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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취향] 7일간 매끼 다른 쌀국수 먹기, 오기사의 여행법

중앙일보 2017.09.05 00:01
몽골 테를지 국립공원에서 촬영한 사진. 몽골이 좋은 이유는 꼭 봐야할 것이 그다지 많지 않은 곳이기 때문이다. 계획 없이 훌쩍 떠나기 좋다.[사진 오영욱]

몽골 테를지 국립공원에서 촬영한 사진. 몽골이 좋은 이유는 꼭 봐야할 것이 그다지 많지 않은 곳이기 때문이다. 계획 없이 훌쩍 떠나기 좋다.[사진 오영욱]

건축가이자 여행 작가 오영욱(41·오기사디자인 대표, 필명 오기사) 씨는 우연한 여행을 즐긴다. 계획 없이 무작정 떠나 우연히 만나는 것들을 사랑한다. 매년 4명의 청년과 함께 떠나는 배낭여행 프로젝트의 이름 역시 ‘우연한 배낭여행’이다. 일종의 여행 나눔 기부 활동으로 여행 기회를 갖지 못한 청년들에게 항공권과 여행 경비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이번에는 파리로 떠난다. 이 역시 한 달 동안 머물 에어비앤비 숙소만 정해 놓고 세부 계획은 없는 상태다. 이렇게 떠나면 불안하지 않으냐고? 오영욱 대표는 "오히려 예상치 못한 ‘득템(얻을 득(得)과 Item의 합성어. 이득이 되는 것을 얻었다는 뜻)’을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계획 없이 떠난 우연한 여행이 좋아
손해보다 이득 더 많다
화내지 않는 여행이 목표

여행작가이자 건축가, 오영욱 대표는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는 '우연한 여행'을 즐긴다. [사진 중앙포토]

여행작가이자 건축가, 오영욱 대표는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는 '우연한 여행'을 즐긴다. [사진 중앙포토]

최근에 다녀 온 여행지가 궁금하다.  
아내(배우 엄지원)와 함께 인도네시아 발리에 다녀왔다. 평소의 여행과는 다른 목적이 있어서 즐거웠다. 언젠가 그곳에 살아보겠다는 꿈을 갖고, 살고 싶어지는 동네를 찾아다니는 여행을 했다. 동네마다 조금씩 다른 분위기를 느끼면서 미래를 상상하는 여행을 했다. 먼 훗날 살아보고 싶은 마을도 찾았다.  
발리 짱구 지역의 호젓한 숙소. 먼 훗날 살아보고 싶은 동네를 찾다가 발견한 조용한 지역이다.[사진 오영욱]

발리 짱구 지역의 호젓한 숙소. 먼 훗날 살아보고 싶은 동네를 찾다가 발견한 조용한 지역이다.[사진 오영욱]

 
어떤 곳이었나.  
짱구(Cangu)라는 지역이다. 예전에 왠지 히피들이 여행했을 법한 호젓한 바닷가 마을이었다. 물론 지금은 발리 어디나 그렇든 어느 정도 자본이 들어와 있는 동네이기도 하다. 서핑 스폿이 아주 좋은 곳이 있어서 백인 여행자들이 많았다. 주로 장기간 살러 오는 여행자들이 많았다. 현지인처럼 옷을 입고 스쿠터를 타고 다니는 여행객들이 대부분이었다. 비교적 개발된 여행지가 아닌데, 그렇게 장기 여행자들이 있다는 것은 그 지역이 매력 있다는 뜻이 아닐까.  
 
주로 사용하는 교통편은.
특별히 고집하는 교통편은 없다. 해당 여행지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교통편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발리라면 스쿠터. 장소마다 다르긴 하지만, 도시의 경우 걷는 것을 가장 선호한다. 그래서 기왕이면 근방으로 걸어 다니기 좋은 곳에 숙소를 정한다. 렌터카를 빌리는 경우도 있다. 내키는 곳 아무 곳이나 내릴 수 있어 의도하지 않았던 ‘여행의 득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다녀온 인도네시아 발리 바투볼룽 지역. 스쿠터를 타고 살아보고 싶은 마을을 탐색했다. [사진 오영욱]

최근 다녀온 인도네시아 발리 바투볼룽 지역. 스쿠터를 타고 살아보고 싶은 마을을 탐색했다. [사진 오영욱]

 
발길 닿는 데로 가는 스타일인가 보다.  
꼼꼼하게 계획을 짜거나 코스를 고민하지 않는다. 그냥 무작정 가서 게으르게 있다 오는 편이다. 숙소와 장거리 동선 이외의 계획은 짜 본적이 없다. 때로 가이드북이나 인터넷 정보 검색도 없이 무작정 가서 우연히 묵게 된 숙소와 그 주위 동네만을 둘러보는 경우도 있다.  
 
무작정 가서 특히 기억에 남았던 여행지가 있나.  
얼마 전 베트남 호치민을 갔다 왔다. 출발 이틀 전에 비행기 표가 저렴하게 나와서 무작정 떠났다. 6박 7일 간의 여행이었는데, 아무것도 정해 놓지 않고 현지에 도착했다. 쌀국수를 좋아하는 편인데, 마침 숙소 주변에 쌀국수 집이 많았다. 숙소에서 나오는 아침 식사 빼고는 7일 내내 매끼 각기 다른 쌀국수 집에 들러 쌀국수를 먹었다. 동네에 있는 박물관을 구경하는 것 외에는 가게마다 다른 쌀국수의 맛을 음미하는데 거의 시간을 보냈다. 총 12~13곳의 쌀국수 집을 들렀던 것 같다.  
 
숙소는 어떻게 정하나.  
20객실 이하로 오랜 기간 가족이 정성스럽게 운영해 온 곳을 일단 찾는다. 부득이 호텔을 선택해야한다면 발코니가 있는 방을 선호한다. 호텔도 기업화 되지 않은 소규모 호텔이 좋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국경 사이 ‘쿠르마요르’라는 지역의 호텔이 기억에 남는다. 가족들이 함께 운영하는 샬레(스위스 시골에 많은 산장, 별장 같은 숙박 시설) 같은 곳이었다. 가족들이 평생 모은 골동품을 잔뜩 진열해 놓고, 아침을 정성스럽게 차려주는 곳이었다. 거대한 호텔에서 잘 차려진 뷔페를 먹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프랑스 국경 인근 이탈리아 쿠르마요르 지역의 작은 마을길. [사진 오영욱]

프랑스 국경 인근 이탈리아 쿠르마요르 지역의 작은 마을길. [사진 오영욱]

 
숙소 정보는 어디서 얻나.  
요즘에는 숙소 예약 사이트가 정말 잘 되어 있다. 다만 이런 작은 호텔들이 잘 보이지 않는 이유는 장소의 제약 때문이다. 대부분의 여행객은 주요 목적지가 대도시이기 때문에, 이런 호텔을 발견하기 힘들다. 장소의 제약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열어두면 의외로 괜찮은 숙소가 많다. 대신 이런 방식은 시간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아마도 직접 운전해야하고, 이동 시간도 꽤 걸리는 장소에 괜찮은 숙소가 있을 확률이 높다. 이동하는 순간도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가능한 일이긴 하다. 한 번쯤 여유를 갖고 움직여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아내와 함께 갔던 이탈리아 베니스의 숙소. 운하가 내려다보이고 다락이 있는 레지던스로 예약했다.가만히 창 밖을 바라만 보아도 걷는 것 이상의 만족을 주었던 곳이다. [사진 오영욱]

아내와 함께 갔던 이탈리아 베니스의 숙소. 운하가 내려다보이고 다락이 있는 레지던스로 예약했다.가만히 창 밖을 바라만 보아도 걷는 것 이상의 만족을 주었던 곳이다. [사진 오영욱]

 
꼭 챙겨가는 물건이 있는 지.  
속옷 정도. 나머지는 그때그때 다르다. 가서 여행에 필요한 물건들을 현지에 있는 물건으로 구입하는 것도 좋아한다. 장소와 상황에 나를 맞추려고 한다. 최근에 대만에 아주 작은 배낭 하나에 속옷 두 벌만 넣고 슬리퍼를 신은 채 다녀온 적이 있다. 마치 동네 산책을 하는 것 같은 차림이어서 항공사 체크인 직원도 어이없어 했다. 거의 아무것도 들고 가지 않으면 현지에서 할 일이 많아진다. 치약도 사야하고, 수영복도 괜찮은 것이 있나 돌아봐야한다. 그런데 그게 재미있다. 이게 불편할 수도 있는데,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또 재미다. 그러다보면 우연치 않게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다.  
거의 아무것도 들고가지 않는 여행을 가끔 한다. 이것저것 사기 위해 현지에서 바빠지지만 그것대로 재미있다. 이탈리아 베니스의 한 슈퍼에서 촬영한 사진. [사진 오영욱]

거의 아무것도 들고가지 않는 여행을 가끔 한다. 이것저것 사기 위해 현지에서 바빠지지만 그것대로 재미있다. 이탈리아 베니스의 한 슈퍼에서 촬영한 사진. [사진 오영욱]

 
여행지에서 구입해 오는 것이 있나.  
언젠가부터 아무것도 사오지 않는 여행을 하고 있다. 최근 두어번의 이사를 거치면서 여행 중 사온 물건들이 너무 거추장 스럽고 번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1년 전부터는 여행에서 아무것도 사오지 않기로 정하고 실천하는 중이다. 예전에는 작은 인형이나, 문구류 등 잡동사니 들을 정말 많이 사왔다. 이제는 먹을 것 등 소진할 수 있는 것만 사온다.
 
여행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부정적인 마음 갖지 않기. 여행 중 부정적인 마음을 먹는 것은 여행에 쓰는 돈을 길바닥에 버리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행지에서는 누구나 초보다. 일상과 다르기에 불안하고, 초조할 수 있다. 화를 내기 쉬운 상황이 많을 수 있지만, 되도록 너그럽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현지 상황에 순응하고, 화내지 않는 여행을 하려고 한다.  
여행지에서는 사진을 거의 찍지 않는다. 최근 3년간은 핸드폰 카메라만으로도 충분했다. '사진을 꼭 찍어야 한다'는 강박이 없다. 물론 내킬때는 찍는다. 뭔가를 꼭 해야한다는 규정이 없는 여행이 좋다. [사진 오영욱]

여행지에서는 사진을 거의 찍지 않는다. 최근 3년간은 핸드폰 카메라만으로도 충분했다. '사진을 꼭 찍어야 한다'는 강박이 없다. 물론 내킬때는 찍는다. 뭔가를 꼭 해야한다는 규정이 없는 여행이 좋다. [사진 오영욱]

 
화내지 않는 여행이라니, 그게 쉽나.  
그러려고 애써 노력한다. 일상에서는 쉽지 않다. 그러니 여행을 갔을 때만이라도 화내거나 행동에 규칙을 만들거나, 해야 하는 일을 만들고 싶지 않은 것이다. 여행을 갔는데도, 일상에 있을 때처럼 지내는 것은 너무 아깝지 않나. 휙 떠나서 마음 가는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오는 것이 여행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우연한 배낭여행’ 프로젝트로 프랑스 파리에 간다고 들었다.  
올해 1월에도 청년 4명과 함께 호주에 다녀왔다. 내년 1월 파리 여행을 위해 지금 한참 참가할 청년들의 신청 메일을 받고 있다. 한 달 동안 파리를 여행한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 에어비앤비 숙소만 하나 잡아 놨다. 이번에도 우연이 만드는 여행의 재미를 느끼고 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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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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