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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핵실험은 美ㆍ中사이 찢어놓으려는 고도의 계산"

중앙일보 2017.09.04 16:57
조선중앙통신이 소개한 김정은의 군부대 시찰 모습 [AFP]

조선중앙통신이 소개한 김정은의 군부대 시찰 모습 [AFP]

 지난 3일 6차 핵실험을 실시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할 수 있는 수소폭탄 개발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등 북한의 잇따른 도발이 미국과 중국의 분열을 노린 것이라고 서방 언론들이 분석했다. 북한 김정은이 핵실험 등을 핵무기 체계의 완성만을 위해 실시하는 게 아니라 이미 강력한 외교적 무기로도 쓰고 있다는 의미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이미 남한을 향해 휴전선 인근에 장사정포 수천 대를 배치해놓았기 때문에 김정은은 미국 등이 군사적으로 북한을 공격할 수단이 별로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북한이 공격을 받으면 서울이 황폐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英 ㆍ美언론 분석 "주변국들 사이 벌어지게 하는게 金의 목표"
"장사정포 수천대 배치해 미국, 북한 공격 어렵다는 것 잘 알아
중국이 합심해 제재 가하는 게 김정은 도발 막는 유일할 방법
사드 이어 미국 전략자산 배치되면 워싱턴과 베이징 멀어질 것"
일본 자체 무장 강화할 경우 한국과도 마찰 빚어질 가능성

 이에 따라 국제사회가 똘똘 뭉쳐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것이 김정은의 도발을 막을 유일한 방법으로 꼽힌다. 
여기에는 북한 경제의 목줄을 쥐고 있는 중국의 동참이 필수적이다. 이를 잘 아는 김정은이 서방 세계와 중국을 분리하는 전략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데, "이미 이 전투에서 이기고 있다"고 스카이뉴스는 분석했다.
 중국은 한국에 배치된 사드(THAADㆍ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가 한반도를 둘러싼 역내 군사적 균형을 깨뜨린다며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에 따라 한반도에 미국의 전략 자산을 배치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베이징을 워싱턴으로부터 더 멀어지게 만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뭔가를 하지 않으면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을 처지에 놓이는 형국이다. 그는 이미 북한에 대해 “화염과 분노" 발언을 쏟아냈지만 실제 군사적 대응책은 시행하기 쉽지 않다.
 스카이뉴스는 "김정은의 목적은 트럼프를 자꾸 찌르고 조롱해서 중국을 화나게 만드는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양 측의 간극은 깊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자신에 대한 비판에 특히 예민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미끼를 물 것인지가 관건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달 30일 북한의 마사일 발사 모습

지난달 30일 북한의 마사일 발사 모습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도 이날 북한의 핵실험과 수소탄 시험 성공 발표가 한반도 주변국의 분열을 노린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반도 정세 분석가 리프 에릭 이즐리는 “김정은이 과거 북한 정권이 20년 동안 실시했던 것보다도 많은 미사일 발사 시험을 올들어 해오고 있는데, 이번 핵실험에는 미국과 동맹국들, 그리고 중국의 공조에 타격을 주려는 외교적 의도가 깔려있다”고 말했다. 주변국들이 단합해 한층 더 강한 제재와 압력을 가하는 노력이 공고해지기 전에 당사국 사이에 간극을 만들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

 북한이 일본을 통과하는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함에 따라 일본이 자체 군사 무장에 돌입할 경우 한국과 마찰이 생길 수 있다. 사드 문제가 걸려있는 중국은 속내가 더 복잡하기 때문에 핵실험 이후 국면에서 한ㆍ미ㆍ일 3국처럼 나란히 보조를 맞춰 북한을 압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FP는 전망했다. 
 이즐리는 “트럼프는 러시아 게이트 등 국내 문제로도 어지러운 상태인데 주변국에 안보 부담을 떠안으라고 요구하고 있어 한·일과의 신경전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 어떻게 공조할 수 있느냐가 김정은의 도발을 막을 수 있을지를 결정할 핵심 변수"라고 강조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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