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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감동했나, 우승 상금 기부 약속 지킨 루이스

중앙일보 2017.09.05 01:00 경제 11면 지면보기
컴비아 포틀랜드 클래식에서 3년3개월 만에 LPGA투어 우승을 차지한 스테이시 루이스. 우승상금 전액을 허리케인 피해를 입은 휴스턴 지역에 기부하기로 했다. 기부 증서를 들고 환하게 웃는 루이스. [포틀랜드 AFP=연합뉴스]

컴비아 포틀랜드 클래식에서 3년3개월 만에 LPGA투어 우승을 차지한 스테이시 루이스. 우승상금 전액을 허리케인 피해를 입은 휴스턴 지역에 기부하기로 했다. 기부 증서를 들고 환하게 웃는 루이스. [포틀랜드 AFP=연합뉴스]

3년 3개월의 기다림. 83개 대회 만에 이뤄낸 우승의 열매는 달콤했다. 그리고 우승의 기쁨을 실의에 빠진 사람들과 함께 나눴다. 전(前) 여자골프 세계 1위 스테이시 루이스(32·미국) 이야기다.
 

39개월 만에 LPGA 통산 12승
허리케인 덮친 제2의 고향 휴스턴
2억2000만원 전액 피해 복구 성금
후원사 2곳도 13억5000만원 내놔

82개 대회 동안 준우승만 12차례
챔피언 퍼트 뒤 남편 껴안고 눈물
전인지, 1타차 올 5번째 준우승

루이스는 4일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 컬럼비아 에지워터 골프장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컴비아 포틀랜드 클래식에서 합계 20언더파로 우승했다. 지난 2014년 6월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 이후 3년 3개월 만에 LPGA투어 통산 12승을 거뒀다. 이날 루이스가 벌어들인 우승 상금은 19만5000 달러(약 2억2000만원). 그는 이 상금을 대형 허리케인 하비로 피해를 입은 텍사스주 휴스턴 지역의 복구 지원을 위해 내놓았다.
 
루이스는 이번 대회에 남다른 각오로 출전했다. 지난달 말 초강력 허리케인 하비가 루이스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휴스턴을 덮쳐 큰 피해를 입혔기 때문이다.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강우량 (1.25m)을 기록하면서 이 지역에선 약 45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11세부터 휴스턴에서 자랐던 루이스는 이번 대회 출전을 앞두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휴스턴에 살고 있던 부모님이 침수된 집을 나와 대피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휴스턴대 여자골프팀 코치인 남편 제러드 채드웰은 카약을 타고 침수된 휴스턴 골프장을 찾아가 약 10만 달러 상당의 골프 장비들을 갖고 나왔다.
남편 채드웰과 얼싸 안고 기뻐하는 루이스. [포틀랜드 AP=연합뉴스]

남편 채드웰과 얼싸 안고 기뻐하는 루이스. [포틀랜드 AP=연합뉴스]

 
컴비아 포틀랜드 클래식을 앞두고 루이스는 “사람들은 내가 우승 상금을 받은 뒤 휴스턴 지역에 기부하길 원한다”며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가장 값진 우승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루이스는 오하이오 주 톨리도에서 태어났지만, 자란 곳은 휴스턴 외곽의 우들랜즈다. 루이스는 간절한 마음을 경기에 집중했다. 2라운드에선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잡아내며 공동선두에 나섰고, 3라운드에서도 7타를 줄였다. 마지막날엔 전인지(23) 등 경쟁자들의 추격에도 꾸준히 파 세이브를 하면서 선두를 지켰다.
 
우승을 확정한 루이스는 “(우승 상금을 기부하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오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건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루이스 뿐만 아니라 그를 후원하는 다국적 회계기업인 KPMG도 우승 상금과 같은 액수를 허리케인 피해 복구를 위한 성금으로 내놓기로 했다. 또다른 후원사인 정유회사 마라톤도 100만 달러(약 11억3300만원)를 기부하기로 했다.
 
이날 루이스는 챔피언 퍼트를 성공한 뒤 남편 채드웰을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 루이스는 지난 2014년 미국 선수로는 베시 킹(62) 이후 21년 만에 ▶올해의 선수상 ▶최저타수상 ▶상금왕을 차지했다. 그 해에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면서 최고의 해를 보냈다. 그러나 2014년 6월 아칸소 챔피언십 이후 그는 82개 대회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한국 선수들의 기세에 눌려 준우승만 12차례 차지했다. 그 사이 세계랭킹은 18위까지 내려갔다. 지난해 8월 아칸소대학 동기인 채드웰과 결혼한 루이스는 “지난 3년 동안 좌절감을 느낄 정도로 힘들었다. 나와 함께 했던 남편도 힘들었을 것이다. 남편과 함께 우승하게 돼 매우 특별하다”고 말했다.
 
루이스를 막판까지 맹추격했던 전인지는 1타 뒤진 합계 19언더파로 2위를 차지했다. 16번 홀에서 약 7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루이스를 한 타차로 추격했지만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한국 선수의 LPGA 연속 우승 기록도 5개 대회에서 멈췄다. 지난해 LPGA 신인왕 전인지는 올 시즌 우승 없이 준우승만 5차례 차지했다. 전인지는 “힘든 시간을 보냈던 루이스에게 축하의 뜻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 시즌 5차례 준우승한 전인지. 최종 4라운드에서 티샷하고 있다. [포틀랜드 AFP=연합뉴스]

올 시즌 5차례 준우승한 전인지. 최종 4라운드에서 티샷하고 있다. [포틀랜드 AFP=연합뉴스]

 
지난해 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던 전인지는 이번 대회 준우승으로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지난달 28일 끝난 캐나다 여자오픈에서 공동 3위에 오른데 이어 2주 연속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전인지는 “지난달 브리티시 오픈 전만 해도 마음이 흔들렸다. 그러나 이젠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다. 에비앙에 갈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에비앙 챔피언십은 14일 개막한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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