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글중심] “조선족은 다 범죄자? 편견 심해질까 걱정입니다”

중앙일보 2017.09.05 00:05

김숙자 재한동포총연합회 이사장
재한동포총연합회 김숙자 이사장(63)이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중앙시장을 소개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대림동 12번 출구에 위치한 대림동 중앙시장의 상점은 대부분 조선족 동포들이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유진 인턴기자]

재한동포총연합회 김숙자 이사장(63)이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중앙시장을 소개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대림동 12번 출구에 위치한 대림동 중앙시장의 상점은 대부분 조선족 동포들이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유진 인턴기자]

 재한동포총연합회 김숙자 이사장(63)은 "영화 ‘청년경찰’의 제작자들이 흥행 욕심으로 조선족 동포들과 그들의 터전인 '서울 대림동'을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영화에서 ‘경찰도 무서워서 안 들어가는 곳’으로 묘사한 대림동이지만 주말이면 택시가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사람들이 붐비는 동네라고 했다. 그는 "영화에서 그려진 부정적 모습과 장면이 동포들에 대한 편견을 심화시킬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로 재한동포총연합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관련기사 [e글중심]영화 '청년경찰' 500만 돌파, 중국동포들이 뿔났다)
 
영화를 본 소감은.
“영화를 보고 ‘이게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장된 장면이 너무 많았다. 대림동에서 중국인 깡패들이 여성들의 난자를 채취하는 장면이 특히 그렇다. 대림동엔 그런 조직적인 깡패들이 없다. 세트도 창고를 얻어서 아수라장으로 꾸몄다. 기존 대림동의 모습하고는 많이 다르다."
 
동포들이 집단적으로 항의하게 된 계기는.
“조선족 친구 한 명이 영화 ‘청년경찰’을 보고 동포들을 무시한 거 같다고 전했다. 곧바로 10여 명의 동료들과 직접 영화를 보니 논란이 될 만하다고 판단됐다. 내가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동포 단체들을 모았다. 첫 회의에 21명이 참석했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 ‘동포들과 현지 한국인들과의 간격을 좁혀보려는 노력이 허사가 될 수 있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앞으로 개봉될 영화 ‘범죄도시’ 또한 조선족을 부정적으로 묘사한다며 이를 우려하는 이들도 있었다. ”  
 
가두시위도 진행했다.
“(지난 달 28일 지하철 2호선 대림역 주변 피켓시위)사전 신고를 못 해 목소리도 크게 못 내고 조용히 하다 왔다. 최근엔 방배동에 제작사와 책임자 대표 집에 갔는데 다 문이 잠겨 있어서 들어가지 못했다.”
 
시위 목적은 무엇인가. 
“ '청년경찰' 관람객 수가 50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인기인데 상영 금지는 불가능할 거라고 본다. 우리가 시위하는 이유는 행동을 통해 사람들에게 차별에 대한 경각심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영화 제작사에게 보상도 요구할 계획이다. 우리 이미지가 실추됐으니 제작사 측이 이를 배상해줘야 하지 않겠나. 문화의 거리를 조성하는데 조각상을 지어준다든지, 문화의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그 예다.“ 
 
 김 이사장에 따르면 2004년에서 2005년 사이에 대림동으로 많은 동포들이 유입됐다. 조선족 동포들이 주로 거주하는 곳은 구로, 영등포, 금천이며 주로 식당 운영과 같은 서비스업에 종사한다고 한다. 최근엔 무역, 학원 강좌 등을 비롯한 여러 가지 분야로 진출하는 조선족 동포들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김 이사장은 전한다. 
 이달 1일에는 국내 중국동포들을 대표하는 단체의 장들이 대림2동 주민센터에 모여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국내에 거주하는 중국동포는 약 66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날 모임엔 40개의 중국동포 단체장과 길림신문 대표, 대림상인회장과 자율방범대장 등 60여 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조선족 동포와 조선족 동네에 대한 선입견은 근거가 없다는 말인가.
“동포들이 모여 사는 동네가 ‘음침하다’, ‘어둡다’는 편견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사회 질서는 큰 문제가 없는데 동네 자체가 번화하지 않고 골목이 비좁아서 그런 편견을 줄 수 있다.”
 
실질적으로 조선족 거주 지역의 범죄율이 높은 건 사실이다. 
“예전에는 조선족 거주 지역 중 한 곳인 가리봉동에서 흉악 범죄가 종종 발생했다. 지금은 많이 줄었다. 음주 때문에 물의를 일으켜 체포된 동포들은 체류 연장이 불가능하게 됐기 때문이다.”
 
대림동 등 조선족 밀집지역의 밤 분위기는 무섭다는 얘기가 많다.
 "낮에 일하고 고단하니까 밤에 술을 마시는 동포들이 많은 건 사실이다. 타지에서 외롭다 보니 노래방에서 늦게까지 놀거나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길거리에서 취해 비틀거리는 모습을 일반인들이 보면 무서움을 느낄 수 있다고 본다. "
 
'삼합회' 같은 조직폭력조직이 있다는 소문도 많다. 
 "소문이 그렇지만 조직폭력배는 없다. 예전에는 돈을 뜯어내는 폭력배가 있었는데, 동포들은 그런 폭력배에 끼어 팁을 챙기는 정도였다. 지금은 사라졌다고 본다. 다만 유흥업소에서 술값을 내지 않는 '양아치'들은 있다. 그런 사람들은 조선족 동포라기보다 중국인 한족들이 더 많다."
 
범죄율을 줄이기 위한 동포들의 노력이 있었나.  
“해마다 우리 단체는 1년에 세 번씩 동포들이 밀집한 서울과 안산에서 범죄예방간담회를 연다. 자율방범대는 협회가 생기고 4개월 만에 만들어졌다. 20007년 6월18일 이 협회가 생기고 방범대는 그 해 11월에 만들어졌다. 스스로 우리 마을을 깨끗하게 하고, 우리가 범죄 예방을 하자는 취지였다. 지금은 13개의 자율방범대가 있다. 보통 밤 8시부터 9시 반까지 4~15명이 한 조가 돼 순찰한다. 가리봉동에서는 CCTV 수를 늘리려는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CCTV 사각지대에는 큰 거울을 설치하고 있다.”
 
조선족 동네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효과적일 것 같은데. 
“가리봉동에 문화의 거리, 우호의 거리라는 상징물을 세우기 위해 계획 중이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는 동포들이 많이 살지만 평온하고 깨끗하고 안전하다’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게 만들 것이다.”
 
최근 사드로 인해 한·중 관계가 소원해졌다. 조선족 동네도 영향을 받나. 
“영향이 엄청나게 크다. 우리만 해도 사무실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내부에서 국제의료관광을 추진했는데 작년에 사드 때문에 추진이 중단됐다. 사실 한·중 관계가 멀어지면 한국 사람들에게도 피해가 많이 간다. 조선족 동포들은 막노동이라든지 어떤 수단을 통해서든 살지만, 무역에 임하는 한국인들은 이제껏 투자한 금액도 많고 창고에 재고가 남는 상황도 생기기에 더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앞으로 조선족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영화가 또 개봉한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10만 명 서명받기’ 등의 노력을 통해 정부 차원에서 문제를 개선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문화부 등에 항의서도 제출할 생각도 있다.”
 
한국은 중국과 달리 창작이나 예술의 자유가 폭넓게 인정되는 나라다.
“항의 과정을 통해 우리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청년경찰’이 상영 중지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시위하는 이유는 이러한 노력을 통해 한국 사회에 우리 목소리를 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서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 조선족 동포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인식을 개선해나가고 싶다.”
김숙자 이사장은...
 김숙자 이사장은 중국 지린성(吉林省) 옌지(延吉)에서 나고 자라 옌볜대학(延邊大學)과 북경대학(北京大學)을 졸업했다. 통 번역과 회계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으며 일했다. 연변일보(延邊日報)에서도 일했던 그녀는 1996년 사업차 한국에 방문했다가 거주를 결심했다. 막 한국에 입국한 동포들을 보며 ‘당신들도 나처럼 고생 하겠구나’라는 생각에 2007년 재한동포총연합회를 결성했다. 처음에 16명으로 시작해 ‘상인 모임’에 더 가까웠던 재한동포총연합회는 지금 서울에서만 16,800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김솔, 이유진 인턴기자 
 
관련기사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