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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대통령 임기 내 가석방 늘린다..."30%선까지 확대"

중앙일보 2017.09.05 01:01
10명 이상의 재소자가 수감 생활하는 안양교도소 수용실. [사진 법무부]

10명 이상의 재소자가 수감 생활하는 안양교도소 수용실. [사진 법무부]

정부가 전체 출소자 중 가석방(假釋放) 출소자의 비율을 30%대로 확대하기로 했다. 모범수에 대한 갱생의 기회 확대와 교정시설 과밀화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생각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4일 “가석방 비율을 2022년까지 현재의 25.1%(2016년 기준 가석방 출소자 7157명)에서 30%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책 시행 후 재범률 등을 분석해 효과가 있다고 판단되면 비율을 40%까지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2022년까지 25.1%→30% 이상으로
교도소 과밀화 해소, 사회 약자 배려
"살인, 성범죄 등 중범죄자는 배제"

가석방은 모범수나 개전의 정(반성, 참회하는 태도)이 있는 재소자들을 형기가 만료되기 전에 조건부로 석방하는 제도를 말한다. 교정기관이 예비심사를 거쳐 신청서를 제출하면 가석방심사위원회가(가석방심사위) 최종 심사를 해 가석방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가석방 기간에 다시 죄를 저지르면 형법 제35조에 따라 형의 두 배까지 가중 처벌을 받는다. 법무부 관계자는 “관련법 발의를 할 필요 없이 교정당국, 가석방심사위에서 통용되는 내부 지침을 만들어 적용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가석방 확대 방안은 현 정부의 ‘인권 강조’ 기조와 맞닿아 있다. 재소자 중 모범적 생활을 한 사회적 약자(임산부, 노인, 기초생활수급자 등)와 절도 등을 저지른 생계형 범죄자에게 가석방을 통해 갱생의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모범수에 대한 가석방 비율을 늘리면 재소자는 물론 가족의 생계 등 인권적 측면에서 도움이 될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가석방 심사 과정에서 살인, 성범죄, 아동 범죄, 마약 범죄와 주요 정치ㆍ경제 사범은 원칙적으로 배제키로 했다.
 
법무부,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 제공 [그래픽] 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법무부,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 제공 [그래픽] 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정부가 가석방 카드를 꺼내든 뒷 배경엔 교정시설 과밀화 문제도 깔려 있다. 전국 53개 교정시설에서 수용이 가능한 정원은 4만7820명이지만 현재 수용인원은 5만6955명(2017년 7월 31일 기준)으로 수용률 119.1%을 넘어선 상태다. 수용 정원이 2200명인 서울구치소에는 2879명(130.9%), 2060명인 대전교도소엔 3059명(148.5%)이 있다. 전국 수용율은 2013년 104.2%, 2015년 114.8%로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8월 부산교도소에선 폭염 속에서 좁은 방에 격리된 재소자 두 명이 열사병으로 잇따라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달 31일 부산지법 민사6부는 서모(46)씨 등 두 명이 “좁은 구치소, 교도소에서 다른 수용자들과 함께 지내며 ‘칼잠’을 자는 등 신체ㆍ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각각 150만원, 3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수용시설이 지나치게 좁으면 헌법에 보장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한 지역 교도소 교도관은 “비좁은 시설에 다닥다닥 모여있을 경우 재소자 간 마찰도 심해지고 교도관들의 통제도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가석방 출소자의 경우 일반 출소자에 비해 재범률이 낮다는 점은 가석방의 효과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쓰인다. 법무부에 따르면 가석방 출소자의 재범률은 평균 10%대 초반 수준이다. 교정 당국 관계자는 “일반 출소자의 재범률이 20%를 넘는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가석방 희망이 없는 재소자의 경우 교도소 내에서 자포자기하고 교도관들의 지시를 제대로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가석방이란 목표가 생기면 자발적으로 모범 생활을 하는 재소자들이 늘어나는 등 교화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도 최근 교정본부에 “교도소는 처벌만 하는 곳이 아니라 범죄자를 교화하는 곳”이라며 “죄에 대해선 원칙대로 처벌하되 재소자에 대한 비인격적인 대우는 방지해야한다. 세계적으로 평가 받을 수 있는 교정 선진국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형기에 비해 지나치게 이른 시점에서 이뤄지는 가석방은 제한할 계획이다. 현행 형법에 따르면 일반 재소자의 경우 형기의 3분의 1일, 무기수의 경우 20년이 경과하면 가석방 대상이 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최소 80~90% 이상의 형기를 채운 재소자들을 최우선 대상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가석방 확대에는 부정적 여론이 조성될 수도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법원 선고에 의해 결정된 형기를 국가에서 어느 수준까지 줄일 수 있느냐는 원론적 의문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가석방이 남발되면 처벌에 따른 범죄 억제 효과가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국희ㆍ박사라 기자 9key@joongang.co.kr
'재소자 갱생' VS '범죄자 면죄부' 가석방 둘러싼 논란은
교도소 내부 모습. [중앙포토]

교도소 내부 모습. [중앙포토]

가석방 비율이 30% 수준으로 높아지면 형기를 마치지 않고 사회로 복귀하는 출소자 수는 연 7000명에서 8500 명 수준으로 1500명가량 늘어난다. 김대근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석방은 사법부가 선고한 형량을 행정부가 개입해 임의로 줄이는 것”이라며 “권력분립 원칙과 충돌하는 측면이 있어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검사 출신 최운식 변호사는 “재범 위험이 적은 모범수들을 계속 구금하기보단 석방시켜서 사회에 기여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현재 법무부는 국민 여론을 고려해 형기의 약 80% 이상을 복역한 사람을 대상으로 가석방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형집행률 80% 원칙은 앞으로도 유지할 방침이다. 지나치게 형기를 면제하는 방식보단 가석방 대상자를 늘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석방이 권력형 비리에 연루된 이들에게 선심성 특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2005년 김운용 전 국제올림픽위원회 부회장은 형기의 59%만 채우고 가석방 됐다.

 
‘국정 농단 사건’ 관련자들이 형기를 어느 정도 채우면 가석방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법무부 계자는 “지금도 원전ㆍ방산ㆍ저축은행 비리 사범 등은 가석방 대상자에서 배제하고 있다. 국정 농단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가석방은 정치적 판단에 따라 결정될 사안이라 예단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살인이나 아동성범죄, 마약사범 등 중범죄자에 대한 가석방이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현행 법무부의 ‘가석방 업무지침’은 특정 범죄 유형을 가석방에서 대상에서 따로 제외하진 않는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중범죄자 가석방의 경우 피해자는 물론 가족 및 유가족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죄질이 나쁜 범죄의 경우 형기의 최소 95% 이상을 채워야 심사 대상에 오를 수 있도록 하는 등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며 “가석방심사위원회에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중범죄자에 대한 심사를 자체적으로 배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인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소자 교화, 인권적 효과가 크다는 측면에서 가석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면서도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범죄나 특정 인물에 대한 가석방은 엄격하게 배제하는 방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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