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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피투성이 여중생' 가해자 처벌 못하는 소년법, 폐지 아닌 시대변화 맞게 손질 시급

중앙일보 2017.09.05 16:17
피투성이 여중생의 가해 학생 4명이 폭행하고 있는 장면이 CCTV에 포착됐다. [사진 연합뉴스]

피투성이 여중생의 가해 학생 4명이 폭행하고 있는 장면이 CCTV에 포착됐다. [사진 연합뉴스]

‘부산 피투성이 여중생(14)’ 사건 가해자 4명 중 1명이 만 13세여서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이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현행 소년법이 규정한 ‘촉법소년(觸法少年)’에 해당하는 만14세 미만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공분한 누리꾼들은 청와대 홈페이지에 접속해 14만명 이상이 ‘소년법 폐지 청원’ 운동을 벌이고 있다.
 

만 10세~만 14세 미만 촉법소년 형사처분 면하자 공분한 누리꾼들 소년법 폐지 14만명 동의
전문가들 “소년법 폐지 대신 내실화로 재범 막아야…소년범 교육 강화가 핵심”
시대변화 반영해 촉법소년 적용 연령 낮추되 사회적 합의 필요

소년법은 만 10세 이상~만 19세 미만에 적용된다. 이들 중 특별히 만 10세 이상~만 14세 미만은 촉법소년으로 분류된 '형사 미성년자'여서 형벌을 받지 않고 보호처분만 받는다. 보호처분은 1호~10호까지 있으며 1호는 훈방, 10호는 최대 2년간 소년원에 송치된다.  보호처분은 형사재판 선고가 아니라 공식적인 전과기록(속칭 '빨간줄')이 남지 않는다. 
 
소년법 폐지 운동에 대해 부산 경찰청 관계자는 "엄밀히 말하면 촉법소년 적용 나이가 형법에 규정돼 있기 때문에 형법을 개정해야 소년법에 연동돼 적용된다”며 “누리꾼들의 요구대로 소년법을 폐지해 형법만 존재하면 만 10세 이상~만 14세 미만의 소년범은 보호처분조차 받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소년법은 촉법소년 규정과 함께 만 14세 이상~만 19세 미만의 통상적인 미성년자에게 성인과 다른 형사 처벌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미한 범죄인 경우 형사재판 선고가 아니라 가정법원 결정에 따라 교정 프로그램을 이수한다.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의미다. 살인·성폭력 등 무거운 죄인 경우에만 정식 형사 재판을 받는다. 사형 또는 무기형에 해당하는 중범죄를 저질렀어도 만 18세 미만은 징역 15년이 최고 형량이다. 특정강력범죄는 징역 20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      
  
촉법소년 규정을 둘러싼 논란은 이전에도 있었다. 2014년 12월 경북 경주에서 당시 13세 소년이 고모를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키가 170㎝ 이상으로 덩치가 컸던 C군(13)은 촉법소년이라 형사책임을 면했다.
 
촉법소년 규정을 악용하거나 이용해 법망을 빠져나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 2015년 11월 서울 송파구 일대 편의점과 음식점 11곳을 턴 10대 청소년 7명이 경찰에 잡혔는데 이 중 4명은 만 14세가 안 돼 아무런 처벌 없이 풀려났다. 하지만 이들은 풀려난 지 하루 만에 다른 식당을 털다 또 경찰에 붙잡혔다.
 
2015년 10월 경기도 용인 시내 한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진 벽돌에 맞아 50대 캣맘이 사망했지만, 용의자인 D군(9)은 처벌은 물론 보호처분 조치 대상도 받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이 5일 공개한 '촉법소년 강력범죄 검거 현황' [자료 박남춘 의원실]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이 5일 공개한 '촉법소년 강력범죄 검거 현황' [자료 박남춘 의원실]

 
촉법소년의 강력범죄는 매년 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인천 남동갑, 최고위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만 10세~만 18세의 미성년자가 지난 5년간 저지른 강력범죄에서 촉법소년 비율은 2012년 12%에서 2016년 15%로 높아졌다. 강력범죄는 살인, 강도, 강간 및 추행, 방화 등이다. 박 의원은 “강력범죄 연령이 낮아지면서 현재의 계도와 보호목적의 촉법소년제도가 범죄를 억제하고 예방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피투성이 여중생 사건을 계기로 달라진 시대변화를 반영해 촉법소년의 적용 나이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장성근 변호사(전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 회장)는 “청소년들의 신체발달 상황이나 인지능력이 많이 달라졌는데 법령은 이런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촉법소년의 나이를 만 14세 미만에서 낮추되 몇 세 까지 낮출지는 사회적 논의를 통해 합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소년법' 폐지 청원으로 5일 오후 3시 40분 기준 14여만 명이 동의했다.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소년법' 폐지 청원으로 5일 오후 3시 40분 기준 14여만 명이 동의했다.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선진국의 경우 범죄 의도와 집단성‧폭력성‧가학성에 따라 비록 미성년자라 하더라도 처벌하고 있다”며 “살인·성폭력·중상해 등 강력 범죄는 소년법이 우선 적용하지 않는 단서 조항을 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표 의원은 지난 7월 청소년 강력범의 경우 소년법상 형량 완화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내용을 골자로 한 ‘특정강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소년법 폐지가 능사는 아니라고 말한다. 김성민 법무법인 우원 변호사는 “소년범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소년법은 필요하므로 전면 폐지보다는 현실에 맞게 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소년법을 강화해야 재범을 막을 수 있다고 전문가는 조언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소년법 폐지로 19세 미만 청소년들이 성인 범죄자와 함께 교도소에 수용되면 어른 범죄자가 될 뿐”이라며 “소년법의 핵심이 교정·교화인 만큼 범죄 이후 바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경찰 조사 이후 검찰을 거치지 않고 가정법원으로 넘기는 ‘즉심제도’가 확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이 제도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  
  
부산·수원=이은지·김민욱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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