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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투기과열지구 '날벼락' 맞은 대구 수성구 "잔금 어떻게 치르나…혹시나 했는데" 혼란

중앙일보 2017.09.05 15:06
5일 대구 수성구의 한 부동산에서 부동산 업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백경서 기자

5일 대구 수성구의 한 부동산에서 부동산 업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백경서 기자

"8·2 대책이 나왔지만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은 수도권 위주라 대구 수성구는 괜찮을 줄 알았는데…." 
"부산처럼 조정대상지역으로 먼저 지정된 뒤에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급하게 지정하면 결국 피해는 대출규제를 받는 서민들 몫일 것 같다."  

국토부 5일 대구 수성구·성남 분당구 투기과열지구로 추가지정
부동산 업계 "많이 오르긴 했지만, 이렇게 빨리 지정될지는 몰라"
6일부터 당장 시행돼 시장 혼란, "서민들 당장 잔금 어떻게 치르나"
부동산 업자들 "잔금 문제로 분쟁·소송 발생할 것" 후폭풍 우려도


 
 정부가 경기도 분당과 함께 5일 대구 수성구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한 직후 기자가 찾아간 수성구 범어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정부의 정책 발표를 놓고 웅성웅성 거렸다. 대부분 "지정될 가능성은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지정할지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갑작스런 투기과열지구 지정 소식에 이날 달라지는 규제를 궁금해하는 문의 전화가 쏟아졌다.대출 제한에 대한 고민들이 가장 많았다.
 

수성구는 8·2 부동산 대책 시행 한 달이 지났는데도 시장 과열과 가격 불안이 지속되면서 이번에 규제 직격탄을 맞았다. 8월 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을 보면 수성구가 1.41%이고 분당은 2.10%였다.
자료:국토부

자료:국토부

부동산 업자들은 대구 수성구의 경우 자립형 사립고인 경신고가 일반고로 전환을 확정 지으면서 한 달 새 집값이 껑충 뛴 것으로 분석했다. 자녀의 학업을 위해 수성구에 집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실제 경신고 측에서 대구시교육청에 자사고 운영 포기 의사를 밝힌 뒤인 지난 5월 수성구 '범어네거리 서한이다음' 아파트 모델하우스는 문이 열리기 3시간 전인 아침 7시 전부터 방문객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주말 포함 3일간 2만여 명의 방문객이 왔다. 서한이다음 아파트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이 280대1, 전용 84㎡A타입 최고 618대1을 기록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대기줄 맞은 편에는 업자 수십명이 나와 예비청약자들에게 분양권 전매를 대놓고 광고하고, 많게는 1억원 가까이 웃돈을 얹고 분양권을 파는 사례가 있었다"며 "정부의 분양권 불법거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대구 수성구 '서한이다음' 모델하우스를 보기 위해 몰린 사람들 [사진 서한]

지난 5월 대구 수성구 '서한이다음' 모델하우스를 보기 위해 몰린 사람들 [사진 서한]

 정부 8.2 부동산 대책의 풍선효과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서울·수도권·부산 등지에서 부동산 과열 현상을 억제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자, 투기수요가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 수성구의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국토교통부는 6일부터 투기과열지구 추가 지정 효력이 발생된다고 밝혔다. 당장 투기과열지구 추가 지정 효력이 발생하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ㆍ총부채상환비율(DTI)이 각각 60~70%에서 40%로 줄어드는 등 대출규제가 강화된다. 재건축 조합원 지위양도가 금지되고 분양권 전매기간이 강화되고 재당첨 등이 제한된다. 또 국회에 계류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등이 개정되면 정비사업 분양 재당첨 제한이나 3억원 이상 주택 거래 시 자금조달계획 제출 등 규제가 추가된다.
 
 부동산 업자들은 유예기간 없이 당장 시행되면 부동산 시장에 대혼란이 올 것으로 내다봤다. 
 문진숙 대백부동산 소장은 "투자자들이 대구로 몰린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빨리 지정 효력이 발생하면 결국 서민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주장했다.
 문 소장은 "현재 집을 매매한 뒤에 잔금을 치르지 않은 사람들은 투기과열지구 지정으로 인한 대출 규제로 돈을 내지 못할 수가 있다. 잔금을 내지 않으면 등기소유권 이전이 되지 않아 부동산을 사이에 두고 분쟁·소송이 일어난다. 정부는 적어도 3개월간의 유예기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5일 오전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아파트 단지 모습. 국토교통부는 이날 8·2 부동산 대책의 후속조치로 대구시 수성구와 경기도 성남시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연합뉴스]

5일 오전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아파트 단지 모습. 국토교통부는 이날 8·2 부동산 대책의 후속조치로 대구시 수성구와 경기도 성남시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연합뉴스]

 실제 이날 대구 부동산 관련 인터넷 카페에서는 "빚내서 집 샀는데 이제 돈 빌리러 다녀야할 판"이라거나 "담보대출, 금리 저렴한 곳 아시는 분" 등의 내용이 담긴 글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한 회원은 "애들 교육 때문에 수성구로 이사하려고 7월에 아파트를 샀다. 60% 정도 대출할 생각으로 계약했는데 8월에 계약금 10%밖에 지급하지 못한 상태다. 이제 40%밖에 대출이 되지 않는데, 어떻게 남은 금액을 메워야 할지 눈앞이 깜깜하다"고 말했다. 
 일부 댓글에는 "결국 돈 있는 부자들이 계속해서 배를 불려갈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대구 수성구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김은탁 공인중개사는 "정부에서 8·2 대책이후 한 석 달은 더 지켜본 뒤에 정책이 나왔어야 한다. 매매가 어려워지니 전세금이 폭등하는 또 다른 풍선효과가 생길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대응책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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