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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레드라인 넘는 북한, 모든 옵션 검토할 때다

중앙일보 2017.09.04 01:58 종합 34면 지면보기
북한이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를 비웃듯 3일 낮 기어이 6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역대 최대급 핵실험이자 사실상 핵무기 완성이나 마찬가지다. 북한 핵무기연구소는 어제 성명을 통해 “3일 낮 12시 대륙간 탄도로켓 장착용 수소탄 시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우리 합동참모본부도 “북한 풍계리 일대에서 발생한 규모 5.7의 인공지진은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번 인공지진 규모가 지난해 9월 5차 핵실험 때보다 약 9.8배에 달할 만큼 강력한 점으로 미뤄볼 때 수소탄 시험이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6차 핵실험 … 대북 정책 근본적 재검토 해야
레짐 체인지 등으로 북핵 목표는 억제 아닌 해체
사드 배치 서두르고 중국의 대북 원유 차단시켜야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레드라인에 대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북한의 6차 핵실험은 문 대통령이 설정한 레드라인을 넘어선 것이나 다름없다. 남아 있는 숙제는 탄두의 대기권 재돌입 기술이지만 북한은 최근 두 달 사이에 ICBM-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실험을 성공시켜 사실상 이 기술도 획득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공할 수소탄 ICBM으로 미국 본토를 때릴 수 있게 되는 건 시간문제란 얘기다. 악몽의 시나리오다.
 
문 대통령은 어제 NSC 회의를 주재해 “모든 외교적 방법을 강구해 최고의 강한 응징을 시행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어선 만큼 이제는 외교적 대응을 넘어 모든 옵션을 검토해야 할 비상한 국면이다. 더 이상 북한을 향해 “아직도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며 핵·미사일 개발 중단을 호소하는 건 순진한 생각일 뿐이다. 북한이 사실상 핵탄두 탑재 ICBM을 손에 쥔 작금의 상황에서 개발을 멈춘들 무슨 의미가 있는가. 오죽하면 북한으로부터 “객관적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논리적 판단력이 완전히 마비됐다”며 “남조선은 정신 감정부터 받아라”고 조롱받겠는가.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는 근본적으로 재검토돼야 마땅하다. 더 이상 북핵 위기에 대한 희망과 현실을 혼동해선 안 된다. 북한의 이번 6차 핵실험은 내부 권력 기반 강화와 함께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적 도발이다. 그렇다면 머지않아 북한은 미국에 대해 대북 적대정책 폐기, 한·미 합동 군사훈련 중지,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철수 등을 요구할 게 분명하다. 상당수 전문가들이 우려하듯 미국이 북한의 핵 탄두 ICBM에 본토가 공격당할 위험을 무릅쓰고 북한의 대남 도발에 강력 대응해줄 것인지도 의문이다. 한국의 생존이 벼랑 끝에 몰리는 것이다.
 
그동안의 형식적인 대북 제재와 봉쇄는 분명한 한계를 드러냈다. 이제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대응 목표는 단순히 억제가 아니라 해체여야 한다. 국제사회와 머리를 맞대고 전례없이 강력한 북핵 무력화 및 해체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레짐 체인지와 전술핵 재반입 등 근본적인 옵션까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일부 전문가들이 “한국의 자체적인 핵 무장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며 핵 자위론까지 꺼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대선후보 시절 문 대통령 역시 “북한이 만약 6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남북관계 개선은 불가능해질 것이고 북한은 국제적인 고립이 심화돼 체제 유지가 어려워질 것”이라 경고했던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의 생존을 지키려면 어떤 가능성도 다 열어 놓고 모든 옵션을 검토해야 한다.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사드 배치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다. 북한 경제의 장마당화와 대외의존도가 갈수록 심화되어 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추가 제재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해도 우리가 국제공조를 통해 보다 강력한 제재를 끌어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북한을 최대한 압박하려면 여전히 중국의 협조와 동참이 필요하다. 특히 중국의 대북 원유 공급을 끊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 북한의 핵탄두 ICBM 완성은 중국의 동북아 유일 핵보유국 지위를 붕괴시키고 한국·일본·대만의 핵무장 도미노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인식시켜야 한다.
 
지금은 정치권이 일치 단결해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때다. 안보에는 여야가 없고 나라 없이는 아무 것도 소용이 없다. 그나마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문 대통령을 향해 ‘북핵 관련 여야 대표들의 긴급 안보 대화’를 제안한 게 돋보이는 대목이다. 이런 비상시국에 나머지 정당들은 김장겸 MBC 사장의 체포영장 문제를 놓고 치고받기에 한창이다. 북한이 연일 레드라인을 넘나드는데 여야와 좌우 진영은 자기들끼리 선을 그어 놓고 정치적 땅따먹기에 정신이 팔려 있는 것이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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