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부가 법원으로부터 정책결정권 가져오라"는 박병원 경총회장에 "법원에 가지 않는 방법은 노사 양보"로 맞받은 김영주 고용장관

중앙일보 2017.09.05 17:51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5일 오후 4시 50분 한국경영자총협회를 찾았다. 외견상은 '취임 인사차' 의례적 방문이었다. 그러나 인사치레치고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김 장관은 이날 오후 중소기업중앙회와 대한상공회의소를 거쳐 마지막으로 경총을 찾았다. 이 자리에는 고용부에서 임서정 노동정책실장, 정지원 노사협력정책관, 황보국 대변인이 배석했다. 경총에선 박병원 회장, 김영배 부회장, 이동응 전무, 류기정 상무가 자리했다.

현 정부의 3단 경고 뒤 고용장관과 경총 회장의 첫 의견교환
박 회장의 "장관이 노조 출신이라고 걱정 안 한다"라는 말에
김 장관, 박 회장에 "경영하지 않은 경제단체 대표"로 되받아
언론에 공개되는 모두 발언 내내 공방 이어가며 긴장감 팽팽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왼쪽)이 5일 오후 대흥동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박병원 회장을 만나고 있다.   이날 김 장관은 중기중앙회, 대한상의에 이어 경총을 방문했다.[연합뉴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왼쪽)이 5일 오후 대흥동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박병원 회장을 만나고 있다. 이날 김 장관은 중기중앙회, 대한상의에 이어 경총을 방문했다.[연합뉴스]

김 장관을 맞은 박병원 경총 회장은 "장관과 노사정위원장(문성현)이 노조 출신이어서 걱정들을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박 회장은 "장관께서는 장관직에 맞게 하실 것으로 생각하고, 저 개인적으로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며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업무를 하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정부와 국회가 우선 해결하고, 법원으로 가지 않도록 해 달라"고 부탁했다. 통상임금이나 근로시간과 관련된 법적 분쟁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법원으로부터 빨리 정책 결정권을 가져와서 합리적 결정을 해달라"고도 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미적대 산업현장에 법적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5일 한국경영자총협회를 찾아 박병원 회장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5일 한국경영자총협회를 찾아 박병원 회장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아니나다를까 김 장관이 마이크를 넘겨받자마자 포문을 열었다. 김 장관은 박 회장에 대해 "경영을 하지 않은 경제단체 대표라서 합리적 얘기를 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경제단체 수장으로서의 적격성을 꼬집는 것으로 들릴 수 있는 발언이다. 경총 회장은 대체로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맡아왔다. 그러나 박 회장은 옛 재정경제부의 차관을 지낸 관료 출신이다.
김 장관은 이어 "법원에 가지 않는 방법은 노사가 조금씩 양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의 정부 역할론에 대한 반박이다. 그러면서 "노사가 자율적으로 타협하면 지원하겠다"고 했다. 노사가 자율적으로 처리하지 못해 법원으로 가는 갈등구조를 정부와 정치권이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하지 말라는 경고다.
이에 박 회장은 "저소득층의 제일 밑바닥에 실업자가 있다"며 "현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그래서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말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려 했다. 그러나 김 장관은 "일자리가 있어도 가족을 못 보는 구조다. 장시간 근로 때문"이라며 되받았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