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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폐기된다면?" 철강·자동차 전전긍긍…미국 기업도 피해 불가피

중앙일보 2017.09.04 17:56
국내 산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준비할 것을 참모진에 지시했다는 보도가 3일 나와서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FTA 폐기' 언급이나 지시가 실제 있었는지 백악관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수시로 한국·일본 등과 무역협정 전면 재개정을 희망한다고 밝혀왔다. 한·미 FTA 폐기설을 흘려들을 수 없는 이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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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이 FTA 체결 이전 상태로 교역 조건이 돌아가면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철강 분야의 피해가 불가피해 보인다.
 
미국은 FTA 체결 전 한국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매겼다. FTA 체결로 지난해부터 관세는 완전히 폐지됐다.
 
국산 자동차는 미국과 FTA를 맺지 않은 일본·유럽보다 관세 측면에서 유리한 조건에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그러나 한·미 FTA 폐지로 관세가 다시 생기면 한국차의 가격경쟁력도 하락한다.  
 
현대자동차의 지난달 미국시장 판매량은 5만4310대. 전년 동기 대비 24.6% 감소하는 등 올 5월부터 4개월 연속 두 자릿수 감소율에 시달리고 있다. 기아차도 지난달 5만3323대를 파는 데 그쳐 1.7% 줄어들었다. 관세가 부활하면 판매 부진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철강업계도 수심이 깊다. 철강은 세계무역기구(WTO)의 무관세 협정에 따라 2004년부터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하고 있다.
만약 한미 FTA가 폐기된다면 미국이 한국산 철강에 반덤핑·상계관세를 더 엄격하게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철강의 약 81%가 이미 반덤핑이나 상계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미국 정부가 발표를 보류한 '무역확장법 232조' 수입산 철강 조사 결과도 여전히 철강업계를 긴장시킨다. 한국경제연구원은 4월 보고서에서 한·미 간에 관세율이 새로 조정될 경우 한국은 앞으로 5년간 자동차·기계·철강 등 세 분야에서 최대 170억 달러(약 19조2355억원)의 수출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한미 FTA가 폐기될 경우 미국 기업 역시 불리해진다.  자동차의 경우 한국은 FTA 체결 이후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8%에서 4%로 낮춘 뒤 지난해 완전히 없앴다.  
 
이 효과에 힘입어 FTA 협정 발효(2012년) 후 지난해까지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 수입액은 7억1700만 달러에서 4.6배인 17억3900만 달러로 솟구쳤다. FTA가 폐지되면 2012년 이전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한국무역협회는 4일 성명에서 "한·미FTA를 폐기할 경우 두 나라 모두 수입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며,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제품을 이용해 온 소비자들도 결국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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