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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만에 새 곡 내놓은 81세 황병기

중앙일보 2017.09.05 00:05
가야금 명인이자 현대음악의 기법으로 음악을 작곡하는 황병기. [중앙포토]

가야금 명인이자 현대음악의 기법으로 음악을 작곡하는 황병기. [중앙포토]

 가야금 명인 황병기(81) 선생은 작곡가이기도 하다. 1962년부터 꾸준히 작품을 발표했다. 특히 75년 ‘미궁(迷宮)’이 화제였다. 가야금을 전통적으로 연주하는 대신 첼로 활, 장구채, 거문고 술대 등으로 연주하고 여성 독창자는 신음하는 소리, 신문 낭독하는 소리 등을 내는 작품이다. 황병기는 울음과 웃음, 야유 등 기존 음악에서 쓰이지 않았던 재료를 이용한 현대음악 작곡가로도 기록돼 있다.
 

가야금 명인 황병기의 신작 '광화문' 9일 초연
서정주 시 '광화문'에 음악 붙여
"2001년 '추천사' 등 서정주의 시로 가곡 자주 만들어"
9일 인천 엘림아트센터에서 '황병기 가곡의 밤'

그가 16년 만에 새 작품을 냈다. 미당 서정주의 시 ‘광화문’(1959)에 곡을 붙인 동명의 음악이다. ‘북악과 삼각이 형과 그 누이처럼 서 있는 것을 보고 가다가/큰형의 어깨 뒤에 얼굴을 들고 있는/누이처럼 서 있는 것을 보고 가다가/어느 새인지 광화문 앞에 다다랐다.’ 이렇게 시작되는 시에 황병기는 남성 독창자, 가야금, 장구 편성의 음악을 입혔다. 2001년 서정주의 시 ‘추천사’로 가곡을 발표한 후 오랜만이다.
 
“늙은 거죠 뭐. 16년 동안 곡을 안 냈다는 건.” 전화 통화에서 황병기는 장난스레 웃으며 가곡 ‘광화문’을 소개했다. “제가 대학생 때부터 좋아하던 시예요. 우리 민족 전체를 아우르는 광명사상을 품고 있죠.” 그는 “오랜만에 ‘곡을 쓰고 싶다’는 강하게 생각이 들었어요. 오랫동안 좋아했던 시 ‘광화문’을 붙들게 됐죠”라며 “우리 민족은 본래 환한 것을 좋아하고 넓음을 사랑하는데, 최근 광장이라는 새로운 의미가 덧붙여지기 이전의 근원적인 사상을 광화문으로 풀어내고 있는 시”라고 소개했다.
 
서정주와의 인연도 남다르다. 62년 첫 작품이 ‘국화 옆에서’였고 ‘추천사’ ‘광화문’까지 서정주의 시를 많이 사용했다. “꼭 음악을 붙여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시를 찾기가 힘들어요. 그런데 희한하게 서정주의 작품은 음악을 만들고 싶어지죠.” 또 그의 모든 가곡 작품 중 남성이 부르는 작품도 ‘국화 옆에서’와 ‘광화문’ 둘 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여성의 목소리로 노래한다. 그는 “특히 ‘광화문’은 남성이 무거운 소리로 불러야 제대로 맛이 살더라”고 했다.
 
새 곡인 ‘광화문’을 비롯해 ‘추천사’ ‘미궁’ 등 황병기의 대표 가곡 6곡을 들을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된다. 9일 오후 4시 인천 엘림아트센터에서 열리는 ‘황병기 가곡의 밤’이다. 황병기가 작품을 해설하고 윤인숙ㆍ박문규ㆍ강권순이 소리를 맡는다. 지애리가 가야금, 홍종진이 대금, 김웅식이 장구를 연주한다. 황동규 ‘즐거운 편지’, 박경선 ‘차향이제’ 등 황병기가 음악을 위해 고른 시의 아름다움도 맛볼 수 있다. 그 중에서 황병기가 가야금을 연주하는 음악은 ‘미궁’ 한 곡이다. “워낙 즉흥연주가 많고 까다로워서 내가 아니면 연주할 사람이 없다”는 게 이유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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