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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펀드 10년 전쟁 … 버핏이 택한 인덱스 펀드, 헤지펀드 압도

중앙일보 2017.09.05 01:00 경제 2면 지면보기
“많은 똑똑한 사람이 헤지펀드를 운용하고 있지만 그들의 지능(IQ)이 투자자에게 받아가는 수수료 수준은 안 될 겁니다.”
 

희비 엇갈린 미 인덱스·액티브 펀드
누적 수익률 85%대 22% 큰 격차
한국도 차이 적지만 결과는 같아

IT 발달로 통계·정보 독점 한계
인덱스 펀드, AI 등 활용 약점 보완

위기 대응 능력은 액티브 펀드 우위
“두 펀드 합한 하이브리드가 대안”

시작은 워런 버핏의 이 한마디였다. 2006년 5월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자 ‘투자의 귀재’ 버핏의 지능 운운하는 말에 미국 헤지펀드 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그들의 반발에 버핏은 오히려 도발의 강도를 높였다. 앞으로 10년을 두고 본다면 미국 주가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수익률이 헤지펀드를 앞설 거라며 100만 달러(약 11억3000만원) 내기를 걸었다.
 
미국 헤지펀드 회사 프로티지 파트너스가 펀드매니저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며 버핏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버핏이 내건 대표 선수는 ‘뱅가드 S&P 인덱스 펀드’였다. S&P 500지수에 따라 수익률이 그대로 결정된다. 프로티지 파트너스가 선택한 건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 펀드 5개였다. 이 재간접 펀드가 추종하는 헤지펀드는 100여 개가 넘는다. 펀드매니저가 보통 30~50개 종목을 골라 직접 운용하는 헤지펀드는 액티브 펀드의 대표주자다.
 
2008년 1월 1일 시작한 이 ‘100대 1의 승부’는 올해 12월 31일이면 끝난다. 약속한 날짜까지 3개월이 남았지만, 승부는 사실상 결정 났다. ‘인덱스 펀드의 압승, 액티브 펀드의 참패’다.
 
지난 2월 공개된 버크셔 해서웨이의 ‘2016년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S&P 인덱스 펀드의 9년간 누적 수익률은 85.4%에 이른다. 액티브 펀드를 대표하는 5개 재간접 헤지펀드가 지난 9년 동안 올린 누적 수익률은 그 절반도 안 되는 평균 22.0%다. 5개 재간접 펀드 가운데 3개는 9년 누적 수익률이 2.9~8.7%로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역전이 불가능한 숫자다.
 
경제 전문지 포천은 “연 3%의 펀드 수수료가 (액티브 펀드에 판돈을 건) 프로티지 파트너스의 발목을 잡았다”고 평가했다. 헤지펀드 같은 액티브 펀드는 펀드매니저가 종목을 고르고 직접 사고 팔다 보니 비용이 많이 든다. 지수를 그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인덱스 펀드에 비해 투자자가 부담해야할 보수·수수료가 높다.
 
증시 환경도 달라졌다. 정보기술(IT)의 발달과 한층 엄격해진 투자 규정 탓에 소수 펀드매니저가 정보나 통계를 더이상 독점할 수도 없다. 시점도 인덱스 펀드에 유리했다.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바닥을 딛고 이후 증시가 회복했던 덕분에 인덱스 펀드는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이 대결을 한국으로 가져와보면 어떨까. 4일 글로벌 독립 투자리서치업체 모닝스타코리아에 ‘인덱스 대 액티브’ 10년 국내 펀드 수익률 분석을 의뢰했다. 10년 이상 유지가 가능했던 국내 대형주 펀드를 대상으로 했다.
 
이변은 없었다. 2007년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국내 71개 인덱스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41.0%, 국내 235개 액티브 펀드는 평균 35.1%였다. 역시 인덱스 펀드의 승리다. 연평균 수익률에서도 인덱스 펀드(3.5%)는 액티브 펀드(3.1%)를 앞섰다. 대신 버핏의 미국 사례처럼 큰 수익률 차이는 나지 않는다. 연도별 수익률에서도 미국과 달리 국내 인덱스 펀드와 액티브 펀드는 엎치락 뒷치락을 반복했다.
 
그 이유에 대해 정승혜 모닝스타코리아 리서치팀 이사는 “국내 액티브 펀드의 인덱스 펀드화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이사는 “펀드매니저가 직접 종목을 선택해서 운용하는 액티브 펀드라고 해도 지수 대비 수익률을 신경 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지수 연동 상품도 함께 담는 경우가 국내에선 많다”며 “최근 지수 상품의 실적이 좋다보니 이런 경향은 더 뚜렷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액티브 펀드가 선방한 게 아니라 인덱스 펀드 ‘닮은꼴’ 전략을 썼던 덕분이란 분석이다.
 
장기전에선 인덱스 펀드가 유리하다. 그러나 모든 투자자가 버핏처럼 10년 가까이 돈을 묶어두는 실험을 할 수 없다. 인덱스 펀드가 만능도 아니다. 버핏과 헤지펀드 간 10년 대결에서 헤지펀드가 유일하게 이긴 해가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번졌던 2008년이다. 그해 수익률은 S&P 인덱스 펀드 -37.0%, 액티브 펀드 -23.9였다.
 
위기가 터졌을 때 순발력 면에서 아직은 액티브 펀드가 우위다. 인덱스 펀드 쏠림 현상은 시장에도 부작용을 가져오고 있다. 인덱스 펀드가 추종하는 지수는 보통 대표 종목 위주로 짜여진다. 대형주 쏠림과 중소형주 소외 현상이 점점 심해지는 이유다.
 
최정혁 한양대 경영학부 겸임교수(전 골드만삭스은행 서울 대표)는 “종목 선택을 통한 시장을 웃도는 수익률이란 액티브 펀드의 장점, 낮은 비용이란 인덱스 펀드의 장점을 합한 하이브리드 펀드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르네상스 테크놀로지, 투시그마 같은 펀드 회사가 대표적이다. 이들 펀드 회사는 사람 대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비용은 줄이면서도 수집한 방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수익성 높은 종목을 골라 투자하는 시도를 하고있다.
 
‘퀀트’ ‘스마트 베타’ 등으로 지칭되는 투자 전략이다. 최 교수는 “아직은 개발과 검증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더 들여야 하는 초기 단계지만 컴퓨터 기술과 분석 기법의 발달에 따라 펀드 시장의 새 조류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덱스 펀드와 액티브 펀드
인덱스 펀드는 코스피 200 같은 지수에 따라 수익률이 정해지는 지수 연동 펀드를 말한다. 액티브 펀드는 반대로 펀드매니저가 투자 종목 수십 여 개를 직접 골라 사고 팔면서 수익을 내는 펀드를 의미한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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