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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끼를 물었다"... 북핵 위기에 ‘장외투쟁’ 밀어부치는 자유한국당의 속내는?

중앙일보 2017.09.05 16:54
김장겸 MBC 사장 체포 영장 발부에 반발해 정기국회 보이콧을 선언한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오른쪽) 등 의원들이 5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김장겸 MBC 사장 체포 영장 발부에 반발해 정기국회 보이콧을 선언한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오른쪽) 등 의원들이 5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MBC 김장겸 사장 체포영장 발부에 반발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장외투쟁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취소하고, 청와대와 고용노동부를 항의 방문했다. 한국당의 장외투쟁은 2005년 사학법 개정 이후 12년 만이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대통령의 해외순방 기간(6~7일)에는 장외투쟁을 하지 않겠다”며 “대통령이 국익을 위해 해외에 나가는 만큼 장외투쟁을 중단하는 게 정치도의에 맞는다”고 말했다. 일종의 숨 고르기다. 하지만 국회 보이콧은 계속하며, 대통령 귀국 이후 주말(9일)엔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도 검토하고 있다. 살얼음판 같은 북핵 위기 국면에서 왜 한국당은 ‘공영방송 사장’ 문제에 사활을 거는 걸까.    
 ①“미끼를 물었다”=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취임 후 공영방송 사장에 대한 퇴진 압력은 높아만 갔다. 보수야당측은 “방송장악 음모”라고 반발했지만 힘을 받지 못했다. KBSㆍMBC 사태의 기본 구도가 경영진과 노조 간의 갈등인 ‘방송사 내부’ 문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일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MBC 김장겸 사장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는 게 한국당의 시각이다. 공권력이 개입하면서 정권 차원의 이슈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꼴”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사장을 그냥 둬도 총파업 등 안팎으로 시달려 버틸 수 있었겠나. 하지만 사장을 솎아내려 한 문재인 정부의 속도전이 우리에게 공간을 마련해 주었다”고 주장했다 .
한국당은 “방송을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건 보수나 진보나 마찬가지”라는 주장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방침이다.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효성 위원장 해임 건의안을 검토해야 한다”(김선동 의원)는 주장까지 나왔다.   
김장겸 MBC 사장 체포 영장 발부에 반발해 정기국회 보이콧을 선언한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5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김장겸 MBC 사장 체포 영장 발부에 반발해 정기국회 보이콧을 선언한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5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②“싸울 때 싸워야”=당장 북핵 위기가 닥쳤는데 방송 공정성만을 이유로 전면 투쟁을 하는 게 무리가 있다는 건 한국당도 인정한다. 다만 “싸울 때 싸워야 정당의 존재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김정재 대변인)는 입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 내부적으로 이번 투쟁의 평가가 나쁘지 않다. 지리멸렬했던 당 분위기가 어느 정도 대오를 갖추면서 응집력이 커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문제로 잠복돼 온 당내 갈등도 한풀 꺾였다.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보수 선명성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③전선 옮겨타기=홍 대표는 이날 “(대통령이) 해외에서 돌아오면 더욱 가열차게 방송장악과 대북정책 수정 등 두 가지 목표로 장외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방송 이슈로 대여투쟁력을 높인 다음 안보 이슈로 갈아타겠다는 복안이다. 당 관계자는 “코드인사, 복지 포퓰리즘 등으로도 전선을 점차 넓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한국당의 한계다. 국민의당ㆍ바른정당 등 야당들이 한국당의 ‘보이콧’을 외면하고 있다. “국가 안보만큼은 되려 안정감과 대안을 제시해야 할 보수정당이 왜 국회를 박차고 나가느냐”는 비판 역시 부담이다. 한국당의 '도발'은 주말 도심 집회가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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