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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문제 생리대 10종 이름 공개 … 유해성 판단 또 미뤘다

중앙일보 2017.09.05 01:47 종합 2면 지면보기
업계 1위 유한킴벌리를 비롯해 엘지유니참·P&G 등 대기업의 유명 일회용 생리대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여성환경연대 제출 보고서 근거
유한킴벌리·엘지유니참·P&G 포함
깨끗한나라 제품서 TVOC 최다
소비자들 “뭘 써야 하나” 혼란 가중

식품의약품안전처는 4일 여성환경연대가 제출한 시험보고서와 유해물질이 검출된 생리대 명단을 공개했다. 지난달 30일 생산업체와 제품명을 이니셜로 공개한 지 닷새 만이다. 일부 신문에 회사와 제품 이름이 보도된 데다 이니셜 공개로 인한 비판이 계속되자 실명 공개로 돌아선 것이다. 그러나 공개된 제품들이 실제로 인체에 위해한지 판단을 미뤄 소비자 불안이 계속될 전망이다.
 
여성환경연대 시험 결과는 김만구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생활환경연구실 교수가 수행한 것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김 교수의 시험 대상은 시중 판매량이 높은 중형 생리대와 팬티라이너 각각 5개다. 유한킴벌리 제품 4개, 깨끗한나라 3개, 엘지유니참 2개, P&G 1개다. 시험 결과에 따르면 시험 대상 일회용 생리대 10개 모두에서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이 검출됐다. TVOC는 대기 중에 쉽게 증발되는 벤젠·스틸렌 등의 유기화합물을 합한 것을 말한다.
 
10개 제품 가운데 깨끗한나라의 팬티라이너 ‘릴리안 베이비파우더향(수퍼롱)’에서 가장 많은 2만4752TEQ(톨루엔등가)-ng(나노그램)의 TVOC가 검출됐다. 그 다음은 깨끗한나라 중형 생리대 ‘순수한면 울트라슈퍼가드’, 엘지유니참 중형 생리대 ‘바디피트 귀애랑 울트라슬림 날개형’ 순이다. 그 외 유한킴벌리의 ‘좋은느낌2 울트라중형 날개형에이’, ‘좋은느낌 좋은순면라이너’ 등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TVOC가 나왔다.
 
식약처가 실명을 공개하자 소비자 불신이 더 커졌다. 회사원 이모(31·여)씨는 “조사 대상 제품 모두 유해물질이 나왔다고 하니 도대체 어떤 제품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식약처는 해당 시험 결과를 과학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보경 화장품심사과장은 “김 교수의 시험은 연구자 간에 상호 객관적인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았고 시험 결과 중에 일부 편차가 큰 데이터들이 있어 신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경원 의료제품연구부장은 “지금은 검출량만 있는데 인체 노출 평가를 해야 유해 여부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이달 중 유해 평가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다.
 
그런데도 식약처가 처음에는 익명으로, 나중엔 실명으로 제품을 공개한 걸 두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내 최고 전문기관이라는 식약처가 스스로도 신뢰하지 않는 자료를 왜 대신 공개해 혼란을 초래하느냐는 것이다. 황선옥 소비자시민모임 부회장은 “검증위원회에 참여한 시민단체 위원이 ‘시험 결과가 명확하지 않으니 발표하지 말자’고 했는데도 식약처가 왜 발표했는지 모르겠다”며 “제품명을 공개한다고 해서 소비자 불안이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이날 브리핑에서 “제품명 추측이 난무하고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검출량·유해성 논란이 계속돼 제조사 동의를 얻어 제품명을 공개한다”고 설명했다. 조사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연구자가 설명하는 게 맞다”며 답변을 피했다. 하지만 연구 책임자인 김 교수는 개인 일정을 이유로 이날 브리핑에 참석하지 않았다.
 
식약처는 이달 안에 휘발성 유기화합물 10종 조사를 마무리하고 업체와 품목별 휘발성 유기화합물 검출량, 오해 평가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나머지 휘발성 유기화합물 76종 조사 결과도 곧 공개하기로 했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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