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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서울대 점거농성 학생들 징계, 절차 위법해 효력 정지해야”

중앙일보 2017.09.05 15:46
서울대 시흥캠퍼스 조성사업에 반대하며 점거농성을 벌인 학생들에 대해 중징계 취소 여부 판결이 나올 때까지 징계 효력을 정지해야 한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학생들 출석·진술권 보장 안 돼 '징계위 위법'
"학생 간부로 의견 제시한 점 등 참작 사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정만 수석부장판사)는 징계를 받은 학생 12명이 서울대를 상대로 “징계 취소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징계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5일 밝혔다.
 
서울대에서 점거농성 중인 학생들. 윤재영 기자

서울대에서 점거농성 중인 학생들. 윤재영 기자

 
이들은 지난해 10월 10일부터 153일 동안 본관을 점거하고, 이어 5월 1일~7월 14일까지 75일 동안 2차 점거 농성에 나섰다. 이에 서울대는 지난달 20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학생 4명에게 무기정학, 8명에게 6~12개월의 유기정학을 내렸다.  
 
당시 서울대와 학생 들은 시흥캠퍼스 문제를 대화로 해결하자며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관련 문제 해결과 신뢰 회복을 위한 협의회’를 만들었다. 학생들은 협의회에서 징계 철회를 안건으로 상정하려 했지만 학교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학생들은 지난달 23일 “본관 점거는 비민주적 사업 추진에 대해 정당한 저항권을 행사한 것”이라며 징계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정학처분으로 9월 개강 이후에도 수업을 들을 수 없게 된 이들은 소송과 함께 판결이 나올 때까지 징계 효력을 멈춰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냈다.
 
153일간 이어진 서울대생들의 본관 점거는 결국 학교와 학생 간의 물리적 충돌이 벌어진 뒤에야 마무리됐다. 학생들은 본관 건물 문을 부순 뒤 소화기를 수차례 분사했고, 교직원들은 소방 호스로 물을 뿌리며 맞대응했다. [사진제공=대학신문]

153일간 이어진 서울대생들의 본관 점거는 결국 학교와 학생 간의 물리적 충돌이 벌어진 뒤에야 마무리됐다. 학생들은 본관 건물 문을 부순 뒤 소화기를 수차례 분사했고, 교직원들은 소방 호스로 물을 뿌리며 맞대응했다. [사진제공=대학신문]

 
재판부는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학교가 학생을 징계하려면 학생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는 등 적절한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학생들은 실제 징계위가 개최된 장소를 고지받지 못해 징계위에 출석하지 못했다”며 “학생들에 대한 징계는 출석 및 진술 권리가 보장되지 않아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학생회 간부 또는 구성원으로서 시흥캠퍼스 건립 사업에 관해 간부들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다소 과격한 행동에 나아간 것으로 보이는 점, 학교의 주요 구성원인 학생들이 의견을 제시하는 게 부당하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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