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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머' 꿈 깨지 마라...트럼프에 반발

중앙일보 2017.09.05 10:43
2017년 9월 4일 워싱턴에서 DACA 폐지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AP=연합뉴스]

2017년 9월 4일 워싱턴에서 DACA 폐지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AP=연합뉴스]

 "저는 다카(DACA)인데…. 저 소식 때문에 밤에 잠도 설치고 참 힘드네요…."
 

백악관 DACA 6개월 후 폐지 가닥
미국 각 기업 CEO 등 반대 목소리

 한인 미군 관련 카페에 오른 게시물이다. 트럼프 정부가 DACA(불법체류 청년 추방 유예·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 제도 폐지한다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소식에 미국 이민자 사회가 불안에 떨고 있다. 백악관은 5일(현지시간) DACA의 존폐 여부에 대해 공식 발표하기로 했고, 의회전문지 폴리티코 등이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 '6개월 후 폐지'를 결정했다고 3일 보도했다. 의회에서 해결책을 찾을 시간을 주기 위해 6개월을 유예한다는 것이다. 
 
DACA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2년 행정명령으로 도입했다. 부모를 따라 미국에 와 불법 체류자 신분이 된 아동과 청년의 추방을 연기해주는 제도다. 당시 오바마 전 대통령은 부모를 따라 미국에 와서 불법 체류 중인 청년들을 ‘드리머(Dreamer)’라 부르면서, 이들이 추방 걱정 없이 공부하고 일 할 기회를 주겠다고 밝혔다. DACA로 시민권은 얻을 수 없지만 학교에 다니거나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 
미국의 젊은 이민자와 후원자들이 2017년 9월 1일 LA에서 DACA 폐지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의 젊은 이민자와 후원자들이 2017년 9월 1일 LA에서 DACA 폐지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 이민서비스국은 ^1981년 6월 16일 이후 출생했으며 ^16세 이전 미국에 입국해 ^5년 이상 미국에 거주한 자 등의 신청 조건을 내걸었고, 약 80만 명이 추방 유예 허가를 받았다. 한인은 1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2년마다 자격을 갱신해 신분을 유지하고 있으며, 현재는 약 97%가 학교와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미 정부도 한시적으로 도입한 프로그램의 시한이 도래할 때마다 연장을 통해 추방 유예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 중 폐지 공약을 내걸었다. 뿐만 아니라, 텍사스 등 공화당이 집권한 10개 주 주지사들은 9월 5일을 시한으로 못 박고 DACA를 폐지하지 않으면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겠다고 압박해왔다. 
 
반대로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DACA 폐지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4일 CNN머니 등에 따르면 애플·페이스북·베스트바이·웰스파고·AT&T 등 주요 기업 CEO 400명이 드리머 폐지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청원에 참여하기로 했다. 앞서 아마존·애플·페이스북·GM·구글·MS·스타벅스·비자 등 주요 기업 CEO들은 트럼프 행정부에 공동 서한을 보내 "청년의 체류를 허가하는 '드림법' 제정에 초당적으로 힘써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 
2017년 9월 4일 워싱턴에서 DACA 폐지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AP=연합뉴스]

2017년 9월 4일 워싱턴에서 DACA 폐지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AP=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WP)는 공화당 중도 하원 의원은 물론 일부 보수주의자들도 불법 이민자들에게 영구적인 법적 지위를 제공할 수 있는 입법안을 만드는 데 열려 있다고 4일 보도했다. 민주당은 트럼프의 폐지안을 비판하며 드리머들을 보호하는 데 공화당도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공화당 낸시 펠로시 하원 의원은 "트럼프는 정의와 인간의 존엄성을 믿는 모든 사람들의 도덕성을 훼손하고 마음을 아프게 할 것"이라면서 "추방, 가족과 이별, 무감각한 학대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법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의회 내에서도 의견은 제각각이다. 양극단으로 갈린 공화당과 민주당이 멕시코 장벽 건설, 헬스케어법안 등 쌓인 현안을 두고 6개월 내에 DACA에 대해 합의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2010년 어린 이민자들이 시민권을 얻을 수 있는 길을 제시한 '드림법'은 하원에서는 통과했으나 단 5표 차이로 상원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민 강경론자인 톰 코튼 상원의원은 합법적인 이민을 향후 10년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레이즈 법(Raise Act)'을 포함하는 조건으로 '드리머'에게 법적 영주권을 부여하는 안을 제시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6개월 유예 후 폐지한다는 트럼프의 안을 지지한다면서도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를 모르는 드리머들에게 공감한다. 트럼프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리면, 우리는 딜레마에 대한 입법적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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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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