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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끝내줬던 손에 달렸다, 1300억 ‘단두대 매치’

중앙일보 2017.09.05 01:00 경제 10면 지면보기
수술을 받은 손흥민의 오른팔엔 아직 흰 붕대가 감겨 있다.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손흥민은 한국 축구대표팀의 상징색인 빨간색 테이프를 감고 나선다. 한국은 2년 전 우즈베크와의 경기에서 두 골을 기록했던 손흥민에게 다시 기대를 건다. [타슈켄트=연합뉴스]

수술을 받은 손흥민의 오른팔엔 아직 흰 붕대가 감겨 있다.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손흥민은 한국 축구대표팀의 상징색인 빨간색 테이프를 감고 나선다. 한국은 2년 전 우즈베크와의 경기에서 두 골을 기록했던 손흥민에게 다시 기대를 건다. [타슈켄트=연합뉴스]

축구는 ‘전쟁’이다. 적어도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10차전에서 맞대결을 펼치는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에겐 그렇다. 5일 밤 12시(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이 경기(JTBC 단독 생중계)는 ‘단두대 매치’로 불린다. 패배하면 형장으로 끌려갈 정도로 중요한 경기라는 뜻이다. 섬뜩하기 짝이 없는 표현이지만 그만큼 이 한 판 대결에는 많은 게 걸려있다. 수천억대의 돈과 양국의 명예가 걸린 맞대결이다. 축구대표팀에게 거는 양국 국민의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월드컵 본선행 걸고 오늘밤 최종전
한국, 우즈베크에게 지면 대재앙
위상 추락 등 감안 땐 수천억 손실

손흥민, 2015년 아시안컵 연장 2골
붕대 감고 훈련하며 필승 의지 다져

우즈베크는 지한파 제파로프 기대
JTBC 밤 12시부터 단독 생중계

한국(승점 14)은 우즈베크(승점 12)를 꺾으면 조 2위로 본선에 진출한다. 만약 비기거나 지면 3위 시리아(승점 12), 4위 우즈베크와 복잡한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한다. 탈락한다면 한국 축구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대재앙을 맞게 된다. 당장 대한축구협회 연간 스폰서십이 줄어들 판이다. 현재 스폰서십 규모는 292억원 정도인데, 만약 본선 진출에 실패하면 후원액이 크게 축소될 수 밖에 없다. K리그의 인기 추락도 불보듯 뻔하다. 관련 산업도 줄줄이 타격을 입게 된다. 월드컵 본선 중계권료로 9500만 달러(1077억원)을 투입한 지상파 TV 3사(SBS·KBS·MBC)도 광고 수입이 줄어들면서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한국이 본선 진출에 실패하면 월드컵 배당금도 받을 수 없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지만 950만 달러(104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여기에 한국 선수들의 유럽 진출 기회가 줄어드는 ‘무형의 손실’까지 고려하면 손해는 수천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그래서 양국의 축구대결을 취재하기 위해 38개 국내언론사가 50여명의 취재진을 타슈켄트에 파견했다.
 
벼랑 끝에 몰린 한국은 이번에도 손흥민(25·토트넘)의 발끝을 바라보고 있다. 손흥민은 우즈베크로 출국하면서 모자를 눌러쓴 채 어두운 표정이었다. 지난달 31일 이란과의 9차전에서 부진했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지난해 10월6일 카타르와의 경기 이후 1년 가까이 대표팀에서 골을 넣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2015년 1월 우즈베크와 아시안컵 8강에서는 연장전에서만 2골을 터트리며 한국의 2-0 승리를 이끌었던 좋은 기억이 있다.
 
지난 6월 오른팔 수술을 받은 손흥민은 여전히 흰붕대를 감고 훈련 중이다. 경기 당일엔 대표팀 상징색인 빨간색 테이프를 감고 나선다. 손흥민은 우즈베크전을 하루 앞둔 기자회견에 신태용(47) 감독과 함께 모습을 나타내 필승의 의지를 다졌다.
 
우즈베크도 사생결단으로 나서는 건 마찬가지다. 행정가 출신 삼벨 바바얀 감독이 이끄는 우즈베크는 최근 7경기에서 5패에 그치면서 팬들의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주장 오딜 아흐메도프(30·상하이 상강)는 “한국을 이기지 못하면 우즈베크에서 축구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 4년 전과 같은 일은 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즈베크는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에서 이란, 한국에 밀려 3위에 그친 뒤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다. 우즈베크에서 10년간 사업을 하고 있는 강창석씨는 “구 소련에서 분리된 우즈베크 사람들은 고향이나 다름없는 러시아에서 열리는 월드컵에 손님이 아닌 주인으로 가고 싶은 열망이 강하다”고 전했다.
 
우즈베크의 축구팬들은 ‘우즈베크의 박지성’ 으로 불리는 세르베르 제파로프(35·에스테그랄)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제파로프는 A매치 124경기(25골)에 출전한 베테랑이다. 아시아축구연맹 올해의 선수상을 두차례(2008년·11년)나 받았다. 2010년부터 5년간 국내 프로축구 K리그 서울·성남·울산 등에서 활약해 국내팬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선수다. K리그 통산 110경기에서 20골·16도움을 기록했다. 제파로프는 이번 최종예선에서 경기당 팀 최다인 2.9개 크로스를 기록하면서 13차례 찬스를 만들어냈다. 제파로프는 “한국 축구를 잘 알고 있다. 한국을 꺾고 반드시 러시아에 가겠다”고 말했다.
 
김환 JTBC 해설위원은 “30대 중반인 제파로프는 고질적인 무릎 통증이 있어서 후반으로 갈수록 기동력이 떨어진다. 찰거머리처럼 붙어서 그를 견제한다면 패스를 원천봉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손흥민은 집중 견제를 당할 가능성이 큰 만큼 무리하게 돌파를 시도하기 보다는 다른 선수에게 공을 패스하는 이타적인 플레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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