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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북한 핵실험 뒤 함몰 추정 지진" 늑장 발표

중앙일보 2017.09.05 10:21
북한이 6차 핵실험을 실시한 지난 3일 오후 국가지진화산종합상황실에서 유용규 지진화산감시과장이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실시한 지난 3일 오후 국가지진화산종합상황실에서 유용규 지진화산감시과장이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3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실시한 이후 8분 뒤 부근에서 함몰로 추정되는 지진이 발생했다고 기상청이 5일 발표했다.
 

3일 오후 12시 38분 리히터 규모 4.4 지진
파형 복잡하고 신호 약해 3일엔 파악 못해
장주기파 증폭한 뒤에야 추가 지진 확인
지질자원연 4일에 보고…늑장 발표 논란

기상청은 지난 3일 오후 12시 38분 32초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인근 지역에서 리히터 규모 4.4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이날 밝혔다.
기상청은 이 지진이 북한 6차 핵실험 이후 지반이 함몰되면서 발생한 지진으로 추정했다.
이 함몰 추정 지진은 지난 3일 오후 12시 29분 58초에 풍계리 지역에서 북한이 실시한 6차 핵실험보다 8분가량 지난 것이다.
핵 실험 때에는 규모(mb) 5.7의 인공지진이 감지됐다.
 
기상청은 1차 분석 결과, 함몰이 발생한 곳은 북한 6차 핵실험 위치로부터 남동쪽 약 7㎞ 부근인 것으로 추정되며, 향후 위치나 지진 규모 등에 대해서는 후속 정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상청이 북한 6차 핵실험 당시 실시간으로 관측한 지진 파형. 함몰 추정 지진이 발생한 시점(붉은색 화살표)에도 뚜렷한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자료 기상청]

기상청이 북한 6차 핵실험 당시 실시간으로 관측한 지진 파형. 함몰 추정 지진이 발생한 시점(붉은색 화살표)에도 뚜렷한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자료 기상청]

 
기상청이 북한 핵실험 당시 지지진파 중에서 장주기파만을 따로 걸러내 분석한 지진파형, 함몰로 추정되는 지진이 구별된다. [자료 기상청]

기상청이 북한 핵실험 당시 지지진파 중에서 장주기파만을 따로 걸러내 분석한 지진파형, 함몰로 추정되는 지진이 구별된다. [자료 기상청]

중국 측에서는 핵실험이 있었던 3일 오후 12시 38분 풍계리 부근에서 함몰로 추정되는 규모 4.6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 지질조사소(USGS) 역시 4일(한국시각) 같은 시각 규모 4.1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USGS는 함몰 지점이 핵실험 장소에서 북쪽인 것으로 추정했다. 
 
기상청은 또 강원도 양구의 공중음파 관측소에서는 3일 오후 12시 49분 42초경에 핵실험으로 인한 음파가 감지됐고, 8분 30여 초 뒤인 오후 12시 58분 12초경에는 함몰 추정 지진으로 인한 음파도 관측됐다고 설명했다.
강원도 양구 공중음파 관측소에서 관측한 북한 핵실험과 함몰 지진. 왼쪽 첫번째 붉은색 원은 6차 핵실험으로 인한 인공지진에서 발생한 공중음파이고, 오른쪽 두번째 불은색 원은 함몰 추정 지진에 의해 발생한 음파다. [자료 기상청]

강원도 양구 공중음파 관측소에서 관측한 북한 핵실험과 함몰 지진. 왼쪽 첫번째 붉은색 원은 6차 핵실험으로 인한 인공지진에서 발생한 공중음파이고, 오른쪽 두번째 불은색 원은 함몰 추정 지진에 의해 발생한 음파다. [자료 기상청]

하지만 기상청이 북한 핵실험 이틀 뒤에야 함몰 추정 지진의 발생 사실을 확인하고 공개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4일 오전 함몰 추정 지진이 발생한 사실을 확인했는데도, 기상청이 이를 발표하지 않은 것은 것은 너무 안이한 대처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지질자원연구원으로부터 함몰 지진 관련 정보를 공유받은 것은 4일 오후 1시쯤이고, 기상청에서는 객관적인 판단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추가 분석과 검토를 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다.
 
기상청 유용규 지진화산감시과장은 "북한 핵실험 위치와 국내 관측소 사이에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고, 지진파 파형 자체가 복잡한 데다 신호가 미세해 3일에는 확인이 어려웠다"며 "4일 오전부터 여러 가지 지진파를 걸러내는 작업을 거쳐 함몰 추정 지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파형에 인공지진과 자연지진 요소가 섞여 있어서 장주기파가 잘 나타나는 1~5㎐의 필터를 적용한 뒤에야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주파수 1~5㎐의 영역만을 걸러내 봤다는 의미다.
 
그러면서도 기상청은 속초와 서화(인제) 관측소에서 지진파형을 분석한 결과, 전형적인 함몰 지진 파형 특성과는 달라 추가 적인 정밀분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지진연구소 김소구 소장은 "핵실험이 실시되면 실험 장소 부근 지반이 약한 곳이 함몰되는데, 갱도나 갱 입구 같은 곳이 무너질 수 있다"며 "함몰됐다고 해서 그 자체로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유출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강찬수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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