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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중년 남성의 돌연 심장사, 요즘 같은 환절기에 더 주의해야"

중앙일보 2017.09.05 00:02 5면
차병원·차움과 함께하는 건강관리

기온 떨어져 심장 급격히 수축
기상 후 2~3시간 뒤 가장 위험
삽입형 심실제세동기로 점검

무더위가 물러나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환절기에는 심장의 ‘펌프 기능’ 변화에 주의해야 한다. 여름철 물렁했던 혈관이 기온 하락으로 급격히 수축해 심장에 무리를 주고, 심하면 돌연사 위험까지 있기 때문이다. 분당 차병원 심장내과 성정훈 교수를 만나 돌연 심장사 원인부터 치료 및 예방법까지 물었다.
 
분당차병원 심장내과 성정훈 교수가 돌연 심장사 예방법으로 삽입형 심실제세동기 시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프리랜서 이정민]

분당차병원 심장내과 성정훈 교수가 돌연 심장사 예방법으로 삽입형 심실제세동기 시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프리랜서 이정민]

돌연 심장사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심장마비의 정확한 표현이 바로 돌연 심장사다. 예기치 못한 상태에서 심장 기능이 갑자기 중단돼 사망하는 것으로, 증상이 나타난 뒤 1시간 이내 사망하는 자연사를 말한다. 돌연 심장사는 인구 1000명당 1~2명꼴로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연간 2만5000~3만 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돌연 심장사는 생존할 경우 1년 내 재발할 확률이 20%, 3년 내에는 50%에 달할 정도로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누구에게 언제 발생하나.
“모든 연령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주로 45~75세에 많이 발생한다. 발생하는 시간은 오전 7~11시대가 가장 많다. 특히 기상 후 2~3시간이 지난 오전 7~9시쯤이 가장 위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잠에서 깨어 활동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부교감신경과 교감신경의 균형에 급격한 변화가 생기면서 신경계에 민감한 심장이 자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돌연 심장사의 원인은.
“90%는 치명적인 심실부정맥에 의해 발생하고, 이 중 50~80%는 심장이 수많은 미세한 자극에 바들바들 떨며 펌프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심실세동(Ventricular fibrillation)이 원인이 된다. 20~30%는 심한 지속성 서맥성 부정맥, 심장 무수축, 무맥박 전기활동에 의해 발생한다. 가장 흔한 양상은 어떤 이유에서든지 심장이 갑자기 빨리 뛰는 심실빈맥이 생긴 후 혈액 공급을 위한 심장 펌프 기능이 떨어지고, 이내 다시 미세하게 떨리는 심실세동으로 바뀌면서 뒤이어 심장 무수축과 심정지로 진행하는 것이다.”
 
남성 발병률이 여성보다 3~4배 많다던데.
“남녀 비율은 약 3대 1로 남성에게 높게 나타나고,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평균 20년 정도 늦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데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큰 역할을 한다. 에스트로겐은 혈관 이완 운동에 필요한 내피세포를 증가시켜 자연 혈관보호 효과를 낸다. 혈관 건강에 해로운 콜레스테롤 수치도 낮춰준다. 이 때문에 남녀가 같은 나이에 똑같은 위험군에 노출됐을 때 여성보다는 남성의 발병률이 높다. 여성의 경우 에스트로겐 분비가 줄어드는 폐경기 이후부터 대사 증후군의 증가, 혈중 지질이상과 혈관 내피세포 기능 저하, 고혈압 이환율의 증가로 동맥경화가 급속히 진행돼 심혈관 질환이 증가할 수 있다.”
 
혈관이 건강한 사람은 전혀 위험하지 않나.
“그렇지 않다. 돌연 심장사의 5~10%가 구조적 문제가 없는 사람이다. 특히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에게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알코올이 심근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알코올이 체내에서 분해되는 과정에서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독성물질이 발생해 심장 기능을 떨어뜨린다. 휴일심장증후군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평소 과음을 일삼던 사람이 다음 날에 쉴 수 있다는 생각에 휴일 전 더 많은 알코올을 섭취하다가 심장기관 계통에 이상이 오는 현상을 일컫는다. 주로 나타나는 증상으로는 술을 마시면 숨이 가빠지고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혹은 심장 통증이 오면서 의식이 없어진다. 이것이 심하게 지속되면 심장이 멎을 수 있다.”
 
예방 및 치료법은.
“가장 효과적인 1차 예방법은 관상동맥의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것이다. 동맥경화는 자연적인 노화현상 중 하나지만 고혈압·고지혈증·흡연·당뇨병·비만 등에 의해 가속화되고 악화되므로 이러한 위험 인자를 찾아서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혹시 허혈성 심질환이 있는지 검사해 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에 소화기처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자동 제세동기(심폐 소생을 위한 응급장비·심장충격기) 보급도 시급하다. 증상이 발생하는 초기 단계에서 5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최소한의 혈액순환을 유지하면서 가능한 한 빠른 시간에 심실제세동을 해야만 뇌 손상이 없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삽입형 심실제세동기도 있던데.
“신체에 삽입하는 제세동기로 심장 박동에 이상이 감지됐을 때 자동으로 기기가 작동해 심장 기능을 정상화시켜 주는 의료기구다. 과거에는 부정맥으로 돌연 심장사했다가 다시 살아난 환자에게만 삽입형 심실제세동기를 시술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돌연 심장사 경험이 없어도 심실 기능이 확연히 저하된 심근경색이나 심부전 환자에게 삽입형 심실제세동기를 삽입하면 돌연 심장사 및 전체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가 계속 나오고 있다. 원인 질환에 대한 진단 없이도 삽입형 심실제세동기를 시술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삽입형 심실제세동기를 활용하면 서맥·빈맥과 상관없이 상황에 따른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다. 또 자동으로 심장 활동을 모니터링하면서 앞으로 생길 수 있는 위험 요소까지 파악할 수 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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