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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티베트 버섯' 발효유, 항암·항염·항균 탁월한 효과 밝혀지다

중앙일보 2017.09.05 00:02 종합 6면 지면보기
동유럽·러시아 건강음료 케피어

아미노산·비타민B군·칼슘 가득
유당불내증 환자 소화력 촉진
면역력 높이는 유산균 10~12종

장내 유익균 수를 늘려 면역력을 높이는 대표주자가 발효식품이다. 우리나라에 김치·장류가 있다면 해외엔 낫토(일본)·템페(인도네시아) 등이 발효식품으로 손꼽힌다. 최근 동유럽·러시아의 주요 발효식품인 ‘케피어(Kefir)’가 국내 방송에 소개되면서 새로운 수퍼푸드로 떠올랐다. 세계적 장수마을 코카서스 지역의 건강 비결로 꼽히는 케피어에 대해 알아본다.
케피어는 카스피해와 흑해 사이에 있는 코카서스산맥에서 처음 유래했다. 이후 케피어는 동유럽·발칸반도로 전파되면서 해당 지역에선 국민 건강 발효유로 자리 잡았다. 케피어는 ‘좋은 느낌’이란 뜻의 터키어 ‘keif’에서 파생됐다. 케피어를 마시면 좋은 느낌이 든다는 데서 착안한 것이다.
 
‘예언자의 곡물’ 케피어 그레인
케피어는 발견된 과정부터 매우 흥미롭다. 과거 코카서스산맥에 살던 양치기가 염소 가죽으로 만든 주머니에 우유를 넣어 보관했는데, 시간이 지나자 우유가 발효하면서 특이한 냄새를 내며 엉기기 시작했다. 이후 우유는 몽글몽글한 덩어리가 든 액체로 변신했다. 이것이 케피어다. 케피어에 든 덩어리는 ‘케피어 그레인(Kefir grain)’이다.
 
케피어 그레인에 대한 재미 있는 이야기가 있다. 이슬람교의 예언자 무함마드는 코카서스산맥 일대를 여행하던 중 티베트 수도원에 들렀다가 이곳에서 케피어 그레인을 알게 됐다. 무함마드는 이것을 사람들에게 나눠주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금하도록 지시했다. 그는 “만일 케피어 그레인을 나눠주거나 발설할 경우 그것이 지닌 마법의 힘을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예언에 따라 코카서스 일대 유목민은 케피어 그레인을 ‘예언자의 곡물’로 부르며 비밀을 지키려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케피어의 효능은 현재 러시아 일대까지 퍼졌다. 케피어 그레인을 빼앗아 오기 위해 러시아의 한 회사는 코카서스 지역 유목민에게 아름다운 여인을 밀사로 보냈고, 이 미녀 밀사는 케피어 그레인을 입수한 뒤 러시아로 갖고 들어왔다. 이후 케피어 그레인을 발효한 케피어는 현재까지 이어져 러시아 국민의 건강음료로 추앙받고 있다. 신비의 물질 케피어 그레인은 ‘티베트 버섯’으로도 불린다. 과거 티베트 승려들이 건강을 위해 케피어 그레인을 즐겨 먹었는데, 생김새가 마치 버섯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혈중 중성지방·콜레스테롤 줄여
케피어 그레인을 우유와 함께 발효시키면 케피어가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탄산 덕분에 케피어는 독특한 풍미를 갖게 된다. 젖산·이산화탄소·아세트알데히드·아세톤 등으로 이뤄진 이 탄산은 케피어의 톡 쏘는 맛을 담당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티베트 버섯’ 발효유 케피어는 필수아미노산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케피어엔 에너지 생성에 필요한 영양 성분인 티아민·엽산·리보플라빈·비오틴 등 비타민B군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뼈를 튼튼하게 만드는 칼슘도 다량 함유돼 있다.
 
최근 많은 연구에서 케피어의 건강 기능 효과가 밝혀졌다. 대표적인 것이 케피어의 항암 효과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유방암에 걸린 쥐에게 27일 동안 케피어를 먹였더니 종양이 커지는 것이 억제됐다. 케피어가 염증·알레르기·당뇨병을 예방하고 면역시스템을 활성화한다는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케피어 추출물에 있는 다당체는 상처를 아물게 하는 항염 기능에 탁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피어는 소화 기능도 촉진한다. 실제로 동유럽이나 러시아에선 케피어가 소화기능을 개선하는 치료용으로도 사용된다. 유당불내증으로 우유나 유제품 속 유당을 잘 소화시키지 못하고 배에 가스가 차는 경우 케피어가 도움이 된다. 케피어는 발효될 때 유당을 상당량 분해해 케피어 속 유당의 농도가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당불내증인 성인이 케피어를 마시면 장내 가스를 71%까지 줄일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또 케피어는 혈중 중성지방 및 총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케피어엔 요구르트보다 유산균이 더 풍부하다. 보통 요구르트엔 유산균이 2~3종 든 데 비해 케피어엔 유산균이 10~12종이나 들어 있다. 이처럼 케피어의 풍부한 유산균은 장내 환경을 개선해 면역력을 높여 준다. 또 살모넬라균·대장균·칸디다균 같은 병원성 세균을 물리치는 항균작용을 발휘한다.
 
유럽·미국·러시아 등 해외 식품업계에선 케피어의 영양학적 우수성에 주목해 케피어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케피어가 집에서 만들어 먹는 천연 발효유로 알려졌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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