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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사이트] 돈 풀어 떠받친 세계 경제, Fed 돈줄 죄어도 버틸까

중앙일보 2017.09.05 01:00 경제 8면 지면보기
글로벌 금융위기 그후 10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2008년 9월 간판을 내린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 [중앙포토]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2008년 9월 간판을 내린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 [중앙포토]

최근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우리 금융시장의 지정학적 위험이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세계 금융시장의 화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등 긴축 기조 여파가 어느 부문에 어떻게 미칠 것인가였다.

2007년 BNP 사태서 촉발한 위기
통화 완화로 4년 뒤 극복했지만
실물경제 충분히 회복됐는지 의문

금융 신용경색 도미노 위험 상존
선제적인 감독·지원시스템 필요

 
2015년 말 시작된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그 여파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는 것은 세계 경제가 아직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진에게서 벗어나지 않음을 보여준다.
 
실물경제의 회복세는 나라별로 다르다. 미국과 독일, 영국, 프랑스와 일본 등의 주요 선진국들이 2011년 이후 금융위기 이전의 경제 규모를 회복하면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재정위기로 어려움을 겪었던 포르투갈과 이탈리아,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은 아직도 위기 이전의 경제 규모를 크게 하회하고 있다. 중국은 예외적으로 위기를 전후로 고성장세를 꾸준히 이어온 덕분에 2016년의 경제 규모는 위기 이전인 2006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주식시장도 대부분 위기 이전의 고점을 경신했다. 이는 기본적으로 실물경제의 회복과 기업이익의 개선에 기반을 둔 것이기는 하지만 경기회복과 주택시장 부양을 위한 중앙은행들의 통화완화 정책에도 힘입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미 연준의 긴축 등으로 완화정책의 효과가 사라질 경우 금융시장이 받을 수 있는 충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이처럼 세계 경제 전반에 파장을 미친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의 출발점은 어디일까? 2008년 9월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지만, 다수의 문헌은 2007년 8월 프랑스의 BNP 파리바 은행이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투자한 일부 펀드의 인출을 동결한 것을 위기의 시작으로 꼽고 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금융위기의 구조적 배경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주택가격 하락세가 시작된 것이 2006년 4월이었고, 2007년 4월 미국의 모기지 대출업체인 뉴센츄리 파이낸셜이 파산했다. 6월에는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가 모기지 관련 펀드의 청산을 선언했다.
 
그러나 BNP 파리바 은행의 펀드 인출 동결을 계기로 금융시장에서 유동성 경색이 표면화하면서 금융기관들의 자금조달이 본격적으로 어려워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금융위기의 출발점은 2007년 8월로 간주된다.
 
금융위기의 시작은 일부 펀드의 인출중단이라는 일종의 지급불능 사태였지만, 이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에 기반을 둔 다양한 증권화 상품들의 부실 우려가 증폭되면서 다수 금융기관들의 자금조달 위기, 즉 유동성 위기로 확산되었다.
 
이러한 와중에 도매금융 시장에서 자금의 70% 이상을 조달하던 영국의 노던록은행은 2007년 9월초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고, 이는 예금자들의 예금인출 사태 즉 뱅크런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국유화됐다.
 
당시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증권화 상품들과 연계된 다수의 금융기관들은 전통적인 소매예금이 아니라 기관간 자금시장인 도매예금, 기업어음, MMF 등 단기자금시장에서 자금조달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금융위기의 전개와 정책대응은 과거와 다르게 진행됐다.
 
소매예금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전통적인 상업은행의 뱅크런에 대해서는 예금보험제도라는 안전판이 작동하고 있었지만, 2007년 시작된 금융위기는 소매예금이 아닌 이른바 ‘그림자 금융’ 시장에서의 뱅크런이었다는 점에서 정책당국들이 비은행 금융기관들에 대한 자금지원을 위해 그동안 활용되지 않던 예외조항들에 기반을 둔 위기대응 조치들을 시행해야 했다.
 
비은행 금융기관들에 대한 연준의 담보대출, 은행 부채에 대한 연방예금보험공사의 지급보증 등이 그것인데, 이들 조치들의 ‘이례적, 비전통적’ 성격은 다양한 정치경제적 논란들을 야기하면서 신속한 실행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금융위기가 진정된 이후에는 위기의 발생을 예방하는 것뿐만 아니라 위기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 제도도 개선됐다. 금융소비자들의 과도한 위험추구 행위를 통제하기 위한 건전성 관리는 당연히 필요하지만, 이에 더하여 금융기관들의 충격흡수 능력과 정책당국의 위기대응 수단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동안 국제결제은행과 금융안정위원회(FSB) 등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온 SIFI(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에 대한 자본규제의 강화, 레버리지 규제와 유동성 규제 등은 금융 스트레스 발생시 금융기관의 충격흡수 능력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들이다.
 
또한 금융위기 때 나타난 바와 같이 일부 금융기관의 지급불능 위기가 시장 전반의 유동성 위기로 이어진 경험은, 위기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선제적인 대응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위기 이후의 규제개혁과 더불어 도매금융에 대한 금융기관들의 과도한 의존은 개선되었지만, 초저금리 하에서의 풍부한 유동성과 자산시장의 호황 등으로 전반적인 금융시장의 상호연계성이 증가한 상황에서 선제적인 정책 대응 필요성은 더욱 커진 셈이다.
 
미국과 일본, EU 등의 주요국들은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위해 필요할 경우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한 지급보증, 자본확충과 대출 등의 선제적인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일부 금융기관의 부실을 계기로 금융시장 전체가 신용경색에 빠지면서 금융중개기능이 마비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부실이 확인되지 않은 금융기관들을 대상으로 한 선제적인 자금지원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일섭 예금보험공사·예금보험연구센터장

임일섭 예금보험공사·예금보험연구센터장

2008년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과 AIG의 구제금융이 불가피했던 것인지, 정책당국이 더욱 잘 대응했더라면 회피할 수 있었던 것인지를 지금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금융기관들의 자본이 보다 충분했고, 정책당국이 선제적인 자금지원을 통해 신용경색의 확산을 억제했더라면 위기의 파장도 작아졌을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금융감독체계의 개편 가능성 등이 거론되고 있다. 더불어 정책당국과 감독당국, 예금보험기구 간의 적절한 역할 분담을 통해 우리 실정에 맞는 위기대응 체계의 구축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임일섭 예금보험공사 예금보험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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