한국문학번역원(원장 김성곤)이 제정해 운영하는 한국문학번역상은 최근 1년간 해외 출판사에서 번역출간된 한국문학 작품 가운데 우수한 번역을 선정해 시상한다. 올해는 지난 한 해 18개 언어권에서 출간된 97종의 문학책을 대상으로 했고 4개 언어 6명의 수상자가 나왔다.  
제15회 한국문학번역상 수상자들. 왼쪽부터 괵셀 튀르쾨쥬(터키어 부문), 승주연·알렉산드라 구델레바(러시아어 부문), 한유미·에르베 페조디에(프랑스어 부문 공역). [사진 한국문학번역원]

제15회 한국문학번역상 수상자들. 왼쪽부터 괵셀 튀르쾨쥬(터키어 부문), 승주연·알렉산드라 구델레바(러시아어 부문), 한유미·에르베 페조디에(프랑스어 부문 공역). [사진 한국문학번역원]

 수상자들은 수상의 기쁨은 물론 한국어 번역의 어려움도 함께 얘기했다. 『현의 노래』를 공역한 한유미씨 부부는 소설에 등장하는 삼국 시대 무기 이름들을 어떻게 번역해야 하는지를 두고 작업에 벽에 가로막혔다고 했다. 그러던 중국의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용의 꼬리'라는 제목의 컴퓨터 게임을 우연찮게 접하고 나서 실마리가 풀렸다고 했다. 김훈이 소설에서 묘사한 무기들이 그 게임 안에 고스란히 나오더라는 것. 문학 번역에 있어서 가장 작은 단위인 단어 수준에서도 확신할 수 없는 어휘가 많아 특히 어려움이 컸다고 했다. 
 러시아인 구델레바는 "한국소설을 러시아어로 번역할 때 제목을 정하는 일부터 조심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애란의 소설집 『침이 고인다』를 번역했던 경험을 소개했다. "제목이 무척 중요한데 한국어 제목을 그대로 살릴 경우 아름다움이 덜한 것 같아 작가와 여러 차례 협의해 '고독의 인사말'로 정했다"고 했다. 
 터키어 번역자인 튀르쾨주 교수는 "안도현의 『연어』 번역은 큰 어려움 없었는데 지금 하고 있는 황석영 선생의 장편 『바리데기』 번역은 북한 사투리가 많이 나온다. 도저히 알 수 없을 때는 한국 지인들에게 물어보곤 하는데 한국인들도 모르는 경우가 더러 있어 고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문학의 해외 번역 소개는 아직 '미성년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우수한 번역으로 일찌감치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에 비하면 더욱 그렇다. 한유미씨는 "파리의 서점에 가보면 아직도 한국문학은 거대한 중국이나 일본 문학 서가 사이에 낀 존재"라고 말했다. 이날 번역상 수상자들은 일종의 개척자들이다. 
 이날 번역상은 신인에게 주어지는 한국문학번역신인상 수상자도 함께 발표했다. 권여선의 단편 '삼인행'을 러시아어로 번역해 신인상을 받은 류드밀라 미해에스쿠는 "어떻게 하면 아름답고 풍부한 러시아어의 묘미를 살리면서 동시에 재미 있게 잘 읽히는 번역을 할까를 두고 고심했다. 그러면서도 저자의 의도에서 멀어지지 않게 하려고 신경 썼다"고 말했다. 
 한유미씨는 "우리 부부처럼 원어민 번역가와 현지어 번역가가 컬래버레이션 하는 게 이상해 보일지 모르겠다. 우리는 대략 5단계에 걸쳐 번역한다. 소설 한 권 번역하는데 다른 일 모두 제쳐두고 올인한다고 해도 6개월이 꼬박 걸린다"며 "우리와 같은 공역이 이상적인 번역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신인상 수상자 중에는 조해진의 단편 '사물과의 작별'을 일본어로 옮긴 고졸 학력의 일본인 주부 다케우치 마리코도 포함돼 있다. 그는 "한국어가 좋아 12년 독학했다. 본격적으로 한국문학 번역을 하고 싶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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