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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뱅·케뱅 막아라 … 은행·통신사 손잡았다

중앙일보 2017.09.05 01:00 경제 6면 지면보기
은행권이라는 연못에 들어온 ‘메기(카카오뱅크)’ 한 마리가 연못을 휘젓고 있다. 연못 생태계 자체를 바꿔놓을까 우려한 은행들은 메기가 하는 대로 따라 하기 바쁘다. 대출 금리를 내리고, 수수료를 낮추고, 애플리케이션(앱) 환경을 바꿨다.
 

하나금융·SKT ‘핀크’ 서비스 합작
앱 환경 바꾸고 금리·수수료 인하
인공지능 기반 머니트레이너 지향
“제3 인터넷은행 겨냥” 분석도 나와

그러자 기존 금융회사와 통신회사가 합작해 인터넷은행과 비슷한 서비스에 나섰다.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이 합작한 ‘핀크(Finnq)’다.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이 결합해 신용카드 거래 내역을 기반으로 소비 패턴을 분석해주고, 그에 맞는 금융상품 소개를 통해 자산관리를 돕는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라는 게 회사 측의 주장이다.
 
예를 들어, 주요 서비스 중 하나인 ‘씨미(SEE ME)’는 여러 금융회사에 흩어져 있는 계좌 내역 뿐만 아니라 신용카드 거래 내역까지 한눈에 볼 수 있게 해 준다. 공과금 등 고정비용 지출과 외식·쇼핑·문화생활 등 카테고리별 소비 패턴 분석도 가능하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기반의 금융 챗봇인 ‘핀고(Fingo)’를 통해 세밀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외식비 할인이 많이 되는 신용카드를 알려줘’라고 채팅 창에 적으면 알아서 여러 금융회사 상품들을 안내해 준다.
 
이날 핀크 출범식에 참석한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2030세대의 건선한 소비습관을 돕는 AI 기반의 ‘머니 트레이너’를 지향한다”며 “핀크가 금융의 딱딱하고 복잡한 이미지를 벗고 쉽게 저축하고 합리적으로 소비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비스’라고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인터넷전문은행과 닮았다. KEB하나은행의 계좌를 기반으로 적금에 가입할 수 있고, 카드를 만들 수 있으며, 대출을 받을 수도 있다.
 
모바일에서 핀크 앱을 다운받아 가입 절차를 마치면 휴대전화 번호와 같은 번호로 생성된 계좌를 통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해당 계좌에 모바일에서 사용 가능한 ‘핀크 머니’를 충전하면 휴대전화에 저장된 연락처를 기반으로 다른 사람에게 직접 송금을 할 수 있다. 은행으로 치면 입출금이 가능한 보통예금 통장이 되는 셈이다. 핀크 앱을 통해 KEB하나은행의 적금 금리(2.7%)에 SK텔레콤 가족결합 혜택(1.3%)을 더한 최대 연 4%의 금리를 챙길 수 있는 ‘T핀크적금’, 결제금액의 일정 비율을 자동으로 저금하도록 유도하는 ‘라면저금’, 하나카드와 제휴해 이용금액에 따라 최대 2% 포인트가 적립되는 투뿔카드 등에 직접 가입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핀크가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염두에 둔 사전포석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핀크는 지난해 10월 하나금융과 SK텔레콤이 각각 51%, 49%의 비율로 출자한 합작 법인이다. SK텔레콤은 2015년 인터파크 컨소시엄으로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한 적이 있다.
 
핀크 측은 이에 대해 부인했다. 예정욱 핀크 부사장은 “(인터넷전문은행) 추진 여부는 모회사인 하나금융과 SKT가 의사결정해야 할 부분”이라며 “지금까지는 검토된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카카오뱅크의 성공을 지켜본 마당에 은행이나 통신사 등이 인터넷전문은행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마침 이날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을 허용한다는 방향은 분명하다”며 “(은산분리 완화 등) 법적 기반이 없으니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그와) 상관없이 하겠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은산분리 문제 때문에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서 인터넷전문은행을 추진하는 게 부담스럽지만 항상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하게 되면 다양한 파트너를 염두에 둘 것”이라고 말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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