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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업적연봉도 통상임금"…"한국GM 90억원 지급하라"

중앙일보 2017.09.04 18:20
한국GM 전·현직 사무직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세 건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법원이 근로자 손을 들어줬다. 사측은 ‘신의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신의칙 인정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1·2심은 '고정성' 인정 안 했지만
대법원은 "인정된다"며 파기 환송
파기환송심도 같은 판단 내려
GM, '신의칙 위반' 주장에 대해
재판부, "노·사간 합의 없어"

서울고법 민사1부(부장 김상환)는 한국GM 사무직 근로자와 퇴직자 등 1482명이 “업적연봉, 조사연구수당 등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달라”며 낸 임금·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총 90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한국GM. [연합뉴스]

한국GM. [연합뉴스]

 

재판부가 이번에 판결한 소송은 총 세 건이다. 2007년엔 사무직 근로자 1024명이, 2008년엔 퇴직자 74명이 소송을 제기했는데, 당시 1·2심 재판부는 “업적연봉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례 등에 따르면 통상임금은 ‘일률성·정기성·고정성’을 갖춰야 하지만 업적연봉은 전년도 근무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등 고정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2015년 대법원은 “업적연봉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다른 근로자 380여 명이 2015년 비슷한 취지로 소송을 제기하자 재판부는 앞서 파기환송 된 두 사건과 함께 결론을 냈다.
 
재판부는 업적연봉을 포함해 조사연구수당, 조직관리수당, 가족수당 중 본인분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논란이 됐던 업적연봉에 대해선 “비록 전년도 인사평가 결과에 따라서 인상분이 달라지긴 하지만 월 기본급의 700%에 인상분을 더한 금액이 근무실적과 관계없이 지급된다”며 “결국 근로자가 일하기만 하면 그 지급이 확정된 것으로 봐 고정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재판 과정에서 한국GM은 ‘신의칙’ 위반이라는 주장도 했다. 신의칙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 2013년 12월 갑을오토텍 정기상여금 통상임금 사건에서 내세운 원칙이다. 정기상여금이 틍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노·사가 통상임금에서 정기상여금을 제외하기로 한 합의가 있거나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된다면 허용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인천시 부평구 소재 한국GM지부 부평공장에서 조합원들이 전진대회를 진행했다. [사진 민주노총 한국GM지부 홈페이지]

인천시 부평구 소재 한국GM지부 부평공장에서 조합원들이 전진대회를 진행했다. [사진 민주노총 한국GM지부 홈페이지]

 
그러나 재판부는 신의칙의 전제 조건인 ‘통상임금 제외’ 합의가 노·사 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한국GM의 노동조합은 주로 생산직 근로자로 구성됐고 사무직 근로자들이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된 것은 최근”이라며 “정기 상여금과 달리 집단적인 노·사 협의를 통해 통상임금에서 업적 연봉을 제외하기로 합의했거나 제외하는 묵시적 합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에 한국GM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GM은 “사무직에게 지급한 업적연봉은 생산직에게 지급한 정기상여금과 같은 개념인데, 과거 판결과 달리 이번엔 사측이 패소했다”며 “유감스러운 판결”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사무직 근로자의 통상임금 기준이 달라지면, 향후 같은 소송을 제기하거나 노조가 임금 추가지급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어 주시하고 있다”며 “상고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김선미·문희철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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