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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 대기업 GS칼텍스가 손 내민 O2O 업체 '카닥' 이준노 대표…O2O 성공 드문 이유는

중앙일보 2017.09.05 15:24
자동차는 '애프터마켓'이 가장 큰 제품 중 하나다. 판매된 자동차들은 튜닝부터 고장수리, 사고 수리, 경정비, 중고차 판매까지 거대한 시장을 형성한다. 국내 자동차 애프터마켓 규모만 연 30조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이런 자동차 애프터마켓도 온·오프연계 서비스(O2O)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설립 3년만에 누적 견적요청 수리액 2000억원 돌파
"세차부터 정비, 주유까지 차량관리 문화 바꿀 것
O2O 사업에 일감 배달하는 인건비 들면 성공 어려워"

2013년 자동차 외장 수리 견적비교 서비스로 출발한 '카닥'은 이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O2O 서비스다. 지난해엔 차량 관리 서비스 '카닥 워시', 올해에는 경정비 서비스 '카닥 테크샵'까지 확장했다.
 
4일 만난 카닥 창업자 이준노(42) 대표는 자동차 관련 O2O 서비스의 성공 요소로 '소비자와의 신뢰 관계 구축'을 꼽았다. 그는 "기존 서비스센터보다 수리 기간은 짧게, 제공된 서비스 내역은 투명하게, 수리 대금은 합리적으로 받아야 소비자들이 믿고 차를 맡긴다"고 말했다. 
카닥 앱에서는 소비자가 차의 고장 부위 사진을 몇장만 찍어 올리면 여러 수리업체가 견적서를 보내온다. 소비자는 이 중 원하는 업체를 선택해 차를 맡길 수 있다. 믿고 맡길 수 있어야 지속가능한 서비스다. 현재 카닥 앱 다운로드 수는 92만건, 누적 견적요청 수리액은 2000억원을 넘어섰다.  
 
창업 후 3년이지만 카닥은 독특한 비즈니스 이력을 쌓아왔다. 한양대 자원공학과를 졸업한 이 대표는 99년 닷컴열풍 때 '벤치비'를 창업해 10년간 경영해왔다. 초고속 인터넷의 품질을 측정하거나 컨설팅해주고, 솔루션까지 제시하는 업체였다. 인터넷 속도 측정의 표준 방법을 만든 회사로 유명하다. 벤치비가 다음의 SNS 서비스 마이피플에 음성통화기능을 구축한 게 인연이 돼 이 대표는 다음의 전략팀, 경영기획팀에서 2년간 근무했다. 그러다 다음에서 사내벤처 사업을 공모했다. 이 대표는 A4 한장에 사업계획서를 써서 선발됐다. 평소 자동차 브랜드별 차종과 제원을 꿰뚫고 있었던데다 국내 대표 폴크스바겐 동호회 카페를 운영해 온 경험이 반영됐다. 
그는 "새 사업은 그 서비스를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가와 현재 시장에 있는 불편을 얼마나 해소해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했다"며 "차를 맡겨도 얼마나 심각한 고장인지, 얼마나 손을 많이 댔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사업이 꼭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구나 자동차 애프터 마켓의 시장 규모가 엄청나게 크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카닥이 분사할 때 다음은 30%의 지분을 갖고 있었으나 현재는 카카오가 60%의 지분을 갖고 있다. 분사 시킨 스타트업을 '본사'가 사실상 재인수한 사례는 국내 스타트업계에 흔치 않다. 지난해 말에는 정유업체 GS칼텍스가 9%의 지분을 인수하며 거액을 투자했다. 이 대표는 투자액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카닥의 기업가치는 현재 2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굴뚝 대기업이 O2O 업체에 손을 내미는 일도 세계적으로 드문 사례다. 이 대표는 "카닥이라는 회사와 1대 주주 카카오가 온라인에서 고객 모집에 경쟁력이 있는 업체라면, 2대주주 GS칼텍스는 오프라인 인프라와 네트워크가 뛰어나다"며 "GS칼텍스와의 협업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는 주유소에 세차장이 있지만 세차와 자동차 경정비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 사이트에 주유소가 같이 있는 방식으로 주유소 사업모델과 자동차 관리 문화를 바꾸는 시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수리업의 속성을 전파상에 비유해 설명했다. 불과 10~20년 전만해도 전파상은 동네 어귀마다 있었다. 제조사의 브랜드와 상관없이 어떤 TV나 라디오도 수리해줬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 사라졌다. 제조사의 품질보증 기간이 길어진데다 가전제품의 고장률 자체가 낮아졌다. 
이 대표는 "자동차 외장 수리는 품질 보증 기간이나 고장률이 아니라 사고에 의해 수요가 생긴다"며 "수리 업체도 특화하거나 전문화한 형태로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카닥은 특히 국내서 수리가 어려운 수입차 사용자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고 덧붙였다. 
경정비 품목 중 가장 흔한 차량필터의 경우 국내 차종은 130개정도의 필터를 갖추면 어떤 차든 교체가 가능하지만, 수입차 필터는 1300종을 갖춰야 고객 요구에 대응할 수 있다. O2O 서비스가 아니라면 오프라인 매장이 이 많은 필터를 종류별로 갖춰놓고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어렵다.
 
이 대표는 O2O 산업 전반에 대한 자신의 진단도 내놨다. 3년 전만해도 IT업계에서는 오프라인에서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가 수년 대 'O2O화' 되리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현재 '배달의 민족'과 '직방'을 제외하면 크게 성공한 O2O 비즈니스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 대표는 이를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로 설명했다. 그는 "온라인에서 고객을 모아 오프라인 서비스로 연결하는게 O2O 서비스의 본질"이라며 "일감을 오프라인 매장에 갖다주는데 드는 배달 비용이 높아서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세탁 O2O의 경우 세탁물을 걷어다 세탁소에 갖다주는 데 들어가는 인건비가 세탁비용 보다 비싸서는 비즈니스로 정착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는 "아마존의 비즈니스 방식을 살펴보며 인건비를 들여 라스트마일(최종 목적지)에 배달하는 일은 철저히 배제한다"며 "O2O 비즈니스에  관심있는 분들이 유심히 봐야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카닥= 2014년 1월 설립된 차량 정비 및 관련 O2O 서비스. 23명의 직원이 근무하면서 외장수리에서 세차, 경정비로 비즈니스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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