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도론 제기 25년만에 경기도 남도·북도 나뉠까?…도의회 5일 '분도론' 심의 주목

중앙일보 2017.09.04 15:46
경기도 연천군 청산면 초성리역 주변 상가지역 및 주택가는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여 낙후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익진 기자

경기도 연천군 청산면 초성리역 주변 상가지역 및 주택가는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여 낙후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익진 기자

휴전선과 인접한 접경지역인 경기도 연천군 지역 주민들은 군부대 동의가 나지 않아 낡은 화장실이나 담장을 제대로 고치지 못한다. 심지어 축사도 마음대로 짓지 못해 생업마저 위협받고 있다.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어서다. 연천군 청산면 초성리역 일대는 3번 국도와 인접한 곳인데도 군부대(탄약고)로 인해 건물 신·증축에 제한을 받으면서 주택가와 상가 지역은 슬럼화돼 가고 있다. 
 

경기도의회 5일 임시회에서 '경기북도 설치 촉구 건의안' 심의
한강 이북 10개 시·군 경기북도로 분리하자는 내용
경기 남부지역과의 균형 발전 등 위해 분도 필요 주장
경기도 "북부지역 재정자립도 더 떨어질 수도" 반대
분도론은 1990년대부터 매년 지방선거때마다 제기되는 이슈
국회에서 관련 법안 통과해야 하는 등 분도 쉽지는 않아

현재 경기도의 군사시설 보호구역은 2381㎢. 이 중 80%인 1907㎢가 연천·파주·포천 등 경기북부 7개 시·군에 집중돼 있다. 
김문호 연천군 전략사업팀장은 "연천은 군사시설 보호구역 말고도 수도권정비계획법과 문화재 보호법 등의 규제를 받고 있어서 정부의 도로 등 SOC(사회간접자본) 사업투자 우선순위에서 배제되고 민간사업자의 투자가 위축되는 등으로 인해 지역 개발에도 제약을 받고 있다"며 고충과 대책을 호소했다.
 
경기도의회 전경. 최모란 기자

경기도의회 전경. 최모란 기자

 
경기도를 '남도'와 '북도'로 분리하는 내용의 '분도(分道)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1992년 대선 와중에 거론된지 25년간 갑론을박해온 뜨거운 감자다. 
특히 경기도의회가 오는 12일까지 열리는 제322회 임시회에서 관련 법안을 심의하기로 하면서 다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기도의회는 지난 6월 자유한국당 홍석우 의원(동두천1) 등 도의원 48명이 발의한 '경기북도 설치 촉구 건의안'을 오는 5일 심의할 예정이라고 4일 밝혔다. 경기도내 31개 시·군 중 한강 이북에 있는 10개 시·군을 분리해 '경기북도'를 만들자는 내용이다. 여기서 10개 시·군은 고양·남양주·의정부·파주·양주·구리·포천·동두천 등 8개 시와 가평·연천 등 2개 군이다.
 
이들은 "경기북부는 접경지역이라는 특수성과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경기남부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다"며 "국회에 발의된 '경기북도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을 조속히 가결해달라"고 촉구했다.  
 
'경기북도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은 지난 5월 자유한국당 김성원(동두천·연천)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이다. 김 의원은 "경제권·생활권 및 지역적 특성이 다른 경기도 북부를 경기도에서 분리해 국토의 균형발전을 촉진하고 주민생활의 편익을 증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 경기도 동두천시의회 소속 시의원들이 경기도 31개 시·군 중 한강 이북 10개 시·군을 분리해 별도의 광역자치단체로 만들자는 '경기북도 설치 촉구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동두천시의회]

지난 6월 경기도 동두천시의회 소속 시의원들이 경기도 31개 시·군 중 한강 이북 10개 시·군을 분리해 별도의 광역자치단체로 만들자는 '경기북도 설치 촉구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동두천시의회]

의정부시의회와 동두천·포천시의회도 '경기도 북부지역 분도 촉구 결의안(또는 경기북도 설치 촉구 결의안)'을 잇따라 채택한 상태다.
분도론 주장의 배경에는 낙후된 경기북부지역에 대한 불만이 있다. 경기북부 10개 시·군에는 330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인구 규모만 보면 서울·경기남부· 경상남도·부산시에 이어 전국 5위에 해당한다. 그러나 북한과 가깝고 수도권과 한강에 위치했다는 지역적 특수성으로 각종 규제를 받고 있다. 
 
재정자립도도 낮다. 행정안전부의 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인 ‘지방재정 365’에 따르면 연천군(23.49%), 가평군(25.29%), 동두천시(31.66%), 포천시(31.97%) 등의 경우 경기도 재정자립도(70.07%)의 절반도 안 된다.  
 
5일 열리는 경기도의회 임시회에서 건의안이 통과되면 청와대와 국회·행정자치부·경기도로 보내진다. 경기도의회 관계자는 "경기북도 설치 촉구 건의안의 공동발의자 48명 중 26명이 경기남부가 지역구인 의원들이라 심의 결과를 함부로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기도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앞서 남경필 경기지사는 지난 6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선거·정치적 이슈로 분도론이 반복되고 있는데 정치 논리가 아닌 수요자인 경기도민 입장에서 판단해야 할 상황"이라며 "경기북부로 분리되면 지금보다 재정자립도가 훨씬 더 열악해 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경기도청 전경 [중앙포토]

경기도청 전경 [중앙포토]

분도론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2년 대선 때부터 매년 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논의됐지만 구체적으로 진행된 사례는 없다.
2014년 말 분도론을 담은 '평화통일특별도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 발의되자 경기도의회는 2015년 3월 이에 대한 건의문을 의결해 국회 등에 보냈다. 그러나 이 법안은 19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권영주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는 "분도를 하면 지역 특성에 맞는 행정은 가능하겠지만 재정 문제 등에선 지금보다 더 악화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연천·수원=전익진·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