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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노조파업, 오락가락 판결이 부추긴 건 아닌가

중앙일보 2017.09.05 13:49
한국GM 노동조합(노조)이 5일 또 파업했다. 금속노조 한국GM지부는 5일 인천 부평공장에서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설립하고 오전 조, 오후 조 각각 4시간씩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4일 법원이 사무직 업적연봉 등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결정한 지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다.
 

누적 2조원 적자인데 한국GM 노조 또 파업
통상임금 판결 엇갈리면서 영향
‘신의칙’ 인정 배경 일관성 필요해

노조가 파업하는 이유는 표면적으로 올해 임금협상 때문이다. 최근 3년 동안 1조971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회사에서 근로자들이 더 많은 임금을 요구하며 파업하는 건 비상식적이다. 그런데도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건 법원의 잇따른 통상임금 판결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근로자들이 받는 월급 중 통상임금으로 분류하는 항목이 중요한 이유는 통상임금이 법정수당(연월차·연장근로·휴일수당 등)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조 주장대로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사측이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각종 수당도 덩달아 금액이 커진다. 다만 법원은 이런 판결이 기업 경영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경우 예외적으로 미지급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신의성실원칙·신의칙)고 판단한다.
 
문제는 한국GM 통상임금 소송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엇갈린다는 점이다. 지난 2014년 법원은 한국GM 생산직의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이다’고 판결하면서, ‘신의칙’을 인정했다. 즉,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은 한국GM이 미지급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지나 4일 법원은 정반대 판결을 내렸다. 한국GM 사무직의 업적연봉·조사연구수당·조직관리수당·가족수당본인분을 ‘통상임금이다’고 판결한 것까진 과거 판결과 동일하다. 그런데 이번엔 ‘신의칙’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미지급한 임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14년에 비교할 때 한국GM은 적자가 더 쌓였을 뿐 경영 상황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물론 법원 판결도 근거는 있다. 생산직의 정기상여금과 사무직의 업적연봉은 다르다는 거다. 판결문은 “산정방식·지급방식 측면에서 정기상여금과 업적연봉은 다르다”고 봤다.  
하지만 한국GM은 2000년 노사협상에서 노사가 자율적으로 생산직의 정기상여금을 사무직의 업적연봉으로 ‘전환’한다고 합의했었다. 즉, 업적연봉은 노사합의에 따른 정기상여금의 또 다른 표현일 뿐이다. 다시 말해, 사실상 동일한 돈을 다른 이름으로 지급한다고 해서 법원은 ‘다르다’고 본 셈이다.  
 
노조 입장에서 생각건대, 이처럼 법원 판결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는 일단 파업하는 게 유리하다. ‘밑져야 본전’이기 때문이다. 통상임금 소송 카드를 테이블에 올려둔 채 이를 명분으로 파업한다. 사측이 요구를 들어주면 좋고, 아니면 소송을 제기한다. 승소하면 자연스럽게 임금을 더 받을 수 있고, 패소해도 잃을 게 없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일단 소송부터 해보고 승소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의 ‘로또식 소송’이 증가해 사회적 갈등 비용이 커진다”고 염려하는 배경이다.  
문희철 산업부 기자

문희철 산업부 기자

문희철 산업부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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