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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동구매는 스튜핏! 저성장시대 ‘짠테크’ 인기

중앙일보 2017.09.05 01:08 종합 16면 지면보기
시청자의 충동적인 지출을 지적하는 프로그램을진행하는 김생민씨(오른쪽). [사진 유튜브 캡처]

시청자의 충동적인 지출을 지적하는 프로그램을진행하는 김생민씨(오른쪽). [사진 유튜브 캡처]

팟캐스트로 시작해 지상파 방송까지 진출한 ‘김생민의 영수증’이 청년들 사이에서 화제다. 시청자들이 한 달 치 영수증을 모아 보내면 ‘짠돌이’로 유명한 방송인 김생민이 검토하며 지출을 줄여야 할 부분을 지적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커피 사 마시지 말고 면수(국수 삶은 물)를 마셔라” 등 짠 내 나는 조언이 쉴새없이 쏟아진다. 충동적인 소비를 발견하면 “스튜핏!(Stupid·어리석다)”이라고 외친다. 팬들은 그를 ‘통장요정’이라 부르며 “안 사면 100% 할인”이라는 그의 명언을 가슴에 새긴다.
 

알뜰소비 주제 ‘김생민 영수증’ 화제
매일 푼돈 붓는 짠돌이 적금도 등장

직장인 한모(30)씨는 지난달부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다. 카드값과 ‘쥐꼬리만 한 적금’이 자동이체로 빠져나가니 한 달 월급이 몽땅 사라지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 한씨는 “김생민씨처럼 살고 싶지는 않지만 그를 보며 큰 자극을 받았다. 방송에 엄마와 함께 영수증을 보내 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8년째 엑셀로 가계부를 써왔다는 유재연(31)씨는 “소비 위주의 문화로 빚을 양산하는 게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때여서 근검절약의 대명사 김생민씨가 빛을 보고 있다”고 평한다.
 
저성장 시대를 맞아 수입이 늘지 않는다면 허리띠를 더 졸라매 ‘티끌 모아 부자’가 되겠다는 짠돌이가 주목받고 있다. 회원 10만 명의 인터넷 카페 ‘짠돌이 부자되기’에는 가계부 작성법, 냉장고 정리로 식비 아끼기 등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한 팁이 넘쳐난다. ‘나의 절약일기’ 게시판에는 “한강공원에 조깅을 하러 갔다 공병을 발견해 주워왔다” “하루 1000원씩 적금했다” 등 소소한 절약담이 수시로 올라온다. ‘짠태기(절약 권태기) 극복하기’ 게시판에는 “고기를 듬뿍 넣은 김치찌개”처럼 ‘작은 사치’를 고백하는 글과 다른 회원들의 위로 댓글이 올라온다.
 
금융권에서도 ‘짠테크’ 트렌드에 발맞춰 맞춤형 상품을 내놓고 있다. 우리은행의 ‘위비 짠테크 적금’은 한 달 동안 매일 1000원씩 입금액을 늘려 자동이체하거나 생활비를 일 단위로 쪼개 매일 입금하는 방식이다. KEB하나은행은 매일 문자 메시지로 얼마를 저축할지 묻고 답한 금액만큼 이체되는 ‘오늘은 얼마니? 적금’을 내놨다. KB국민은행이 지난달 내놓은 ‘KB라떼 연금저축펀드’는 매일 카페라떼 한 잔 값(5000원)을 연금으로 저축하는 상품이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프랑스 영화 ‘페니 핀처’에도 지독한 구두쇠가 나온다. 바이올리니스트 프랑수아는 해가 진 후에도 불을 켜지 않는다. 좋아하는 여성을 따라 고급 레스토랑에서 한 접시에 110유로(약 15만원)짜리 메뉴를 보고 놀라지만, 남은 음식을 봉지에 담아 오는 것으로 위안을 삼기도 한다.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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