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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실험에 유탄 맞은 재일동포…혐한 분위기 확산될까 걱정

중앙일보 2017.09.04 14:19
3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일본 정부의 발표를 전하는 옥외 TV 화면을 도쿄 시민들이 지나가며 지켜보고 있다. [도쿄 AFP=연합뉴스]

3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일본 정부의 발표를 전하는 옥외 TV 화면을 도쿄 시민들이 지나가며 지켜보고 있다. [도쿄 AFP=연합뉴스]

일본 각지에 사는 재일동포들이 북한 핵실험과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의 유탄을 맞고 있다. 한·일 관계 냉각으로 혐한(嫌韓) 시위가 부쩍 늘어난 상황에서 북한발 악영향까지 겹쳐 사회적 차별이 확산될까봐 재일동포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북한 핵실험으로 장사에 영향 미치까 우려"
조선학교 학생들, 과거 극우 테러 표적되기도
조총련 지부 앞 혐한 시위대 경찰 폭행해 체포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60대 후반의 재일동포 남성은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혐한 단체의) 헤이트 스피치 영향으로 수년 전부터 손님이 줄다가 최근 들어서야 겨우 회복했는데, 북한의 거듭된 핵실험으로 또 다시 나쁜 인상이 확산되면 매출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일동포들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산하 조선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피해를 가장 염려하고 있다. 조선학교 학생들은 북한이 군사적 행동을 하거나 일본사회에서 납북자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사회적 차별을 겪었다. 과거 한때 조선학교 여학생들이 교복처럼 입는 치마저고리를 커터칼로 그어 찢는 등의 테러가 빈번해지자 운동복으로 바꿔 입히기도 했다.
당장 도쿄조선중고급학교 졸업생들이 제기한 일본 정부의 고교수업료 무상화 대상 재외 소송에서도 불리한 판결이 나올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조선학교 교장을 지낸 한 남성은 "판사의 심증에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닐지 불안감이 가시질 않는다"고 아사히신문에 밝혔다. 판결은 13일로 예정돼 있다. 
핵실험 당일인 3일에는 혐한 시위를 벌이던 남성 2명이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4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사이타마(埼玉)현 사이타마시 조총련 지부 부근에서 10여 명의 우익단체 회원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항의하는 집회를 벌이다가 경찰과 충돌했다. 확성기 소음을 낮추라는 경찰의 지시를 무시하고 경찰을 폭행한 혐의로 시위대 중 건설 일용직인 27세 남성과 16세 남성이 현장에서 붙잡혔다.
조총련에 관한 책을 쓴 재일동포 작가 김찬정(80) 씨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폭거를 할 때마다 ‘자이니치(在日·일본에서 재일동포를 이르는 속어)’의 생활이 힘들어진다"며 “북한이 우리의 생활을 지원해주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다리만 붙잡고 있을 뿐이다”고 비판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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