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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병기 '땅 속 탐지 레이더' 도입 뒤 장마철 싱크홀 사고 70% 줄었다

중앙일보 2017.09.05 01:00
지난 1일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 사거리 5차로에 대형 장비가 등장했다. 가로 3m, 세로 5m 크기로 도로 한 차선을 꽉 채우다시피하는 레이더가 문어 빨판처럼 도로를 쓸어나갔다.
서울시 도로관리과 직원들이 1일 오후 동대문구 답십리동에서 차량형GPR을 이용, 싱크홀 위험 구간을 찾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서울시 도로관리과 직원들이 1일 오후 동대문구 답십리동에서 차량형GPR을 이용, 싱크홀 위험 구간을 찾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차량형GPR을 이용하면 넓은 폭의 도로를 빠르게 스캔할 수 있다. 장진영 기자

차량형GPR을 이용하면 넓은 폭의 도로를 빠르게 스캔할 수 있다. 장진영 기자

 
최연우 서울시 도로관리팀장은 장비의 스크린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스크린의 직선이 포물선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지하에 구멍이 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답십리 사거리에서 동대문 중학교 교차로 방향으로 77m 지점. 중앙선 기준 3차로. 지면에서 40cm 깊이에 동공이 있습니다.”
 
최 팀장이 동공 위치를 하얀색 페인트 스프레이로 표시하자 다른 직원들이 천공기(아스팔트에 구멍을 뚫는 기계)를 가져왔다. 
서울시 도로관리과 직원들이 천공기를 이용해 아스팔트에 구멍을 뚫고 있다. 구멍이 뚫리면 내시경을 넣어 동공을 촬영한다. 장진영 기자

서울시 도로관리과 직원들이 천공기를 이용해 아스팔트에 구멍을 뚫고 있다. 구멍이 뚫리면 내시경을 넣어 동공을 촬영한다. 장진영 기자

 
5분 뒤 구멍으로 내시경이 투입됐다. 곧이어 스크린에는 실시간으로 촬영된 동공의 모습이 드러났다.
내시경으로 촬영된 동공의 단면. 회색 부분은 아스팔트, 검은 부분은 동공이다. 지름 5cm의 구멍을 뚫어 내시경 촬영을 한 뒤 360도로 촬영된 화면을 펼치면 위와 같이 보인다. 빛이 없는 지하에서 동공을 촬영하면 검은색으로 나타난다. [사진 서울시]

내시경으로 촬영된 동공의 단면. 회색 부분은 아스팔트, 검은 부분은 동공이다. 지름 5cm의 구멍을 뚫어 내시경 촬영을 한 뒤 360도로 촬영된 화면을 펼치면 위와 같이 보인다. 빛이 없는 지하에서 동공을 촬영하면 검은색으로 나타난다. [사진 서울시]

 
서울시 도로관리과 직원들은 '싱크홀 특공대'로 불린다. 시내 곳곳을 누비며 침식 우려가 있는 동공을 찾아내는 것이 40여 명 '특공대원'들의 임무다. 이들은 2014년부터 지금까지 하루 약 20km, 총 4975km 길이의 도로 지하에 있는 구멍을 수색해왔다.
 
싱크홀 특공대의 눈은 대당 7억의 '몸값'을 자랑하는 첨단 장비, GPR(Ground Penetrating Radar·동공탐사레이더)이다. GPR은 땅 속에 전자파를 투과해 지하의 빈 공간을 탐지하는 장치로, 흙·아스팔트·돌·콘크리트관·모래 등 지반의 물질에 따라 각기 다른 진폭과 세기의 전자파를 쏘아 올린다. 이 전자파를 판독해 동공이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지역을 찾아낸다. 도로를 뜯지 않고도 속을 볼 수 있게 하는 일종의 ‘X레이’인 셈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동공 탐사는 2차에 걸쳐 이뤄진다. 1차 조사에는 도로를 달리는 차량형GPR 과 손으로 끄는 핸드GPR이 투입된다. 보다 규모가 큰 차량형 GPR을 이용하면 더 넓은 폭의 도로를 더 빨리 스캔할 수 있다. 레이더 밑에 장착된 바퀴는 탐사 속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차량형GPR의 장점이 ‘속도’라면 핸드GPR의 장점은 정확성이다. 손으로 기계를 밀면서 도로를 스캔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동공의 정확한 좌표가 필요할 때 주로 이용된다.
차량GPR로 동공의 대략적 위치를 파악한 뒤, 핸드GPR을 이용해 정확한 위치를 찾아낸다. 장진영 기자

차량GPR로 동공의 대략적 위치를 파악한 뒤, 핸드GPR을 이용해 정확한 위치를 찾아낸다. 장진영 기자

 
동공의 좌표가 파악되면 해당 위치를 천공해 내시경을 투입, 동공의 모양과 크기를 파악하는 2차 조사가 이뤄진다. GPR과 연결된 컴퓨터에는 지반 상태가 표시되는데, 직선으로 그려지던 선들이 포물선 형태로 볼록하게 변하면 그곳에 동공이 있다는 뜻이다. 측정이 끝나면 해당 구역을 굴착해 동공 생성 원인을 파악한다. 그동안 하수관 손상, 땅파기 공사 이후 복구 미흡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하수도관의 균열을 메우는 등 보수 공사가 마무리되면 ‘동공 수술’이 끝난다.
 
배광환 서울시 도로관리과장은 “GPR은 서울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효자 중의 효자”라며 “2014년부터 현재까지 1780여 개의 동공을 미리 발견했다”고 말했다. 덕분에 이후 1년 중 싱크홀이 가장 자주 발견되는 장마철(6~7월) 사고 건수가 지난해 42건에서 올해 12건으로 71% 줄었다. 1월부터 7월까지의 전체 싱크홀 발생 건수도 지난해 68건에서 올해 21건으로 69% 감소했다.  
 
도로관리과 직원들이 ‘싱크홀 특공대’로 거듭나기까진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서울시는 일본의 민간업체 어깨너머로 동공 탐사 기술을 배웠다. 당시 국내 기술로는 GPR을 통한 동공 탐사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일본 업체가 2014년 서울 도심에서 발견한 40여개의 동공을 테스트베드로 삼아 GPR이 동공을 감지할 때 내보내는 전자파의 진폭과 세기를 판독하는 법을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그 결과 2016년 7월부터는 일본 업체의 도움 없이 순수 국내 기술로 동공탐사를 수행할 수 있었다. 2년 전 20%에 불과했던 동공 탐사 정확도는 올해 85%로 껑충 뛰었다.
 
아찔한 순간도 많았다. 2014년 12월에는 도심 한복판인 돈화문로(을지로3가~창덕궁 삼거리)에서 지름 3m의 대형 동공을 발견하기도 했다. 통상 지름 80cm이하 동공을 소형, 80cm~2m를 중형, 2m 이상을 긴급 복구가 필요한 대형 동공으로 분류한다. 이 정도 크기의 동공이 있었는데도 도로가 함몰되지 않은 것은 동공 위 아스팔트가 20cm의 표준 두께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지름 2m 이상 대형 동공 위에 자리한 아스팔트가 마모돼 두께가 10cm 이하로 얇아지면 도로는 함몰 직전 상태가 된다. 최팀장은 “돈화문로의 동공은 다행히 겨울철에 발견돼 장마철이 시작하기 전 보강 공사를 마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서울시는 이외에도 택시 기사들이 싱크홀을 발생하면 긴급 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실시간 신고 시스템을 개발해 활발히 운영 중이다. 택시 기사가 운전 중에 파손된 도로를 발견해 택시 내 설치된 카드 결제기의 1번 버튼을 누르기만하면 결제기에 내장된 GPS가 도로파손위치를 자동 전송하는 원리다. 2014년 5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총 2만8302건, 월평균 943건의 신고가 들어왔다.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협업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최우수 정책으로 꼽히기도 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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