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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들도 관심 갖는 노동법 강의...확산되는 노동법 교육 현장 가보니

중앙일보 2017.09.04 11:48
30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중학교에서 열린 노동법 교육. [사진 장충중학교]

30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중학교에서 열린 노동법 교육. [사진 장충중학교]

 
“여러분 노동법에는 주휴수당이란 게 있어요. 주당 15시간 이상 일하면 일주일에 하루 쉬는 날에도 수당을 받을 수 있어요. 사장님이 모르는 경우도 있고, 알고도 안주려는 경우가 있는데 꼭 챙기세요.”

학생·사업자 등 대상 노동인권교육 현장
"몰랐던 내용 배워 유익" 긍정적 반응
300명 이상 대형 강의 위주인 건 한계
고등학교 의무교육화는 신중해야 지적도

 
지난달 서울 장충중학교에서 생소한 강의가 진행됐다. 기업체에서나 진행될 법한 노동법 강의가 이뤄진 것은 중학생들의 아르바이트가 늘어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강사의 설명을 들은 3학년 김진영(15)군은 "이런 내용은 학교에서 배우지 않아 몰랐는데 나중에 아르바이트할 때 잊지 말고 챙겨야겠다"고 말했다.
 
근로기준법 64조는 만15세 미만(중학교에 재학중인 18세 미만인 자 포함)은 근로자로 사용하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지만, 시행령은 취직인허증을 받으면 만 13세 이상부터 근로가 가능하다. 예술공연은 13세 이하에게도 허용된다.
 
노동법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방자치단체와 일선 교육청이 협력해 주관하는 노동법 교육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18일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노동법 교육을 고등학교에 의무교육화하겠다"고 언급한 뒤 관심은 더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학생과 근로자들에 대한 노동법 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서울노동권익센터를 두고 각 교육청·구청과 협력해 ‘서울노동아카데미’를 운영 중이다. 서울노동권익센터 관계자는 "매년 수강인원이 증가하고 있고 교육에 관심을 보이는 기관들도 늘고 있다. 9월부터 연말까지 약 6000여 명의 교육이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영세 사업자를 위한 교육도 진행 중이다. 지난 23일 영등포 육아종합지원센터 강의장에서 진행된 교육에 참석한 한 어린이집 원장은 "법을 몰라서 못 지키는 경우가 많고, 문제가 되는 사항을 미리 예방하기 위해 강의를 들으러 왔다"고 말했다. 송치숙 영등포 육아종합센터장은 "센터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있지만, 사업주를 위한 노동법 교육이 가장 인기가 많다"고 전했다.
 
서울노동권익센터에 따르면 올해 1~8월 서울노동아카데미를 통해 청소년 1만9415명, 대학생 및 성인 1만1251명, 사업주 4033명 등을 포함해 3만7021명이 노동법 교육을 받았다.
 
30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중학교에서 열린 노동법 교육. [사진 장충중학교]

30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중학교에서 열린 노동법 교육. [사진 장충중학교]

 
노동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교육 인원은 늘고 있지만 강의 환경은 제자리 걸음이다. 강의 상당수가 300명 이상 대규모로 진행돼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있다.
 
2017년 진행된 청소년 대상 노동법 교육의 경우 50명 이하 소규모 교육 참석자는 3937명이었지만 300명 이상 교육은 1만551명으로 약 3배 가까이 많았다. 서울노동권익센터측은 "예산 문제로 인해 대규모 교육이 많지만, 점진적으로 소규모 교육을 늘려가기 위해 노력중이다"고 말했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수준의 교육이 되지 않으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노동법 교육을 의무화 하더라도 실효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20일 장충중학교에서 노동법 교육을 진행한 사단법인 희망씨의 김은선 강사는 "의무교육화는 필요하지만 준비없는 추진은 단순한 진로교육, 일회성 강당 교육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강의 내용, 교육 방식 등 교육부와 노동부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노동법 교육을 고등교과 과정에 의무화하려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합리적 노사관계와 노동법 교육으로 잘 알려진 독일의 경우, 대학진학률이 50%가 안된다. 70% 정도 학생들이 직업학교를 가는데 이들에게만 노동법 교육을 의무적으로 하고 있다.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사회 과목에서 기초로 배우는 정도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무조건적으로 의무교육화하는 것보다 학제와 현실 상황에 맞는 교육부와 노동부의 중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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