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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흰 옷 12만 명 ‘순백의 만찬’ 즐겨요

중앙일보 2017.09.05 01:00 종합 23면 지면보기
2017년 서울과 부산에서 두 차례 열린 디네 앙 블랑 행사를 위해 방한한 애머릭 파스키에(오른쪽)와 샌디 사피 공동대표. 애머릭 대표는 디네 앙 블랑의 창립자 프랑수아 파스키에의 아들이다. [김춘식 기자]

2017년 서울과 부산에서 두 차례 열린 디네 앙 블랑 행사를 위해 방한한 애머릭 파스키에(오른쪽)와 샌디 사피 공동대표. 애머릭 대표는 디네 앙 블랑의 창립자 프랑수아 파스키에의 아들이다. [김춘식 기자]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순백의 옷과 장신구를 차려 입은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앉아 저녁식사를 즐긴다. 프랑스 파리에서 온 ‘디네 앙 블랑(Diner en Blanc)’ 이야기다. 디네 앙 블랑은 ‘순백의 만찬’이란 의미로, 창립자 프랑수아 파스키에가 1988년 친구들과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프랑스 궁정문화를 재현하기 위해 기획한 야외 디너파티다. 매년 6월 파리를 비롯해 세계 25개국 75개 도시에서 열리고 있다. 옷·신발·가방·액세서리에 테이블·의자까지 모두 흰색으로 갖추고 식사를 즐기는 게 특징이다. 파티에 필요한 음식과 테이블·의자까지 참가자가 직접 준비하는 BYO(Bring your own) 방식으로 진행된다.
 

‘디네 앙 블랑’ 이끄는 파스키에·사피
프랑스 궁정문화 재현 디너 파티
만찬 장소 비밀인 게릴라식 진행
서울 등 25개국 75개 도시서 열려

죽음·상복·특정 정치집단 상징 등
나라별 흰색 의미 달라 부담감도

국내에는 2016년 처음 열렸고 올해도 서울과 부산에서 두 차례 열렸다. 5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아레나광장엔 1500여 명, 8월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는 1000여 명이 광장과 모래사장을 흰색으로 물들이는 장관을 연출했다. 행사를 위해 방한한 디네 앙 블랑 인터내셔널의 애머릭 파스키에, 샌디 사피 공동대표를 만났다.
 
지난 8월 26일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열린디네 앙 블랑 행사. [사진 화이트디너코리아]

지난 8월 26일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열린디네 앙 블랑 행사. [사진 화이트디너코리아]

흰색으로 차려 입는 이유는 뭔가.
"디네 앙 블랑이 열린 첫 장소는 파리 외곽 불로뉴 숲이었다. 워낙 넓은데다 다른 사람도 많이 오는 곳이라 파티 참석자끼리 알아볼 수 있는 장치가 필요했다. 멀리서도 서로 잘 알아볼 수 있도록 눈에 띄는 흰색으로 드레스 코드를 정했다.”(애머릭)
 
미리 장소를 알려주지 않는 이유가 있나.
"첫 파티가 열리고 4년 후 세느강 퐁데자르 다리에서 파티를 다시 열었다. 그런데 ‘공공장소에서 개인 파티를 열 수 없다’는 이유로 행사 허가를 받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파티 장소를 마지막까지 비밀에 부쳤다. 참가자들이 재미있어 했고 이는 디네 앙 블랑의 전통이 됐다.”(애머릭)
 
파리 행사가 불법이란 말인가.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처음엔 그랬다. 게릴라처럼 모여 음식을 먹고 재빨리 헤어졌다. 행사 중간에 경찰이 와 다른 곳으로 이동한 적도 있다.”(애머릭)
 
국제적 행사로 확산되면서 어려운 점은.
"나라별로 흰색에 대한 해석이 다르다는 점이 큰 장벽이다. 특정 정치적 집단을 의미한다든지, 죽음을 상징하기도 해 부담감을 느끼는 곳이 많다. 한국만 해도 흰색은 장례식에 입는 상복의 개념이 있더라.”(애머릭)
 
디네 앙 블랑의 규모는 얼마나 되나.
"참가인원은 1년에 12만 명, 웨이팅 리스트는 그 다섯 배인 60만 명이다.”(샌디)
 
디네 앙 블랑에 참가하려면 호스트의 초청을 받아야 한다. 또 초청 대상은 지난 행사 참가자가 최우선이다. 초청을 못받았거나 처음 참가하는 사람은 홈페이지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 선착순으로 참가권을 준다. 참가비는 5만5000원(1인 기준). 음식값, 테이블·의자 대여비 등이 포함되지 않은 순수한 행사 참가비다.
 
가장 옷을 잘 입는 도시는 어디인가.
"미국 뉴욕이다. 클래식에서부터 극단적인 스타일까지 실험적이고 과감한 패션을 보여준다.”(샌디)
 
한국 참가자들의 분위기는 어떤가.
"사람들이 너무 잘 차려 입어 놀랐다. 흰색 옷에 부담감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젊은 세대답게 개성 있는 옷차림이 많았다.”(샌디)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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