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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영의 컬처 스토리] 한국의 조앤 롤링 되려면 영어 공부부터?

중앙일보 2017.09.04 02:14 종합 32면 지면보기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2~3분짜리 단편 공포영화를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는 스웨덴 사람이 있었다. 촬영 장소는 자기 집. 배우는 아내. 하지만 기발한 상상과 깔끔한 연출에 해외 팬이 생겼다. 덕분에 그는 할리우드로 진출했다. 한국에서도 얼마 전 히트 친 ‘애나벨:인형의 주인’의 샌드버그 감독 이야기다.
 
결국 관건은 독창적 상상력, 그리고 그걸 향유할 소비자의 존재다. 한국의 공포영화가 점점 위축되고 판타지와 공상과학(SF)영화는 거의 전무하며 그 바탕이 될 장르문학도 미약한 건, 협소한 시장이 창작의 양과 질을 떨어뜨리고 그게 팬을 더욱 줄이는 악순환 탓이다. 올해 ‘해리 포터’ 시리즈 20주년을 맞아 한국에도 조앤 롤링 같은 대형 소설가가 나올까 하는 질문이 자주 들리는데, 지금으로선 ‘아니요’다. 그런 잠재력을 지닌 작가가 없어서라기보다 그런 이들을 성장시켜 줄 시장이 없기 때문이다.
 
올해 20주년을 맞은 해리 포터 시리즈 제1권의 영화 버전.

올해 20주년을 맞은 해리 포터 시리즈 제1권의 영화 버전.

SF·판타지소설이 활발히 나오고 활발히 읽는 문화는, 당장의 실용과 상관없더라도 상상력과 지적 호기심을 즐기는 인문학 토양에서 성장한다. 하지만 한국에선 인기 있는 인문학서조차 온갖 분야의 지식을 한두 권에 몰아넣어 입시·취업이나 적당한 과시에 유용한 교양상식백과, 사실상의 실용서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한국어 출판시장 자체가 작다.
 
그러니 한국의 롤링을 꿈꾸는 새싹이 있다면 샌드버그 감독처럼 해외 넓은 세계에서 시장을 찾으라고 권하고 싶다. 지금 세계는 인터넷으로 연결돼 있고 각종 글로벌 창작 플랫폼이 존재한다. 문제는 언어장벽이다. 샌드버그처럼 영화가 아닌 문학의 경우 더 심각한 문제다. 번역 서비스의 양과 질도 제한적이니 말이다. 사실 여러 문학 거장이 이 문제를 극복하고자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글을 썼다. 폴란드 출신 조셉 콘래드와 러시아 출신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가 대표적이다.
 
결국 한국인의 ‘오랜 웬수’인 영어 습득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오렌지’를 ‘어륀쥐’로 발음하기보다 제대로 된 읽기·쓰기를 배울 수 있는 공교육이 필요하다. 영어로 ‘프로젝트 구텐베르크’ 사이트나 미 MIT 전자도서관에 쌓인 방대한 세계 인문 고전을 공짜로 섭렵하고, 영어를 통한 사고 방식을 배우고, 거기에 한국인의 독특한 문화를 녹여 영어로 쓸 수 있는 그런 능력 말이다.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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